일하는 사람 기본법 입법안 안전보건 관련 조항 비교
2026.06.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5호 (03) 노동칼럼
배달 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처럼 회사에 고용되지는 않았지만 일한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이 87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 종사자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여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제91조의15 제1항, 제91조의18). 그러나 이는 사고가 난 뒤의 보상일 뿐, 사고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상 안전보건조치는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이들은 원칙적으로 개인사업자이므로, 업무 중 발생하는 안전보건상 위험은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업무수행상 자율성이 없고 자신이 야기하지 않은 위험까지 감수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한 예로 현재 여당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정책공약집에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자영업자를 아우르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보장 입법’을 내건 바 있다. 이후 현 정부의 국정과제(2025. 9.)에도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이 포함되었다(국정과제 93번). 그 결과가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이른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다.
이 법안이 일하는 사람에게 보장하겠다는 여러 권리 중 하나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곧 ‘안전권’이다. 그런데 같은 권리를 두고도 발의된 법안마다 조문의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김주영 의원안(의안번호 2200069)은 사업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안 제17조). 그런데 “준하다”란 어떤 본보기에 비추어 그대로 좇는다는 뜻이므로(법제처 20-0489, 2020. 11. 19.), 사실상 산업안전보건법을 직접 적용하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된다. 장철민 의원안(의안번호 2201226)은 “사업자와 일하는 사람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한다.”고 하며 사업자와 일하는 사람을 각각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와 근로자로 본다(안 제18조). 이 역시 김주영 의원안과 마찬가지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직접 적용·간주 방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용우 의원안(의안번호 2205101), 김태선 의원안(의안번호 2215591), 박홍배 의원안(의안번호 2216169), 신장식 의원안(의안번호 2218128)은 사업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은 국가가 “노력하여야 한다”는 사항으로 정한다(각 안 제9조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직접 적용하는 김주영, 장철민 의원안과 달리 이 네 의원안의 방식은 ‘노력 조항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자기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를 지배·관리하는 관계를 전제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지운다는 점이다(제10조 제2항, 제38, 39조, 제63조). 그런데 발의안들이 정한 보호 대상 공간은 이러한 사업장보다 훨씬 넓다. 이용우 의원안은 일하는 장소뿐 아니라 휴식, 식사, 이동, 교육을 위한 장소와 나아가 온라인 대화공간까지 ‘일터’로 정하고(안 제2조), 김태선·박홍배 의원안은 “업무와 관련한 모든 물리적ㆍ사회적 공간과 장소(온라인 환경을 포함한다)”를 일터로 정한다(각 안 제2조). 때문에 사업자가 직접 관리하지도 못하는 도로나 온라인 공간이 모두 보호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다.
이 넓은 ‘일터’의 정의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직접 적용·간주 방식에서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하거나 사업자를 사업주로 간주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자에게 그 넓은 공간의 안전을 지배·관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반면 노력 조항 방식은 일터를 넓게 정하더라도 그 안전을 직접 의무가 아니라 국가가 “노력하여야 한다.”는 사항으로 두므로, 사업자가 그 공간을 지배·관리할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직접 적용·간주 방식에서 요구되는 그 지배·관리는 근로자성 판단과 불법파견 판단의 중요한 징표다. 사업자에게 안전을 강하게 요구할수록 사업자가 일하는 사람을 실제로 지배하였다고 평가될 여지도 함께 커진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 도급인은 협력업체 직원이 안전수칙을 어기거나 작업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작업을 금지하거나 경위서를 받거나 일정 기간 또는 영구히 사업장 출입을 막을 수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권한이 사실상 징계와 비슷한 불이익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를 협력업체가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한 사정 가운데 하나로 들어 도급인과 협력업체 직원 사이에 불법파견 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3. 1. 27. 선고 2022나2008021 판결, 심리불속행 확정).
결국 어느 쪽도 쉬운 길이 아니다. 사업자에게 안전을 강하게 책임지라고 할수록 그 사업자가 일하는 사람을 지배한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책임을 흐리게 두면 정작 사고를 막을 의무를 누구에게도 묻기 어렵다. 다만 그 권리가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누가 어떤 위험을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그 한도는 어디까지인지가 합리적으로 함께 정해져야 한다.
※ 본 칼럼은 임인영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6.05.26.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8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