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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추정제로 바뀔 근로자성 분쟁의 구조와 대응 방안

2026.06.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5호 (03) 노동칼럼


근로자 추정제로 근로자성 분쟁의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알아보기 위해 근로자성 분쟁 사례를 한번 들어보자. 회사가 프리랜서 디자이너 A 씨와 3년간 일했다. 계약서에는 '업무위탁계약'이라고 적혀 있었고, 매달 사업소득세 3.3%를 원천징수했다. 그런데 그 계약이 끝난 뒤, A 씨는 돌연 자신은 근로자였다며 퇴직금을 청구했다. 이에 회사는 위탁계약일 뿐 근로관계가 아니라고 맞섰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한다(제2조 제1항 제1호). 계약서 제목이 무엇이든 간에 실질이 '종속적 관계'라면 근로자로 판단되며(대법원 2004다29736), 이러한 관계의 유무는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과 장소의 구속 등을 종합해 판단된다. 문제는 이 종속적 관계를 누가 증명하느냐다. 지금까지는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 즉 A 씨가 이를 증명해야 했다(대법원 2006다54637). 


앞으로 근로자는 "노무제공했다" 소명하면 끝···회사가 뒤집어야


근로자 추정제는 이 구조를 뒤집는다. 정부가 해당 제도의 입법 기반으로 삼고 있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안 번호 : 2215572)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 해결에서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으며(제104조의2 제1항), 이외에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안(의안 번호 : 2204156),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의안 번호 : 2205283) 등 여러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률에 따라 근로자로 추정되면 노무제공자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노무를 제공했다는 전제 사실만 소명하면 근로자로 취급된다. 회사가 이를 번복하려면 해당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그 증명의 수준이다. 법률상 추정을 번복하려면 '반증'으로는 부족하고 '본증' 수준의 증명이 필요하다(대법원 98다8974). 반증은 법관의 확신을 흔드는 것, 즉 '그런가?'라는 수준이라면, 본증은 법관에게 '그렇지 않구나'라고 여겨질 정도여야 한다. 추정 번복이 어려운 이유다.


계약 끝나고 퇴직금 청구···3년 치 한꺼번에 쏟아진다


근로자성 분쟁은 대부분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이 아니라, A 씨 사례처럼 계약이 끝난 뒤에 발생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계약이 종료된 후 자신이 그간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자로서 일했다고 주장하며 퇴직금,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청구하는 것이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돼 입증 문턱까지 낮아지면 이러한 분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근로기준법 제49조), 위 수당들이 3년 치씩 일시에 청구될 수 있다. 4대 보험 부담분도 소급해 부과받게 된다.


또한 분쟁은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동일한 계약 구조에서 일하는 다수의 노무제공자들을 두기 때문이다. 즉, 사실상 한 명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같은 방식으로 계약한 다른 노무제공자들이 줄줄이 같은 청구를 제기하게 되는 집단적 분쟁인 셈이다. 


형사책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근로자 추정을 형사책임이나 행정 제재 영역까지 확장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분리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예컨대 A 씨가 민사에서 근로자로 인정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회사가 그동안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하지 않은 것 등이 모두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하고,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비록 민사 판결의 사실 인정이 형사재판에 그대로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대법원 2008도8356),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한쪽 법원이 A 씨를 근로자로 봤다면, 형사법원이 달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법관은 법체계 내 판단의 통일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 제재 영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결국 '민사 분쟁에 한정된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추정을 통해 확정된 근로자성 인정은 형사와 행정 영역으로 단계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원청으로 번지는 분쟁···노란봉투법과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분쟁 확산이 회사와 A 씨 간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앞서 본 A 씨 사례에서 A 씨가 실은 회사와 직접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협력업체가 A 씨에게 업무를 재위탁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본다(제2조 제2호 단서). 따라서 원청이 협력업체 소속 A 씨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면, 원청은 A 씨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결론에 이르려면 A 씨가 먼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인정되면 그 지위가 인정되므로(대법원 2001두8568),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인정 범위가 넓다. 실제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부정되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되기도 한다(대법원 2014두12598 등). 따라서 근로자 추정제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돼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은 그만큼 인정되기 쉽다. 결국 근로자 추정제에 따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으로, 다시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청의 사용자 인정으로 단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근로자 추정제 자체만으로도 원청이 분쟁의 상대방이 될 여지가 있다. 김주영 의원안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제104조의2 제1항). 이때 '직접'이 ①계약의 직접성을 뜻하는지, ②노무 제공의 직접성을 뜻하는지 불명확하다. 만약 후자로 해석된다면, A 씨는 계약 당사자인 협력업체가 아니라 실제 노무를 제공한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성을 주장해 퇴직금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지시 안 했다" 증명하려면···기록 있어야 반증도 가능


근로자 추정제에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점검할 부분은 지휘·감독의 실질이다. 사내 메신저나 단체 대화방에서 노무제공자를 직원과 분리하지 않고, 출퇴근 시간을 지정하거나 근무장소를 구속하는 등 이들을 근로자와 같이 대해 온 관행이 있다면 즉시 재점검해야 한다. 계약서 역시 다시 살필 부분이다. 제목과는 무관하게 대체인력 허용, 비전속성, 성과 기준 보수 등 독립사업자성을 뒷받침하는 조항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다면 추정을 뒤집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


다만 모든 외부 인력을 이렇게 관리하기는 어려우므로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출퇴근을 요구하고 있거나, 사번을 부여했거나, 고정급을 지급하고 있는 경우가 고위험군이다. 이러한 인력을 먼저 점검해 실질이 근로자에 가깝다면 법 시행 전에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편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일 수 있다. 반대로 실질적으로 독립된 사업자라면 그 독립성이 기록으로 증명될 수 있도록 계약과 운영을 재정비해야 한다.


한국은 업종 예외 없이 번복 기준도 부재


하지만 기업이 아무리 기록을 축적하고 계약을 재정비하더라도, 추정 대상과 번복 기준이 법문에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한 대응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추정의 대상이다. 김주영 의원안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만 정한다. 특정 사업자로부터 얻는 수입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같은 업무를 얼마 동안 계속 수행했는지와 같은 지표는 법문에 없다. 이러한 지표가 없으면 일회성 외주 용역이나 단기 자문까지 추정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 이와 달리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법(AB-5 이후 입법된 AB-2257)을 통해 전문직, 그래픽 디자이너, 마케팅 종사자 등 광범위한 직종을 추정의 적용 대상에서 덜어내거나, 특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ABC 테스트 적용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등 예외를 둔다(Cal. Lab. Code §§2776-2784). 유럽연합(EU)의 플랫폼 노동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지침도 추정 적용을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자로 정한다[Directive (EU) 2024/2831, Recital 32]. 반면 김주영 의원안은 아무 예외도 없이 포괄적으로 노무제공자 전부를 근로자 추정제의 적용 대상으로 정한다.


다음으로 추정의 번복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당일 배송업체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이 다퉈진 Dynamex 사건을 계기로 ABC 테스트를 성문화했다. 이에 따르면 사용자는 (A)업무 수행에 있어 계약상·사실상 통제와 지시를 하지 않았을 것, (B)해당 업무가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일 것, (C)노무제공자가 동일한 성격의 독립적으로 확립된 직종·직업 또는 사업에 통상적으로 종사하고 있을 것을 모두 증명해야 독립계약자로 인정된다[Cal. Lab. Code §2775⒝⑴]. 반면 김주영 의원안에는 사용자가 추정을 번복하기 위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없다(단, 국회 계류 중인 타 개정안에는 ABC 테스트와 유사한 기준이 있다).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기···입법 과정의 숙제


근로기준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해 국가의 관리·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대법원 2001두8568). 이러한 보호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가짜 3.3 계약'이 악용돼 왔다는 점에서, 근로자 추정제의 취지는 타당하다(고용노동부 2026. 4. 2. 자 보도설명자료). 실제로 미국 노동·경제정책 연구 기관인 Economic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독립계약자로 오분류된 근로자는 업종에 따라 연간 최대 2만 달러 이상의 소득·복리후생 손실을 입는다고 한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는 가짜 3.3 계약의 당사자에게만 미치는 제도가 아니다. A 씨처럼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로 일하기로 한 것이 선택인 경우도 있다. 세제상 이점, 유연한 근무 방식, 복수 거래처와의 동시 계약 등을 이유로 이러한 형태의 계약을 스스로 원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무제공자로 일하기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에게까지 근로자성 추정이 일률적으로 미칠 경우,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가 반드시 기대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근로자 추정제 법안 시행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 플랫폼 노동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 변화를 분석한 계량 실증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월수입은 증가했으나 이는 시급 상승이 아니라 근로시간 증가에 의해 설명되고 시급 자체는 하락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보호가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내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개정안은 업종별 예외도, 추정의 대상과 번복에 관한 기준도 두지 않은 채 동일한 조문을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적용한다. 


제도가 시행되기 전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기준이 법문에 마련돼야 한다.


※ 본 칼럼은 임인영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6년 5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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