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자료

간행물

농촌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의 법적 공백

2025.10.27.

노동팀 뉴스레터 제17호 (03) 노동칼럼


2024년 전북 완주의 한 농장에서 네팔 출신 근로자가 유독가스로 사망했다. 2020년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는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가 한파로 사망했다. 개별적 불행으로만 보기에는 이러한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들의 죽음을 단순한 불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현재 한국 농촌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하다. 농가 인구는 2009년 311만 명에서 2018년 231만 명으로 급감했고 65세 이상 비율은 45.8%에 달한다. 작물재배업 농가의 64.2%, 축산업 농가의 83.9%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 심지어 경북의 경우 계절근로자 도입 인원이 2017년 95명에서 2024년 9237명으로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없으면 농사 불가능”이라는 농민들의 절규는 과장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한국 농업의 필수 인력이 됐다.


그러나 이처럼 농촌 경제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율은 전체 근로자와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농업 분야의 경우 그 수가 2023년에 전년 대비 76.1% 급증하였다. 이는 개별 사업장의 일탈을 넘어 시스템 차원의 균열을 시사한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농촌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농업의 존립을 위해 불가피하게 의존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안전은 방치하는 모순이다. 그 연원은 세 가지 층위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핵심 노동법의 적용 범위가 이들을 배제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농업 사업장(법인이 아닌 경우)을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농업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 대부분이 여기 해당해 산재보험 가입률은 30% 미만에 정체한다.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보호가 필요한 곳에 제도적 안전망이 닿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근로기준법' 제63조가 농축산업 종사자를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에서 제외하는 것도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구조적으로 묵인하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고용 제도 자체에 역설이 내재돼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산재보험 가입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농어업에 한해 보장 수준이 낮은 농어업인안전보험으로 대체를 허용한다. 위험도가 높은 업종에서 오히려 보호 수준이 퇴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 계절근로자(E-8) 제도의 경우 입국 과정의 높은 비용 부담이 근로자로 하여금 단기간에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강박으로 작용해 안전보다 생산성을 우선시하게 만드는 굴레를 형성한다.


셋째, 법 집행의 현실적 한계가 있다.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판결(2023고단203)에서 다루어진 축사 지붕 추락사고는 채광창 파손과 같은 농촌의 일상화된 위험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경운기 사고, 농약 중독, 분뇨 처리시설에서의 질식, 온열질환 등 농촌 작업장의 위험 요소는 산재한다. 그러나 농촌 지역의 지리적 분산성과 감독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효과적인 안전 교육이나 관리·감독이 현실적으로 요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의 불안정한 체류 자격이 문제를 가중시킨다. 대법원(94누12067)은 미등록 외국인도 산재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신고 시 신분 노출과 강제 추방에 대한 우려로 권리 주장을 단념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현재 농가의 90% 이상이 미등록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불법체류자가 사라지면 농장은 일을 할 수가 없다”는 한 농민의 고백은 이들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불안정한 법적 지위가 착취의 빌미가 되고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침묵을 강요하는 틀을 만든다.


결국 농촌 외국인 근로자의 높은 산업재해율은 법적 배제, 제도적 모순, 집행의 한계, 불안정한 체류 신분이 얽히고설킨 결과이다.


해법은 쉽지 않다. 법 제도의 공백을 메우는 일은 농업 현장의 특수성과 영세성을 고려하면 현실적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법 집행을 강화하려 해도 농촌 지역의 광범위한 분산성과 감독 인력의 제약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체류 자격 문제는 출입국 정책과 노동 정책이 교차하는 지점이어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만은 명백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권과 인간의 존엄성은 원칙적으로 국적을 초월하여 적용돼야 한다. 한국 농업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 현실의 제약을 인정하면서도 점진적이나마 법과 제도의 공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완벽한 해법을 당장 찾기는 어렵겠지만 현재의 상황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을 모색할 여지는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임인영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5.09.16.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2112

관련 업무분야

관련 구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