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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회사에 직접 조합비 지급을 요청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

2025.06.30.

노동팀 뉴스레터 제13호 (03) 노동칼럼 


1. 들어가며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의 지부·분회·지회 등의 하부조직(이하 '지회 등')이, 원래 산별노조가 먼저 수취한 다음 지회 등에게 교부해야 할 조합금을 회사에 직접 지급을 요청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회사가 이러한 지회 등의 요청에 응하면 어떤 법적 리스크가 있을까.


이해의 편의를 위해 먼저 산별노조 및 그 하부조직과, 노동조합 및 일괄 공제 제도(Check-off)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 다음 회사가 지회 등의 요청에 응할 시 부당노동행위 또는 단체협약위반죄 등의 법적 리스크가 있는지 여부를 설명하고자 한다.


2. 산별노조 및 그 하부조직


대법원은 단위노동조합을 ①기업별로 구성된 노동조합(기업별 노동조합)과 ②산업별, 직종별, 지역별 등 초(超)기업적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으로 구분하고 있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판결). 그중에서 산별노조란 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등 노동관계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으나, 동종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직종이나 기업을 초월해 그 구성원으로서 직접 가입하고 참여하는 노동조합 조직 형태를 의미한다. 이는 동종 산업에 조직된 기업별 노동조합을 구성원으로 하는 '산업별 연합단체(산별연맹)'와는 구분되는 개념인데, 산별노조는 그 자체로 개별 근로자를 구성원이자 조합원으로 하는, 교섭 당사자의 지위를 가지고 스스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단위노동조합에 해당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2025. 1. 17. 발표한 '2023 전국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의하면, 전체 노조 조합원 수 약 270만 명(조직률 13.0%) 중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 노조 소속 조합원이 59.4%를 차지하고 있다.]


산별노조가 내부에 하부조직을 두더라도, 이는 별개의 노조가 아니라 산별노조 내부의 조직 관리를 위한 기구나 그 조직 체계의 일부인 구성요소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기업별 노동조합 중심의 오랜 관행 및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에 산별노조는 지역이나 사업장 단위로 산하에 지회 등을 설치해 왔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그 지회 등이 단순한 '산별노조의 내부적인 조직 혹은 기구'의 성격에 그치지 않고, (이론적으로는 산별노조의 단순 구성요소로서의 지회 등은 의견 수렴, 정보 전달 등 산별노조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실질적으로 해당 기업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구성돼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그 근로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 및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 더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까지 보유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에 대법원은 산별노조 등 초기업적 노조의 지회 등이라 하더라도, 관행 또는 해당 초기업적 노조의 규약에 따라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하면서 그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해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7조 규정에 의한 산하조직의 설립 신고 여부 등과는 관계없이) 그 지회 등을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한다고 볼 수 있음을 긍정하고 있다(위 2012다96120 판결).


3. 노동조합비 및 일괄 공제 제도(Check-off)


조합비란 조합원이 노조 구성원의 지위에서 노조의 운영을 위해 부담하는 일체의 비용을 의미한다. 조합비는 크게 ①노조의 일상 활동을 위해 정기적(통상 매월)으로 징수하는 금원인 일반조합비와 ②특수한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징수하는 금원인 특별조합비 등으로 구분된다. 특별조합비에는 파업기금(쟁의기금), 회관건립기금, 공제회비 등이 포함된다.


한편, 노동조합비 일괄 공제 제도(Check-off)란, 사용자가 노조의 조합원인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 중에서 노조가 조합원으로부터 징수해야 할 노동조합비 등을 일괄공제해 직접 노조에 지급하기로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위 일괄 공제 제도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①단체협약에 일괄 공제 제도가 규정돼 있고, ②이에 관한 총회의 결의 또는 개별 조합원의 동의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산별노조의 경우 조합원인 근로자는 규약에 의한 조합비 등을 조합에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조합은 조합비 중 의결로 결정된 일정 비율을 지회 등에 배분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지회 등은 조합으로부터 교부받은 조합금에 더해 각종 기부 및 지원금, 특별 부과금, 잡수입 등을 수입원으로 지회 등을 운영한다.


4. 지회 등이 직접 회사에 조합비 지급을 요청하는 경우 이에 응할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


가. 부당노동행위 해당 여부


노동조합법 제81조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노동조합법 제81조 각호에서 열거하고 있는 구체적인 행위 태양에 해당해야 하고, ②주관적인 요건으로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 및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누16070 판결 등). 


회사가 산별노조가 아닌 지회 등에 조합비를 직접 지급하기 위해 조합비 지급 계좌를 변경하는 것은 일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의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대한 지배, 개입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설령 위 행위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이러한 결정은 산별노조의 재정 확보를 어렵게 해 산별노조의 단결권을 약화하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등의 의도나 목적에 기한 것이 아니라(서울행정법원 2009. 12. 17. 선고 2009구합21123 판결 등), 회사가 지회 등의 요청에 응해 업무의 혼선을 방지하고 지회 등의 자체적인 활동을 보다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부당노동행위의 주관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결론적으로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게 있으므로 필요한 심리를 다했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그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그것을 주장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두4120 판결 등 참조).


나. 단체협약위반죄 해당 여부


한편 만약 회사가 그 단체협약을 지회 등이 아닌 산별노조와 직접 체결했고 유효한 단체협약에 '조합활동 관행 저하 금지' 또는 '조합비의 징수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산별노조와의 어떠한 협의 없이 회사가 임의로 지회 등의 요청에 응해 그 지급 계좌를 변경하는 것은 단체협약에 반하는 행위로, 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 마목에 해당하는 단체협약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즉 회사가 산별노조의 조합원들로부터 공제한 조합비의 성격이 '위임에 기한 인도채권'인 이상, 위임인인 산별노조가 그 지급 방식을 정해 수임인인 회사에 요청하면 수임인인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해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회 등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임인인 산별노조의 동의 없이 의무의 이행 방법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적합한 채무 이행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더욱이 만약 회사가 산별노조의 요청에 따라 오랜 기간 동안 별다른 이의 없이 공제한 조합비를 산별노조에 지급해 왔다면 이는 일종의 노동 관행, 즉 법적인 사실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0다50701 판결).


비록 조합비 일괄 공제 및 인도의무 자체를 거부한 사안이기는 하나, 고용부가 이를 단체협약위반죄라고 본 사안도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2008. 8. 8. 노동조합과-1991), 회사는 섣불리 지회 등의 요청에 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5. 법적 리스크를 경감시키기 위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


살펴본 바와 같이 회사는 비록 지회 등의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산별노조의 동의를 거쳐 조합비의 지급 방법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만약 산별노조와의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부득이하게 그 지급 방법을 변경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는 사정은 회사에게 단체협약 위반의 고의가 없었음을 소명하거나, 노동 관행의 인정 가능성을 장래를 향해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① 관행 또는 해당 초기업적 노조의 규약에 따라 지회 등에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하면서 그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해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있는 경우, 지회 등은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회사는 그 요청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주장해 볼 수 있다.


② 만약 유효한 단체협약에 추상적인 조합비 인도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지급 방법에 관해서는 정한 바가 없다면, 조합비를 어디로 지급할 것인지는 산별노조 및 지회 등의 내부적인 필요 및 사정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경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회사가 지회 등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산별노조에 설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③ 만약 회사가 공제한 조합비 중 일부는 산별노조에 지급하고, 나머지 일부는 지회 등이 소속 조합원에게 직접 부과하는 특별 부과금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회 등에 직접 지급하고 있다면 이로써 회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따라서 회사는 지급의 일원화를 통한 업무의 효율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주장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으로 보인다.


※ 본 칼럼은 이지호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5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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