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舊 외환은행) 대리해 에미레이트 항공사의 362억 원 예금청구 소송 전부승소

2017.11.24.

율촌은 외국계 항공사 에미레이트가 하나은행(합병 전 구 외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362억 원의 예금 등 청구 소송에서 하나은행을 대리하여 전부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외국계 항공사인 에미레이트(이하 "원고")는 한국사무소를 두고 한국에서 판매되는 항공권 판매대금 입금 및 비용 지출 등을 위해 하나은행(개설 당시 구 외환은행)에 예금계좌를 개설하였고, 비용 지출에 필요한 출금지시를 팩스에 의해 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출금지시서에 필요한 서명은 한국지사장과 재무책임자 2인의 공동 서명이었고, 일정 금액 이상의 출금거래는 본사 상위 서명권자의 서명이 요구되었습니다. 원고는 한국지사 재무책임자인 K부장이 7년 간 지사장의 서명을 위조한 출금지시서에 의해 자신 또는 배우자 명의로 개설된 은행계좌로 이체하도록 하여 합계 약 362억 원을 횡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하나은행에 대하여 주위적으로 예금의 반환을, 예비적으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고는 K부장이 금액 쪼개기 방식으로 같은 당사자에 대해 한도를 넘는 출금지시를 함에 대해 하나은행이 지사장이나 외국에 있는 본사에 확인하고 진행하지 않은 점, 회사가 아닌 개인 명의의 거액의 이체 거래에 대해, 심지어 K부장 개인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는 거액의 거래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고 출금을 실행한 점 등에서, 하나은행의 담당직원이 예금출금 거래에 있어 직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각 출금지시서의 서명 패턴 등을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 등을 통해 출금지시서 상 서명은 위조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조되었다고 하더라도 서명 패턴이 동일하여 타인이 위조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 더하여, ① 출금지시서가 팩스로 정상적으로 교부된 점, ② 출금지시서에 진정한 것으로 보이는 서명이 존재하고 달리 의심할 사정이 존재하지 않은 점, ③ 팩스를 받은 후 별도 연락을 통해 출금지시서 발송사실 및 팩스 장수 등을 확인한 점, ④ 기재사항에 오류가 있는 경우 한국지사에 확인절차를 거쳐 업무를 처리한 점, ⑤ 7년 간 13,000회, 합계 8,400억 원 규모의 예금이체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7년간 원고가 아무런 문제제기도 한 사실이 없는 점, ⑥ 채권의 준점유자의 외관을 형성하는 원고의 중대한 귀책사유, 즉 한국지사 연 매출액이 1,000억 원을 초과함에도 재무회계팀 직원이 3명에 불과하고 재무와 회계가 분리되지 않았으며, 7년 동안 일일 거래마감, 정기감사 등을 수없이 진행하였을 것임에도 간단해 보이는 회계조작 내지 매출조작 등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중대한 재무회계 시스템의 결함이 존재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하나은행의 직원은 예금출금에 필요한 직무상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므로, 결국 해당 출금거래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게 변제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반박하였습니다.

 

법원은, K부장에 의한 이체지시는 공동서명권자의 의사에 기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효라고 보면서도, 예금자의 진정성 확인 수단으로 인감보다 위조 및 도용의 위험이 높은 서명을 사용하고, 대면 거래가 아닌 팩스에 의한 출금지시를 한 것은 모두 원고의 편의를 위해 원고가 요청하여 한 것으로 그로 인해 증가하는 무권한자의 지급요청, 무권대리, 대리권 남용 등의 위험 역시 에미레이트가 부담하는 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에 의하여 타당한 점, 하나은행에 대리 권한 유무 등 실체적인 사항에 대한 추가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대기업인 원고에게 위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의사결정절차, 내부통제, 감시장치 등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인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하나은행 직원에게 실체적 권한을 조사할 의무 내지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어 하나은행의 자금이체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예금의 출금거래와 관련하여 인감이 아닌 서명에 의한 거래이면서 팩스에 의한 출금지시라는 점에서 상당히 예외적인 방식에 의한 거래에 있어 은행의 예금출금 거래 담당자의 주의의무의 수준이 어떠한지, 특히 예금 출금거래 담당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예금주 측의 사유를 고려하도록 한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다91224 판결을 구체적으로 적용한 선례로서 특히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