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추정제 입법 카운트다운… 추정요건∙반증방법부터 정교하게 설계해야
2026.08.31.
노동팀 뉴스레터 제27호 (03) 노동칼럼
근로자추정제 입법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과 함께 ‘근로자추정제’ 도입을 연내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자추정제의 핵심은 직접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회사가 그 추정을 뒤집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 해결에서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노무제공자는 자신이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소명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되고, 회사가 이를 번복해야 하는 구조다. 노무제공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과 ‘근로자로 추정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수단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호하려는 대상이 넓고 제도의 파급효과가 클수록 적용범위와 추정요건, 반증방법은 오히려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 노란봉투법이 남긴 교훈
이는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시행 전부터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교섭요구 단계에서 교섭안건을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 노동쟁의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하청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원청이 어느 범위에서 대체근로를 할 수 있는지, ‘사업 또는 사업장’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등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쟁점은 법률에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채 시행됐다. 실제 시행 이후에도 원·하청 교섭의 범위와 방식 등을 둘러싸고 현장의 혼란과 제도 보완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근로자추정제 역시 “일단 도입하고 구체적인 문제는 시행하면서 보완하자”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근로자추정제는 노란봉투법과 비교해 기업에 미치는 법적 효과가 훨씬 직접적이다.
# 근로자추정제는 근로기준법 전체의 적용을 좌우한다
노란봉투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우선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발생한다. 물론 교섭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교섭만으로 근로조건이 곧바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근로자추정제는 다르다. 회사가 추정을 뒤집지 못하면 해당 노무제공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어 임금, 퇴직금, 연차유급휴가, 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근로기준법상 권리가 과거의 노무제공 기간까지 문제될 수 있다. 해고 제한, 취업규칙, 근로시간 규제 등도 함께 적용될 수 있다. 더욱이 임금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면 단순한 민사상 금전분쟁에 그치지 않고 임금체불에 따른 형사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근로자추정제는 단순히 “근로자성을 누가 입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한 번의 추정이 근로기준법상 권리·의무의 전체 범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설계 자체가 중요하다.
다수 당사자가 개입하는 사업구조에서는 문제의 범위가 더 커진다. 개정안의 문언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원청·하청·노무제공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도 노무제공자가 실제로 누구의 사업을 위해 일했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타다 사건에서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운전기사에 대해 직접 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운영주체인 쏘카의 근로자로 판단했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이처럼 계약서상 당사자와 실제 노무제공 관계의 당사자가 다른 경우에는 근로자추정제가 적용될 때 분쟁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
# ‘누가 입증하는가’보다‘무엇을 입증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현재 논의되는 근로자추정제의 가장 큰 문제는 추정요건과 반증요건이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사유 중 상당수는 ‘하지 않았다’는 사실, 즉 소극적 사실이다. 회사가 업무수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는 사실, 근무시간과 장소를 구속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어느 정도까지 입증해야 추정이 깨지는지 명확하지 않다. 결국 회사의 증명이 부족하면 추정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입법의 핵심은 단순한 입증책임 전환이 아니라 추정이 언제 시작되고, 어떤 경우에 번복되는지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문언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독립성이 높은 전문 프리랜서, 상당한 규모의 사업소득을 얻는 개인사업자, 위임계약을 체결한 고위 전문직까지 문언상 추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입증책임 전환이 최선의 수단인가
근로자추정제의 근본적인 의문은 따로 있다. 그 도입의 근거로 정보의 비대칭이 제시되는데, 문제의 본질이 증거에 대한 접근성이라면 문서제출명령이나 법원의 석명권 등의 실효적 운영, 사업주의 자료보존·제출의무 강화가 더 직접적인 처방이다.
# 연내 입법이라면 최소한 네 가지는 보완해야 한다
첫째, 추정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개정안이 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한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법이 무엇을 '추정한다'고 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이 앞세운 사실은 타인의 사업을 위하여 직접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만 있으면 곧바로 근로자로 추정된다. 판례가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은 지휘·감독, 시간·장소의 구속, 보수의 대가성 같은 요소가 단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추정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사실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회사가 업무의 내용을 정하고 그 수행 과정에 구체적으로 지시하는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회사가 지정하고 그에 구속되는지, 사내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인사·근태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지, 보수에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계약상 또는 사실상 다른 사업자에게 같은 업무를 제공하는 것이 제한되는지와 같은 요소다. 모두 판례가 근로자성을 판단하면서 살펴 온 것들이다. 이 가운데 최소한 몇 개 이상이 소명될 때 비로소 추정이 발동하도록 한다면, 증명책임을 완화한다는 본래의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다.
둘째, 반증요건을 법률에 명시하되 종합 판단 방식으로 규정해야 한다. 반증요건을 전혀 규정하지 않으면 결국 법원의 해석에 맡겨지게 되고, 법리가 정착되기 전까지 상당한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반대로 회사가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모든 요소를 빠짐없이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면 ‘추정’이라는 이름과 달리 사실상 근로자성을 간주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업무수행 방법과 시간의 자율성, 이윤과 손실 위험의 부담, 자기 계산에 따른 설비·인력의 투입, 다른 사업자에 대한 노무제공 가능성 등을 종합해 독립된 사업자로 볼 수 있을 때 반증되도록 입법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셋째, 예측 가능한 적용제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사후적으로 반증하도록 하는 것보다 애초에 추정이 적용되지 않는 유형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법인을 통해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자신의 근로자나 보조인을 활용하는 경우, 둘 이상의 사업자에게 독립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일정한 자격이나 보수 수준 등을 갖춘 전문직 등은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적용제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적용 범위를 조문에 명시해야 한다. 특히 ‘이 법과 관련한 분쟁 해결’이라는 문언만으로 민사적 분쟁에 한정되는지, 노동위원회 사건이나 근로감독 과정에도 적용되는지, 벌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지 등이 불명확하여 실제 현장에서 해석상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입법자가 의도한 적용범위를 명확히 조문에 적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 기업은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입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업이 준비를 미룰 이유는 없다. 오히려 증명책임이 전환되면 현재의 업무 운영방식 자체가 향후 회사의 반증자료가 된다.
프리랜서, 개인사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을 활용하는 기업이라면 계약서만 점검해서는 부족하다. 업무지시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근무시간과 장소를 누가 결정하는지, 근태시스템이나 고정좌석 등 회사의 관리 편의를 위한 조치가 사실상 업무상 구속의 징표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수 중 고정급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대체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지, 다른 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지 등을 실제 운영 관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계약서에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적어 두는 것이 아니다. 계약의 내용에 맞게 실제 업무수행 관계를 운영하고, 그 운영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근로자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소극적으로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급∙위임에 맡게 업무수행을 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 좋은 정책목표가 곧 좋은 입법수단은 아니다
근로자추정제가 보호하려는 대상과 정책적 목적은 충분히 공감된다. 기존의 근로자 개념만으로 충분한 보호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존재하고,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춰 노동법의 보호체계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좋은 정책목표가 반드시 좋은 입법수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근로자추정제는 한번 적용되면 근로기준법상 각종 권리와 의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증명책임 전환 제도로 볼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어떤 사실이 있어야 추정할 것인지, 무엇을 증명하면 추정이 깨지는지, 어떤 경우에는 처음부터 적용하지 않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연내 입법이 목표라면 더욱 그렇다. 법이 시행된 뒤 현장의 혼란을 확인하고 다시 법을 고치는 것보다, 조문이 확정되기 전인 지금 충분히 보완하는 것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제도를 만드는 길이다.
근로자추정제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예측 가능한 제도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 본 칼럼은 이광선 변호사가 한국경제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한경 CHO Insight, 26.08.1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104076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