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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여 재계약을 앞둔 파견근로자에게 사적 관계를 요구하고 성적 접촉을 한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에 해당하여 정직 6개월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

2026.08.31.

노동팀 뉴스레터 제27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7. 3. 선고 2025누7360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06년 A사에 입사하여 2021. 2.부터 2022. 1.까지 B팀 과장으로 근무한 기혼 남성 근로자입니다. 참가인은 2021. 5. A사에 파견계약직으로 채용된 근로자로, 원고는 관련 업무 담당자로서 참가인에게 업무를 부여하고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원고는 수차례에 걸쳐 참가인에게 동반 등산·동반 식사 등 사적 만남을 요구하는 한편, 성희롱적 발언 및 신체접촉을 하였으며, 등산 후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는 등 이후 수개월간 성적 관계를 지속하였습니다(이하 2021. 8. 1. 이전에 있었던 행위를 통칭하여 ‘이 사건 비위행위’).


참가인의 고충신고에 따라 A사는 노무법인에 조사를 위탁하였고, 그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원고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비위행위(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를 하였고, 이로써 취업규칙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정직 6개월 처분(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고(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이에 불복하여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1, 2항 징계사유인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은 모두 인정되지 않고 제3항 징계사유인 품위유지의무 위반만 인정되는데,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이 사건 정직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 6. 13. 선고 2024구합65249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1심과 달리, 제1, 2항 징계사유인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역시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성립 여부(제1, 2항 징계사유 인정 여부)


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연인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나중에는 연인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있었던 시점에는 아직 연인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비위행위는 원고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여, 원고에게 저항하거나 원고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참가인에게 사적인 관계의 형성을 요구하거나 성희롱 및 성적 접촉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이를 당하는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거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기 충분한 행위로 보이며, 실제로 참가인이 위 행위로 인하여 불쾌감과 적어도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비위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여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제1, 2항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② 원고가 참가인의 재계약(근로자파견계약의 갱신)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특히 참가인으로서는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참가인과의 관계에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원고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에 있어 참가인이 원고의 동반산행 등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원고의 성희롱, 성적 접촉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③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 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잃지 않아야 하는바(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참가인이 2022. 6.~7.경 원고에게 문자메시지 및 메일을 보내고 원고의 자리에 다녀가는 모습이 녹화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행위들이 단지 원고가 연인관계였던 참가인에게 결별을 통보하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참가인이 고용안정을 위해 불편함과 심적 부담감을 감수하며 통상적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원고의 사적인 요구들을 감내하였는데 오히려 원고가 갑작스럽게 참가인을 멀리하여 참가인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자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④ 참가인과 원고가 몇몇 물품을 주고받았고, 참가인이 원고에게 자신의 사진들을 보내기는 하였으나, 해당 물품들은 연인관계에서 애정으로 주고받은 것이라고 보기에 다소 어울리지 않고, 참가인이 원고에게 자신의 사진들을 보내준 것은 자연스러운 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참가인이 원고에게 연애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⑤ 참가인이 원고를 성범죄로 고소한 형사사건들에서 원고의 혐의가 인정되지는 않았으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및 직장 내 성희롱의 징계사유도 부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 품위유지의무 위반 여부(제3항 징계사유 인정 여부)


A사는 취업규칙 및 행동강령, 윤리헌장에서 품위유지의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A사의 과장인 원고가 배우자와 자녀를 두고도 단기 파견계약직 근로자인 참가인과 부적절한 성적 관계를 형성하여 수개월간 유지하였고, 그 사실이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으며, 원고가 참가인과 다수의 고소나 소송을 상호 제기하며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A사의 직원으로서 유지하여야 할 품위를 손상시킨 것으로서 A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보이므로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제3항 징계사유도 인정된다.


다. 징계양정의 적정성


① 6개월의 이 사건 정직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A사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② A사는 공직유관단체로서 높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 직원에게는 일반적인 사기업체 직원에 비해 높은 수준의 품위유지의무와 도덕성이 요구되며, 윤리헌장을 두고 매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③ 원고는, 고용안정이 절박한 참가인에게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여 참가인에게 사적인 관계를 요구,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성적 욕구 등을 충족하고는 참가인과 거리를 두었고, 기혼자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참가인에게 부적절한 관계를 맺자고 요구하고 그 관계를 수개월간 유지하는 등 그 비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④ 원고는 참가인에게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하여 노력한 사정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참가인을 고소하여 참가인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전의 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⑤ 설령 이 사건 비위행위를 고의가 있는 경우로 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중과실인 경우에는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A사 상벌규정의 ‘성 관련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에 따르면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면직 또는 정직처분을 하도록 되어 있다.


⑥ 같은 소속팀의 한 직원은 원고와 참가인이 싸운 사실을 부서원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고 그러한 사실이 불편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원고의 비위행위가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져 공직유관단체인 A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A사의 대외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A사 직원들 사이의 화합과 조직질서를 저해시켰다.


⑦ A사는 정직기간 중이라도 기준연봉의 100분의 70을 지급하고 있어, 6개월의 정직기간 동안 원고에게 발생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지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A사에서는 2016. 7.경 영어전문 계약직 여직원이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A사에 이를 신고하였으나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2차 가해까지 당하던 중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사건이 국회에서 지적되어 정부·국회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성희롱 등 가해자에 대한 적정한 조치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필요성이 강력히 지적되었다. A사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한 것도 위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는 A사의 반성과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⑨ A사의 상벌규정은 성 관련 비위행위 및 직장 내 폭력을 징계 감경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정직처분은 성 관련 비위행위 내지 직장 내 폭력을 이유로 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두 차례 이사장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징계양정을 감경할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제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사유를, 나중에 연인관계가 형성되었더라도 그 이전 행위까지 소급하여 ‘연인 사이의 행위’로 평가될 수 없다는 이유로 뒤집어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징계사유 검토 시 행위 발생 시점과 관계 형성 시점을 구분하여 개별 판단할 필요가 있고, 근로자가 ‘전체적으로 연인관계였다’고 항변하더라도 초기 행위까지 일괄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형사절차에서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받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행정상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의 징계사유까지 부정되지 않는다는 기존 법리(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다281367 판결 등)를 재확인하였는바, 관련 형사사건의 처분 결과와 무관하게 사내 조사 결과 및 증거관계에 따라 독자적으로 징계사유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여 상고심 계속 중입니다.


※ 본 소송은 율촌이 수행하여 승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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