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자료

간행물

취업규칙 변경(임금피크제 도입)에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이 수반되지 않은 이상 개별적 동의가 과반수를 넘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의 효력이 없다고 본 사례

2026.08.31.

노동팀 뉴스레터 제27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1501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 A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는 백화점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로서 제1심판결 선고 당시 정년 만료 등으로 퇴직하였거나 재직 중이던 사람들입니다.

피고 회사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되자,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쳐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 노동조합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아니었으며, 이후 피고 회사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의 임금은 적용 직전 연봉에 만 56세와 만 57세는 100%, 만 58세는 75%, 만 59세는 65%, 만 60세는 60%의 지급률을 곱한 금액으로 지급하되, 인사고과 결과 상위 10%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위 각 지급률에 10%를 더한 수치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10%를 뺀 수치가 최종 지급률이 되도록 하는 인사관리규정 및 연봉규정 등 개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 

피고 회사는 2014. 7.경 사내 전산망에 위 개정안에 관한 “사규 개정 직원 동의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사항과 동의서를 게시하였고, 근로자가 동의여부를 표시하기 위해 이를 열람하면 ‘사규 개정 관련 세부 내용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였으며, 그 개정 및 적용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확인한 후, 전체 취업규칙 개정안(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내용 이외에 대체휴일제, 연차유급휴일, 출산전후휴가에 관한 개정 내용도 포함)에 대해 동의/비동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하였습니다. 

사내 전산망을 통해 위와 같이 개정안에 대한 동의 절차를 진행한 결과, 전체 근로자 4,906명 중 약 78%에 해당하는 3,857명이 동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 회사는 2016. 1. 1.부터 위 개정안에 따른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그 적용을 받은 근로자들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ⅰ)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임에도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ⅱ)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감액하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임금 차액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일부 원고는 직책수당을 함께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에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은 ①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만, ②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갖추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고, ③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볼 수 없어 고령자고용법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원심 또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하면서, 피고 회사가 설명회를 개최하고 전체 근로자 4,906명 중 약 78%인 3,857명이 동의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의견 집약과 취합 과정을 거쳐 개정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변경에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심과 달리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액분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였고(일부 원고의 직책수당 청구 부분은 상고기각), 주요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관련 법리)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으면 사용자측의 개입·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업장 전체 또는 기구별·단위 부서별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 의사를 모으는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441 판결 등).

② 피고 회사가 진행한 설명회는 일부 관리자(지점별 지원팀장)를 대상으로 한 것에 불과하거나 동의의 주체인 전체 근로자의 회합으로 볼 수 없다. 설령 추가 설명회가 개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로자들이 회합하여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 의사를 모으는 회의 방식으로 진행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

③ 사내 전산망 공지사항에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구체적 설명이 없고 동의서에도 개정 전후 내용을 병렬 기재한 표만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④ 공지사항·동의서에 ‘단체협약 체결 및 근로기준법 변경에 따른 개정사항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어, 근로자로서는 자신의 의사표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동의권 행사임을 충분히 인식하기 어려웠다.

⑤ 근로자들이 전국 여러 지점에 산재하여 단기간 내에 회합·의견 교환이 곤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회사는 7일의 동의 기간만을 부여하여 집단적 의사 형성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과반수 노동조합이 아닌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고 하여 적법한 주체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그 단체교섭·협의가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을 대체할 수도 없다.

⑦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동의서를 받는 방식을 쓸 수 있더라도, 그 의견 형성 과정에 근로자 상호 간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 의견을 집약하는 회의 방식 등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와 같은 실질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시한 피고 근로자의 수가 형식적으로 과반수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그 취합 결과가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은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요하는데(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동의 방식과 관련하여서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식 또는 회의방식으로 과반수동의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다30566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적법한 동의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주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에 의한 공고 및 설명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다209129 판결). 대상판결은 사내 전산망 공지와 개별 동의서 취합 방식만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 없으며, 상호 의견을 교환하거나 찬반 의견을 취합하는 집단적 의사결정의 실질이 없는 이상 과반수의 동의서가 모였더라도 적법한 동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대법원의 태도를 재확인하고 집단적 동의가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합의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근로자 과반수 집단적 의사결정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재확인하였습니다. 아울러 사용자가 임금피크제의 내용과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충분히 설명하여 근로자가 자신의 의사표시가 불이익변경에 대한 동의권 행사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사업장이 전국에 산재한 경우에는 집단적 의사를 형성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판단 요소로 제시하였습니다.

따라서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에서 임금피크제 등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을 도입하려는 경우에는, 단순히 변경사항을 공고하거나 설명하는 절차뿐만 아니라, △ 변경 내용과 불이익에 관한 충분한 설명 및 ‘불이익변경 동의권 행사’라는 절차의 성격에 대한 명확히 고지되어야 하고, △ 사내 전산망 등을 이용한 개별 동의 방식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서별·단위별 회의 등 근로자 상호 간 의견 교환·집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집단적 의사수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