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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공기업으로부터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업체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해당 전력공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이 아닌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6.08.31.

노동팀 뉴스레터 제27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5902 판결]


1. 사안의 개요


전력공기업인 A사는 2016. 6.경부터 별도의 건설본부를 두고 발전소 건설공사를 진행하면서 위 공사를 27개사에 분리하여 발주(도급)하였습니다. 그중 배연탈황설비 공사는 B 주식회사(이하 ‘B회사’)가 도급을 받아 수행하였고, 그중 전기제어 공사는 주식회사 C(이하 ‘C회사’)가 다시 하도급받아 수행하였습니다. A사가 B회사와 맺은 계약은 ‘설치조건부계약’으로, 설계·자재 구매·시공을 수급인 측이 수행하고 설비가 가동 가능한 상태가 되면 이를 발주회사에 인도하는 구조였습니다. 현장에서의 시험·검사의무 역시 B회사 측에 있었습니다.


한편, 2020. 4. 10.경 작업자들이 변압기의 1차측(11kV 고압부)에서 상회전(phase rotation) 테스트를 하던 중 아크 폭발이 발생하여 B회사 소속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C회사 근로자 등 3명이 상해를 입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재해’).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검사는 A사와 소속 임직원, B회사와 현장소장, C회사와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였고, 재판에서는 A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원청)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A사와 그 임직원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는데, 특히 A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이 아닌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검사는 제1심판결에 항소하였고, 원심은 제1심 판단을 뒤집고 A사와 그 임직원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원심은 A사가 전력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발전소 건설공사를 별도의 건설본부를 통하여 총괄·관리하였고, 특히 수전(受電) 업무를 직접 담당하여 고압 전력 공급에 따른 유해·위험요소를 실질적으로 관리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관한 기존의 법리(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이하 ‘항만공사 판결’)를 재확인하면서도, 여러 사정을 들어 A사를 ‘도급인’으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A사와 그 임직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B회사, C회사와 그 현장소장들에 대한 상고는 기각). 대상판결의 판단 기준과 주요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판단기준(관련법리)


①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그가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항만공사 판결 참조).


② 관련 자격증·전문인력·설비를 갖추지 못하고 공사계약상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관리 권한이나 의무가 부여되지 아니한 지위에 있는 도급 사업주가, 도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점검·조정·확인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다고 보아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나. 사업목적 및 건설공사에 대한 전문성


① A사의 주된 사업목적은 발전 사업으로서 배연탈황설비 공사는 발전소의 ‘운영’과 구별되는 일회성 사업에 해당한다.


② A사는 관련 면허·전문 기술인력·설비를 갖추지 못하여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B회사는 발전소 시설 건설·플랜트 시공 등을 영위하며 상당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③ 발전소 건설공사가 장기간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도급인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다. 계약 구조 및 설계·시공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관여 여부


① 관련 건설공사 계약은 설계·자재구매·시공을 모두 수급인 측(공동수급체)이 담당하고, 실제로도 A사가 설계나 시공에 관여한 사실이 없었다.


② A사의 주간공정회의 주관, 부진 공정에 대한 만회 대책 요구, 안전작업허가서(SWP) 승인 등의 사정이 있으나, 이는 건설공사발주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이행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


③ 반면, B회사는 현장 위험성평가 지침, 작업절차서 등을 작성하여 운용하는 등 공사에 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라. 시공능력 및 건설공사 관리감독을 위한 조직·전문인력


① A사가 둔 건설본부는 27개사에 분리 도급된 대규모 공사의 전체 공정을 점검·감독하기 위한 건설공사발주자의 조직 수준으로 보인다. 


② 배연탈황설비 공사 기준으로 A사에서는 사실상 1인만이 위 공사 부분을 담당하였고, 실제로도 시공이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점검·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B회사는 현장소장 아래 공무·전기·품질·안전 등으로 조직과 업무분장을 갖추고 있고 현장 근무자들은 상당한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③ B회사는 자본금 약 1,816억 원, 시공능력순위 23위의 대형 건설사로서 스스로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할 능력이 충분하므로, 위 도급을 단순한 ‘위험의 외주화’로 단정하기 어렵다.


마. 사고 설비의 관리 영역


① 계약 내용과 수전시운전지침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변압기는 B회사가 설치·시공하여 인도하여야 하는 ‘공급자의 영역(Supplier’s scope)’에 있었고, 사고 당시 변압기가 인도되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아직 B회사가 관리하는 영역에 있었다.


② 계약상 A사가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통상적인 업무 협조의 일환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사고 역시 수전 자체가 아니라 수급인이 설치한 변압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2020. 1. 16. 시행)이 도입한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별 기준에 관한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다수 수급업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발전소 건설공사라는 구체적 사안에 적용한 판결입니다. 특히, 위 구별 기준을 최초로 설시하면서 당해 피고인(인천항만공사)을 ‘도급인’으로 판단한 항만공사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결론을 달리하여 A사를 ‘건설공사발주자’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항만공사 판결 이전에 하급심 법원에서, 안전관리 활동에 관여한 사정만으로 도급인으로 판단하게 된다면, 건설공사에 덜 관여할수록 ‘도급인’으로 지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고려와 함께 건설공사발주자라 하더라도 건설관련 법령에서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건설공사에 관여한 사정만으로 도급인으로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이 건설공사를 최초로 도급한 사업주의 면책 범위를 일반적으로 넓히거나, 항만공사 판결과 달리 건설공사발주자성을 완화하여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존의 법리에 따라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하되 개별 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결국, 건설공사를 최초로 발주(도급)한 사업주라도 해당 시설·장소와 위험요소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전담조직과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설계·공정·작업계획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다면, 여전히 도급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도급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지위는 개별 사안의 계약 내용과 실제 관여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가 문제될 수 있는 사업주로서는 도급의 목적 달성을 위한 점검·조정·확인 등의 조치를 통해 산업재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함과 동시에 해당 관여 업무의 성격과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형사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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