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무단결근 사실은 인정되나, 배치대기 발령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해고는 부당하다고 본 사례
2026.08.31.
노동팀 뉴스레터 제27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두48206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차량부품 등의 제조·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원고의 사내협력업체인 A사에 입사하여 원고의 울산공장에 파견되어 근무하던 중 2005. 2. 2. 불법파업 및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징계해고된 사람입니다.
이에 참가인은 원고와 A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를 참가인의 사용자로 볼 수 없고, A사는 폐업하였으므로 구제신청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및 A사에 대한 구제신청을 모두 각하하였습니다(이하 ‘1차 재심판정’). 그러나 1차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2010. 7. 22. ‘참가인에게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고용간주 조항이 적용되어 참가인은 A사에 입사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인 2004. 3. 13.부터 원고에 의하여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는 2012. 5. 2. 원고의 2005. 2. 2.자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원고에게 참가인에 대한 원직복직을 명하는 내용으로 재처분 판정을 하였습니다(이하 ‘2차 재심판정’).
원고는 2차 재심판정으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난 2013. 1. 7. 참가인에게 담당할 업무나 작업 장소, 기간을 전혀 지정하지 아니한 채 ‘배치대기’를 명하는 인사발령을 하였고(이하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 참가인은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이 단체협약 제36조에 따른 적법한 원직복직 명령의 이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에 불응하여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6. 12. 20. 참가인이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일인 2013. 1. 7.부터 927일간 무단결근을 지속하였다는 사유로 참가인을 해고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해고’).
참가인은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10. 11. 이 사건 해고의 징계사유(무단결근)는 인정되나 그 징계양정이 과도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8. 12. 13. 선고 2017구합83416 판결)은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이 2차 재심판정에 따른 원직복직 명령 이행에 해당하지 않아 참가인의 결근을 무단결근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한편, 제1심 선고 이후 참가인이 원고를 상대로 2005. 2. 2.자 해고의 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한 관련 민사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참가인이 이에 불응하여 출근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1다169 판결, 이하 ‘관련 민사사건 대법원 판결’).
원심(서울고등법원 2024. 6. 12. 선고 2019누31497 판결)은 관련 민사사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정당성 및 참가인의 무단결근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해고의 징계양정이 과도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고가 참가인에 대하여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의 징계처분을 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써 이 사건 해고가 위법이라는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수긍한 원심의 판단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참가인은 원고의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이 중앙노동위원회의 2차 재심판정 및 단체협약 제36조에 따른 적법한 원직복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에 불응하여 장기간 출근하지 않았으나, 관련 민사사건의 대법원 판결 판시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은 정당하고 이에 불응하여 출근하지 않은 참가인의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무단결근에 해당한다고 인정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해고의 징계사유(무단결근)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의 무단결근과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이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정 내지 그 책임을 참가인에게만 돌릴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
② 만약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이 위법하거나 정당하지 않다면, 참가인이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에 불응하여 출근하지 않은 것을 무단결근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인데, 2024. 1. 4. 관련 민사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적어도 2016. 12. 20. 이 사건 해고 당시까지는) 참가인이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적법성 여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의문을 가지고 다툴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
③ 또한, 관련 민사사건의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20. 12. 18. 선고 2013나74198 판결)은 오랜 심리 끝에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은 담당할 업무 및 작업 장소를 전혀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서 적법한 원직복직 의무의 이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에 따라 참가인으로서는 원고에 대한 근로제공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정당성 여부는 법률전문가로서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참가인이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에 불응하여 장기간 출근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정당성 여부를 오인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6대 선결 요구사항을 모두 관철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의 6대 선결 요구사항 중 근속(호봉)을 제외한 나머지 요구사항(해고기간 임금, 배치, 농성기간 근태, 농성기간 징계, 단체협약 제36조의 적용과 노사합의서 작성)은 모두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적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체협약 제36조의 적용 여부와 연계된 것이었던 점,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 이후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협의 과정에서 참가인뿐 아니라 원고 역시 상당히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⑤ 무단결근은 근로자가 근로제공이라는 기본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대한 비위행위이고, 원고의 취업규칙은 7일 이상 무단결근을 해고 사유로 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참가인의 무단결근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반적인 무단결근과는 그 경위와 본질을 달리할 뿐 아니라, 무단결근 기간이 927일의 장기간에 이르게 된 주된 이유도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참가인은 2005. 2. 2.자 해고 이후 7년 이상 복직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 이후로도 구체적인 직무가 부여된 적이 없었으므로, 일반적인 무단결근과는 달리 참가인의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특별한 경제적 손실을 끼쳤다고 보이지 않는다. 물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있었더라도 그에 대한 사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참가인이 출근 자체를 장기간 거부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원고의 주장과 같이 무단결근의 책임을 참가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부당해 보이고, 그에 대하여 원고가 해고라는 가장 무거운 징계처분을 한 것도 지나치게 가혹해 보인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자에게 무단결근의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사용자의 취업규칙에서 7일 이상 무단결근을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무단결근에 이르게 된 경위, 사용자의 인사조치의 적법성에 관한 다툼의 여지, 무단결근이 사용자의 사업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고의 징계양정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입니다.
한편, 최근 하급심 판결 중 대상판결과 유사하게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 내지 복직통보 후 근로자의 미복귀가 문제된 사안에서, 복직통보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근로자의 미복귀가 무단결근에 해당하고, 이를 이유로 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4. 9. 선고 2025나12415 판결, 상고심 계속 중). 위 사례에서는 사용사업주가 복직 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 담당할 구체적 직종 및 보수 기준 등 근로조건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안내하였다는 점 등에서 복직통보의 적법성이 인정되었습니다. 반면,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장기간 계속되었다는 사정이 근로자의 무단결근에 대한 징계양정을 평가하는 데 있어 주요 참작사유로 고려되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로서는 노동위원회 등의 복직명령을 이행하는 인사조치를 함에 있어 복직통보 단계에서부터 그 내용과 이행 방식을 명확히 하여 향후 그 적법성을 둘러싼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대상판결의 경우 관련 민사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 사건 배치대기 발령의 적법성이 최종적으로 인정되었음에도, 그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장기간 계속되었다는 사정 자체가 근로자의 무단결근에 대한 징계양정의 주요 참작사유로 고려되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근로자의 결근이 복직조치의 적법성에 관한 다툼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에는 분쟁의 경위 등 결근에 대한 참작사유를 면밀히 검토하여 징계양정을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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