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미국에 투자하는 것도 무조건 노동조합과 교섭을 해야 하나요?
2026.08.31.
노동팀 뉴스레터 제27호 (03) 노동칼럼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지칭되는 개정 노동조합법(2026년 3월 10일 시행)의 본격적인 적용과 함께 노동 현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인사·경영권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사업경영상 결정’이 단체교섭이나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산업계의 혼선이 크다. 회사 고유의 경영 결정인데, 노조와 합의하지 않으면 파업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영진의 우려 섞인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에는 사용자의 교섭 의무는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대우에 관한 사항에 한정되었다. 경영, 인사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교섭 의무가 부정되었다. 그런데 개정 노동조합법에는 노동쟁의의 범위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포함되었다. 이제는 일정한 조건하에 경영상 결정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있는지의문이 들 수 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올해초 발간한 개정노동조합법 해석지침(2026년 2월 발간)을 통해 일정 부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 투자나 자본·설비 도입처럼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추상적·잠재적인 수준에 그치거나, 상법상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은 여전히 의무적 교섭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견해이다. 한편 신규 채용이나 결원 충원, 정리해고 및 업종전환 등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지만 이로 인해 기존 조합원의 업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해고·감원이 상당 부분 예상되는 경우라면 교섭 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기준에서 살펴보면 최근 많이 문제되는 인공지능(AI) 도입이나 기후위기 대응과 같은 포괄적인 의제는 도입 당시 근로조건의 변동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면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아직 명확한 법원 판결이나 노동위원회 선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기업들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정교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조의 요구가 경영권 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강경하게 거부를 고수하다가는 불성실 교섭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과거에 유사한 사항에 대해 교섭한 전례가 있다면 더욱 문제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개정법 시행 이후 해석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쳐 신중히 임하겠다는 취지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사용자의 교섭 의무가 인정된다고 해서 노조가 요구하는 내용 그대로 합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회사의 본질적인 인사·경영권이 제약되는 방식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는 없으므로 노조와 성실한 대화를 통하여 이 부분을 잘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모호한 경영권 관련 기준아래 노조의 개별 요구안의 법리적 타당성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교섭에 임하는 부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본 칼럼은 이태은 변호사가 서울경제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서울경제신문, 26.07.11. https://www.sedaily.com/article/20066415?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