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기관으로의 이직이 예정된 근로자에 대한 명예퇴직 불승인 결정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
2026.06.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6. 5. 19. 선고 2025가단9138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피고 A공사에 각 30년 이상 근속한 이후 퇴직한 근로자들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2025. 6. 10. 명예퇴직을 신청하였으며, 피고의 인사규정시행세칙은 명예퇴직 불승인 사유로 (ⅰ) 징계의결요구·징계처분·징계처분으로 인하여 승진임용 제한기간 중에 있는 자, (ⅱ) 직위해제 중에 있는 자, (ⅲ) 휴직 중에 있는 자, (ⅳ) 임원 승진이나 자회사 취업이 예정된 자(자회사 취업심의 신청자 및 자회사 채용응시자 포함)를 정하고 있습니다.
피고 중앙인사위원회는 2025. 6. 16., ‘원고들이 A공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B공단으로의 채용 관련 경력사항 조회 요청이 피고에 접수되었고, 이에 대한 회신 직후 명예퇴직원이 제출된 바 있는 점으로 보아 경쟁기관 전직을 전제로 한 명예퇴직 신청으로 판단된다’고 보아, 명예퇴직 제도의 목적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을 명예퇴직 대상자로 추천하지 않을 것을 의결하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2025. 6. 17.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음을 통보하였고(이하 ‘이 사건 불승인 결정’), 그 사유로 ‘경쟁기관으로의 전직을 전제로 한 명예퇴직 신청, 명예퇴직 제도 취지, 우리 공사 경영 여건 및 인력 운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음’을 밝혔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와 B공단은 설립 근거 및 목적이 달라서 경쟁기관으로 보기 어려우며, 피고는 다른 명예퇴직 신청자들은 모두 승인을 하여 왔는데 원고들에 대해서만 인력 운영 안정성을 이유로 승인을 하지 않은 이 사건 불승인 결정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어서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명예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을 근거로, 이 사건 불승인 결정은 정당하므로 피고에게는 원고들에 대한 명예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명예퇴직 제도의 취지 및 목적
명예퇴직이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다음 이를 승인함으로써 당사자들의 합의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다. 사용자가 장기근속자의 정년 이전 조기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퇴직일부터 정년까지 기간이 길수록 많은 금액이 지급되는 내용의 명예퇴직금제도를 설정하여 운영하는 경우, 그 명예퇴직금은 후불임금이라기보다는 조기 퇴직에 대한 사례금 또는 장려금이라는 성격이 강하므로(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80781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명예퇴직을 승인함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의 재량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불승인 결정의 정당성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에게 원고들의 정년 이전 조기퇴직을 유도하여야 할 만한 사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은 B공단에 지원하여 최종 합격을 확인한 후 그 이직을 목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는바, 이러한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은 정년 이전의 퇴직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을 보상함으로써 장기근속자의 정년 이전 조기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명예퇴직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A공사법 제1조,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피고의 사업 범위에 공항 건설 관련 사업도 포함되어 있어 B공단의 사업 영역과 일부 중첩되고, 2024년 B공단 설립 후 피고 근로자 26명이 B공단으로 이직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가 B공단을 경쟁기관으로 본 것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③ 피고가 이직 목적의 명예퇴직 신청임을 알고도 이를 승인한 사례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해당 시기별로 처한 예산 상황, 인력수급계획, 명예퇴직 신청자의 구체적·개별적 상황 등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일정한 근속요건을 갖추면 명예퇴직이 당연히 허용되리라는 정당한 신뢰 내지 합리적 기대를 부여하였다거나 원고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명예퇴직금제도가 후불임금이 아닌 조기퇴직에 대한 사례금 또는 장려금의 성격을 가지는 이상, 사용자가 명예퇴직 신청을 승인함에 있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재량을 행사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경쟁기관으로의 이직을 목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경우, 사용자가 명예퇴직 제도의 취지(정년 이전 조기퇴직 유도), 해당 기관과의 경쟁관계, 이직 후 고용·소득 안정성 유지 또는 상승 여부, 회사의 인력 운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명예퇴직 신청을 불승인하더라도 이를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일정한 근속요건을 갖춘 근로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이를 반드시 승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가 동종·경쟁기관으로의 이직을 전제로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는 제도 취지 및 조직 운영상의 필요성 등을 근거로 이를 불승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불승인 결정이 자의적이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심의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상판결은 항소기간 도과로 확정되었습니다.
※본 소송은 율촌에서 수행하여 승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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