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원청회사는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속한 노동조합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6.06.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6. 5. 21. 선고 2018다296229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선박건조 및 수리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피고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수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의 사업장 안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왔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를 그 산하에 두고 있는 전국 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2016. 4. 11.부터 2016. 5. 20.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이 사건 지회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의 사항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자신이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2025. 9. 9. 법률 제21045호로 개정되기 전의 노동조합법(이하 ‘구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1995. 12. 22. 선고 95누3565 판결, 1997. 9. 5. 선고 97누3644 판결, 2008. 9. 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등에서 노동조합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 함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왔습니다(이하 ‘종전 법리’).
한편 2026. 3. 10.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제2조 제2호에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후문을 추가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였으나, 위 신설조항에 관하여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2016년경의 단체교섭 요구 거부를 이유로 단체교섭의무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과 같이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범위와 관련하여 종전 법리를 유지할지 여부였습니다.
다수의견은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여,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종전 법리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고 보면서도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에 따라서는 사용자의 범위를 다르게 볼 수 있음을 전제로 판단한 경우가 있으나, 단체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 이하 ‘단체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단체교섭은 근로계약 등 계약관계에 관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위한 단체협약의 체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범위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원청회사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② 노동조합법 제90조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단체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 구성요건에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일 것이 포함되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과 관련하여 구 노동조합법 제2조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
③ 최근 노동조합법의 개정 내용과 경위를 보더라도, 개정이유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하여 노동3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입법자는 대법원의 종전 법리를 존중하는 전제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기 위해 제2조 제2호 후문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입법적 결단을 하여 법을 개정한 것이 분명하다.
④ 법원은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향후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의 개념을 해석하면 충분하고,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되는 2016년경의 단체교섭 사안에 관하여 종전 법리를 변경하여 개정 노동조합법의 규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단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은, 새로운 유형의 노무제공관계가 등장하면서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맞추어 노동3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발전시키는 것이 대법원의 시대적 과제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도급인이 수급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그 도급인은 수급근로자의 노동조합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때 반대의견은 도급인이 수급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는, (ⅰ) 수급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도급인이 사실상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어서 해당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일부라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되고, (ⅱ) 나아가 수급근로자·수급인·도급인 사이 노무제공관계에서 나타나는 수급근로자의 도급인에 대한 경제적 종속성의 실질에 비추어 수급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도급인에 대하여도 해당 교섭사항에 관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시킬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에 한정된다는 종전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과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구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수의견이 (ⅰ) 단체교섭이 단체협약의 체결을 전제로 하는 이상 단체교섭의무의 유무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ⅱ)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이 예정되어 있는 이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 해석에 있어서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자 한 개정 노동조합법 하에서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는 엄격한 해석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인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가 예상되는 의제별로 실질적 지배력의 인정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질적 지배력의 인정 가능성이 높은 교섭의제에 대하여는 교섭범위의 한정이나 교섭단위의 조정 등과 관련하여 협상 전략을 설계하고, 실질적 지배력의 인정 가능성이 낮은 교섭의제에 대하여는 그러한 판단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를 정비하여 두는 등의 철저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첨부파일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