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응하여 한국철도공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장관, 국방부장관이 군 인력을 지원한 행위가 단체행동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사례
2026.06.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5호 (02) 최신판례
[대상결정: 헌법재판소 2026. 4. 29. 선고 2019헌마1441 결정]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인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청구인’)이 피청구인인 국토교통부장관 및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입니다. 청구인은 철도 운영업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철도공사와 사이에 2019년 임금협약 및 보충협약 체결과 관련하여 교섭하였으나 해당 교섭이 결렬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도 불성립으로 종결되자, 2019. 9. 및 11. 두 차례 파업에 돌입하였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위 각 쟁의행위에 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대체인력의 투입을 요청하였고, 이에 국토교통부장관은 국방부장관에게 대체인력의 파견을 요청하였으며, 국방부장관은 각 쟁의행위 기간 중 기관사·차장·통제관 등 합계 344명(1차) 및 373명(2차)의 군 인력을 지원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지원행위’).
청구인은 쟁의행위 기간 중 피청구인들이 군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지원한 행위로 인하여 단체행동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청구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지원행위는 국가가 우월적 지위에서 국군통수권을 행사한 고권적 작용이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②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한 단체행동권 행사는 재난안전법상 국가기반체계 마비나 철도산업법상 천재·지변 등에 준하는 상황에 해당하지 않아 위 조항들이 군 인력 투입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노동조합법 제43조는 사인 간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일 뿐이어서 국가의 군 인력 투입을 정당화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지원행위는 법률상 근거 없이 이루어져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③ 청구인은 필수유지운행률 유지 인력을 두어 업무를 계속하였고 민간 대체인력도 상당수 투입된 상황이었음에도, 이 사건 지원행위로 필수유지운행률을 초과하는 운행이 이루어져 단체행동권이 사실상 형해화되었으므로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
④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의 형벌적 강제, 사용자의 민간 대체인력 사용, 고용노동부장관의 긴급조정 등 보다 완화된 대안이 있음에도 군 인력을 투입하여 쟁의행위를 봉쇄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
⑤ 이 사건 지원행위는 필수공익사업장 근로자와 그 밖의 민간 사업장 근로자를 합리적 사유 없이 차별취급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2. 결정 요지
대상결정은 관여 재판관 9인 중 과반수인 6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여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였습니다. 대상결정의 각 각하의견 요지는 아래와 같이 두 갈래로 나뉘었고, 별도로 3인의 인용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가. 보충성 요건 흠결을 이유로 한 각하의견 요지(재판관 김형두, 정정미, 정계선)
① 헌법소원심판은 그 본질상 예비적·보충적인 최후의 수단이므로, 다른 법률이 정한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야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② 이 사건 지원행위는 피청구인들의 군 인력 지원 결정(이하 ‘이 사건 지원결정’)이 현실적으로 집행된 행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사건 지원결정은 한국철도공사에게는 수익적 결과를, 단체행동권을 행사한 청구인에게는 쟁의행위의 실효성이 현저히 저하되는 침익적 결과를 발생시키므로, 청구인은 그 적법 여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지원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③ 이 사건 지원결정은 늦어도 보도자료 배포 시점에 이루어져 실제 지원행위와 시간적 간격이 있어, 청구인이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를 통해 적시에 실효적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고, 군 인력 대체투입의 가부에 관한 판단은 구체적 사실인정과 법령 해석을 수반하므로 법원의 심급별 판단을 거치는 것이 청구인에게도 더 넓고 유효한 구제방법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지원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④ 따라서 청구인은 집행행위에 불과한 이 사건 지원행위가 아니라 이 사건 지원결정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 이 사건 지원결정의 처분성에 관하여 확립된 판례가 없으나 이는 단지 항고소송 없이 곧바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기 때문일 뿐, 법원을 통한 권리구제 허용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나. 권리보호이익 요건 흠결을 이유로 한 각하의견 요지(재판관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① 권리보호이익은 심판청구 당시뿐만 아니라 결정 당시에도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각 쟁의행위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지원행위가 모두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② 한편 침해행위가 종료되었더라도 같은 유형의 침해가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위헌 여부의 해명이 헌법질서 수호·유지를 위해 긴요하여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이익이 인정되어 이미 종료된 침해행위가 위헌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③ 그런데 피청구인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노동조합법 제43조 제3항·제4항 및 철도산업법 제36조 제2항 등이 이 사건 지원행위를 규율하는지, 지원행위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쟁의행위의 경위·모습·적법 여부, 군 인력 대체투입 당시의 개별적·구체적 상황 및 그 불가피성 등을 고려한 구체적 사실관계의 확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④ 따라서 그 판단은 원칙적으로 이 사건에 국한하여서만 의미를 가지고, 다른 사안에 적용될 일반적 징표를 추출하기 어려우므로, 일반적·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지닌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청구인이 주장하는 법률적 근거의 존부,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의 범위, 대체인력 제도의 부당성 등도 결국 법률의 해석·포섭·적용 문제로서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종합 고려해야 하므로,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 국한해서만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이 사건 지원행위는 개별적 특성이 강한 공권력 행사로서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이 있다거나 그 헌법적 해명이 긴요하다고 보기 어려워, 예외적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다. 인용의견 요지(재판관 김상환, 마은혁, 오영준)
①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으면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야 청구할 수 있으나, 권리구제절차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여 전심절차 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을 때에는 보충성 원칙의 예외가 인정된다. 행정처분은 내부적 성립요건과 외부에 대한 표시라는 외부적 성립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존재하고, 외부적 성립 여부는 행정의사가 법령 등에서 정하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피청구인들이 행정의사를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기록상 없고 이를 처분으로 본 확립된 대법원 판례도 없어, 이 사건 지원결정이나 지원행위는 행정처분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법원의 재판절차를 통한 권리구제 허용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여 항고소송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보충성의 예외가 인정된다.
일회적·특정 상황의 사실행위에 대한 평가라도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지원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철도사업의 쟁의행위에 군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행위가 법률적 근거를 가지는지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이러한 유형의 투입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헌법적 판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나 헌법재판소가 아직 해명한 바 없다. 나아가 철도사업 쟁의행위에 대한 군 인력 대체투입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이 사건 청구 이후 2023년·2024년 철도노조 쟁의행위 시에도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앞으로도 동종의 공권력 행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그 단체행동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므로,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
② (본안에 대한 판단) 피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노동조합법 제43조 제3항, 제4항, 철도산업법 제36조 제1항, 제2항 및 재난안전법 제15조의2가 이 사건 지원행위의 법률적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법률상 명확한 근거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지원행위는 법률에 근거한 단체행동권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지원행위는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또는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필요 없이 헌법에 위반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결정은 필수공익사업인 철도사업 종사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하여 정부가 군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지원한 행위의 위헌성이 헌법재판소에서 다투어진 사건입니다. 결론은 각하였으나, 관여 재판관 9인의 의견이 보충성 흠결 각하의견(3인), 권리보호이익 흠결 각하의견(3인), 본안 인용의견(3인)으로 나뉘어, 공익사업에서 쟁의행위 발생시 군 대체인력 투입의 헌법적 정당성에 관하여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재판관 3인의 인용의견은 군 인력 대체투입을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단체행동권을 직접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로 보고,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하는 국군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근거가 더욱 명확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인용의견은 이러한 전제에서 정부가 군 인력투입의 근거로 든 노동조합법 제43조 제3항·제4항은 필수공익사업 사용자의 사법상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하는 규정일 뿐 국가의 군 인력 지원 권한을 부여한 규정이 아니라고 보았고, 나아가 필수유지업무가 유지·운영되는 한 천재·지변 등에 준하는 사태로 볼 수 없고, 추상적 협조의무만 정하였으며, 쟁의행위는 재난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재난사태 선포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철도산업법, 재난안전법 또한 이 사건 지원행위의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결국 이 사건에서의 군 인력 대체투입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논증하였습니다. 이는 법정의견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향후 동종 분쟁이 발생하거나 입법 논의가 이루어질 경우에 검토 기준으로 원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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