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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분할약정을 이유로 한 지급 거절은 미지급의 ‘상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6.06.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5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6. 4. 22. 선고 2025고정728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상시 근로자 3명을 사용하여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업장의 대표자이고, 근로자 A는 위 사업장에서 2004. 3. 2. 부터 2025. 1. 31. 까지 생산관리 업무를 수행하다가 퇴직하였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나, 피고인은 이에 위반하여 근로자 A에게 퇴직금 23,846,842원을 당사자 사이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2. 판결 요지

피고인은 (ⅰ)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일부 퇴직금을 지급하였고, (ⅱ) 퇴직금 명목으로 기지급한 금원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퇴직금 채권을 상계할 수 있고, (ⅲ) 여러 차례 지급되고 근로자 A가 상여금이라고 주장하는 합계 5,500만 원의 ‘생활안정자금’이 대여금이므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가. 퇴직금 분할약정의 효력과 퇴직금채권에 대한 상계 가능 범위

이 사건에서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인정되기는 하나,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다만 사용자는 이미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압류금지채권인 퇴직금채권의 1/2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006. 8. 5. 부터 2019. 7. 31. 까지의 미지급 퇴직금 57,202,619원 중,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기지급받았고 근로자 A도 공제에 동의한 33,355,777원을 제외한 나머지 23,846,842원은,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압류금지채권으로서 사용자가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

나. 피고인의 퇴직금 미지급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부정

퇴직금 분할약정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요구를 거절한 것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제출한 각서만으로는 여러 차례 지급되고 근로자 A가 상여금이라고 주장하는 합계 5,500만 원의 ‘생활안정자금’을 대여금으로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역시 위와 같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이른바 ‘퇴직금 분할약정’을 하였을 때,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 등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퇴직급여법 제8조 등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것이 일관된 대법원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등).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의 퇴직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퇴직급여법위반죄가 성립하는데, 대법원은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퇴직급여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 퇴직금 미지급에 그 고의가 결여되었다고 보아, 유죄 인정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른 기지급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미지급의 ‘상당한 이유’ 인정여부를 다투었으나, 퇴직급여법 위반죄의 고의를 조각하는 ‘상당한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로, 사용자가 스스로 강행법규를 위반하는 방법으로 퇴직금을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지급의무를 다투는 것은 실질적으로 ‘법령의 부지’를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 피고인은 근로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지급한 합계 5,500만 원의 ‘생활안정자금’이 대여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는 주장, 즉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근거가 있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보이나, 법원은 위 금원이 대여금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주장 역시 배척하였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의 판시 취지 및 대여금 채권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는 법리 및 유사사례(춘천지방법원 2021. 10. 15. 선고 2020노667 판결)를 고려하면, 설령 위 금원이 대여금으로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의무가 인정된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결론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퇴직금 지급의무를 다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퇴직금 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은 근로자의 동의 없이 상계할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지급 보류·거절이 곧바로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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