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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여부에 관한 최근 판결과 기업의 대응 방안

2026.06.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5호 (03) 노동칼럼


1. 들어가며


기간제 근로자가 2년을 근무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경우, 실무상 정규직과 구별하기 위해 소위 '무기계약직'으로 불려왔다. 그런데 무기계약직은 법적으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면서도, 실제 인사·보수체계에서는 정규직과 구별되는 별도의 직군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의 처우 차이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꾸준히 문제돼 왔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무직 근로자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가지는 고용상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이하 대상판결)은 일반 사업장에서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연봉직의 지위를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봐 이를 이유로 한 임금 차등을 위법한 차별로 판단했다.


2. 대상판결의 내용


가. 사건의 경위


대상판결의 원고들은 방송국에서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다. 방송국에 소속돼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은 ①호봉직, ②연봉직, ③프리랜서, ④계약직, ⑤파견직 중 하나의 형태로 고용됐는데, 호봉직과 연봉직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는 점은 같지만, 임금 산정방식이 상이했다. 이로 인해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로 채용되면 2년의 일종의 시용기간 동안에도 호봉제로 급여를 지급받았는데, 연봉직으로 채용되면 2년의 시용기간을 거친 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인정되나, 호봉직이 아닌 (기간제) 계약직 근로자와 동일한 연봉 산정 방식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았다.


원고들은 연봉직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호봉직 근로자들과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받은 것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호봉직 근로자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의 차액 등을 청구했다.


제1심 판결은 연봉직 또는 호봉직 근로자라는 지위 또는 고용형태가 '계속적·고정적인 지위'에 해당하지 않고,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도 아니라고 해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비춰 볼 때, 연봉직과 호봉직 디자이너들은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고 차등 대우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봐 원고들의 예비적 주장을 인용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제1심 판결과 달리, 연봉직의 고용형태가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고용형태'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봐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고,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을 인용했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성별, 국적, 신앙 이외의 것으로서 사회제도나 문화, 관행 등으로 인하여 근로 내용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근로조건 결정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정형화·토착화시키는 사회적 힘을 가진 계속적 지위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지위는 반드시 영구적이거나 장기간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될 수 있는 속성의 것이면 충분하다"고 봤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무기계약직'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지위로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상판결은 기업이 다양한 기능과 역할의 근로자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임금의 항목과 요건을 다양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면서도, 이러한 경영상 필요는 차별의 '합리적 이유'의 심사 단계에서 사용자의 재량을 존중하는 해석을 함으로써 충분히 고려될 수 있으므로, 무기계약직을 사회적 신분에 포섭함으로써 차별심사의 '첫 관문'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상판결은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을 일괄적으로 부인하여 무기계약직에 대한 어떠한 차별에 관해서도 사법심사의 가능성을 봉쇄할 경우에는 매우 극단적인 차별까지도 방치되는 폐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은 연봉직과 호봉직 디자이너들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 차이가 있었다고 봐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을 인정했다.


3.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가.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 이는 공공부문의 공무직에 관한 해석으로서 민간기업의 무기계약직 사안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상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일 뿐,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그 의미를 한정한 바 있다. 


나아가,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은 차별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달리하나, 모두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본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즉, 대법관 상당수가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므로, 공무원에 대한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에 단순히 고용형태의 차이만으로 급여 등 근로조건에 차이를 둘 경우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으면 추후 법적으로 문제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다만, 아직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은 없는 상황이므로, 당분간 하급심에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나. 기업의 대응 방안


실무에서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의 담당업무를 명확히 구분해 차별 이슈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기술, 능력, 근무환경 등의 구별을 통해 두 직군 간 차등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에 관한 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판례는 차별적 처우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급부의 실제 목적, 고용형태의 속성과 관련성, 업무의 내용 및 범위·권한·책임, 노동의 강도·양과 질, 임금이나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4두43288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이러한 기준을 참고할 수 있다.


대상판결도 호봉직과 연봉직 디자이너들이 제작하는 그래픽의 수, 제작 기한, 그래픽이 사용되는 방송의 성격(생방송인지, 녹화방송인지) 등을 기준으로 담당 업무의 내용, 난이도 및 업무수행에 요구되는 능력, 노력, 작업 환경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임금 차이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검토했다.


또한, 대상판결은 입사자격과 채용경로의 차이는 차별 판단의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할 뿐 아니라 합리적 이유를 인정받기에도 부족한 사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는바,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입사자격과 채용경로의 차이만으로는 차별이 부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대상판결은 계약직 디자이너들이 피고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연봉직으로 전환됐으므로, 공개 채용 절차보다는 경력직 채용 절차의 차이를 주되게 고려해야 된다고 봤다. 즉, 호봉직 디자이너들의 공개 채용 시 '서류전형(1차)→필기시험(2차)→실무전형(3차)→현장실무능력 평가(4차)→ 임원면접(5차)'에 이르는 채용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더라도, 경력직 채용 절차에서는 호봉직과 연봉직 모두 3단계 채용 절차(서류전형→실무전형→임원면접)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공개 채용 절차뿐만 아니라, 경력직 채용 절차에서도 명확한 차이가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위험성을 낮추는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실무적으로 공개 채용은 장기적인 인력운영을 목표로 다수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필기시험이나 실무능력 평가 등을 통해 기본적인 역량과 잠재력을 검증하는 데 중점이 있는 한편, 경력직 채용은 특정 시점의 인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미 일정한 업무 경험을 전제로 경력과 직무적합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대상판결과 같이 경력직 채용 절차를 기준으로 해 양 집단 간 채용경로의 차이를 축소해 평가하는 접근에는 다소 의문이 있다. 이와 같은 부분은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향후 관련 판결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 추가로 고려할 사항


설령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차별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국립대학의 전업 시간강사와 비전업 시간강사 사이 강의료 차등을 둔 것이 문제된 사안에서 남녀 차별과 관련이 없음에도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인용했다. 이후 선고된 하급심 판결 중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성별 간 임금 차별 이외의 사안에서도 일반화해 적용한 사례가 있고, 최근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입법화하려는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사회적 신분 해당 여부와 별개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 사이의 차등 처우를 정당화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또는 다른 직군 간에 차등 처우를 둘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단순한 제도적 구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의 내용에 있어서 명확한 차이를 두고 차등 처우의 '합리적 이유'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본 칼럼은 곽민지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6년 5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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