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분쟁 중 사용자의 복직명령 거부를 이유로 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사례
2026.05.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4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수원고등법원 2026. 4. 9. 선고 2025나12415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과학기술분야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고, 원고들은 파견직 근로자들입니다.
피고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였는데, 그러던 중 원고들의 근무 기간이 2년을 넘게 되었고,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 이행(근로자 지위 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이하 ‘선행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피고는 선행소송의 제1심 소송 진행 중에 원고들과 기간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계약 기간이 만료될 무렵 원고들에게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기존 직군(행정원 등) 이외에 기존 직군을 상시·지속적으로 보조하는 ‘사무보조직’을 추가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선행소송의 제1심 법원에 ① 주위적으로 피고의 ‘행정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행정원’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상당액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② 예비적으로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사무보조직’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상당액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선행소송의 제1심 법원은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여,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피고에게 원고들에 대하여 ‘행정원’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 10. 13. 선고 2018가합104172 판결).
피고는 선행소송의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제2심 계속 중에 원고들에게 ‘① 원고들의 근로관계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② 다만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으므로 우선 피고가 신설한 ‘사무보조직’으로 복직하되, 향후에 원고들의 지위가 ‘행정원’으로 확정될 경우 그에 따른 임금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함으로써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복직통보(이하 ‘이 사건 복직통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는 피고가 제시한 기한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무단결근으로 간주하여 인사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피고가 제시한 복직 조건이 선행소송의 제1심판결에 반하고 제2심의 판단에 따라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피고의 이 사건 복직통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선행소송의 제2심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다만 피고가 원고들에게 ‘사무보조직’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차액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2나24489 판결). 위 제2심 법원은 피고가 복직을 명한 기간 이후부터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원고들이 복직하지 못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복직통보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피고가 임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판결은 원·피고 모두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선행소송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 피고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들에 대해 ‘무단결근’의 징계사유를 이유로 해고 처분(이하 ‘이 사건 해고’)을 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 법원은 ① 이 사건 복직통보가 정당한 인사명령에 해당하므로 이에 불응한 원고들의 행위는 피고의 징계사유인 무단결근을 구성하고, ②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나, 대상판결 역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복직통보가 정당한 인사명령에 해당하므로, 이에 불응한 원고들의 행위는 피고의 징계사유인 무단결근에 해당하고, 이를 이유로 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가. 이 사건 복직통보의 법적 성격
이 사건 복직통보는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사용자의 지위에서 근로관계의 상대방인 원고들에게 근로제공의무의 이행을 촉구하는 복직명령과 함께 복직 시부터 이 사건 선행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원고들이 수행할 직무의 내용을 지정하는 전보처분을 한 것이라고 인정된다.
나. 이 사건 복직통보의 효력
이 사건 복직통보로써 이루어진 복직명령과 전보처분은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복직명령과 전보처분이 피고가 사용자로서 가지는 인사명령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하였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① 복직을 명한 부분: 사용자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원칙적으로 원직에 복귀시켜야 할 것이나, 해고 이후 복직 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그 일이 비록 종전의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1다169 판결 등). 원고들이 가지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이 사건 복직통보에서 정한 복직일 당시에 이미 존속하는 이상 원고들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과 피고의 근로관계가 장래를 향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 피고의 입장임을 명확하게 밝혔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근로제공의무의 이행을 촉구한 것이 부당한 인사명령으로 보기 어렵다.
② 전보처분 부분: (업무상 필요성) 피고는 이 사건 근로관계가 종료된 때로부터 약 4년간 근로관계에서 벗어나 있었던 원고들에 대해 선행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사무보조직의 직무를 수행하게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생활상 불이익) 이 사건 복직통보 당시 이 사건 선행사건 제1심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고, 원고들이 피고에게 행정원의 근로조건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 사실도 없는바, 이 사건 선행사건 제1심판결에 따른 원고들의 잠정적인 지위가 인사명령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의 판단에서 고려하여야 할 생활상의 이익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들에게 일부 생활상의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들에게 우선 사무보조직의 근로조건을 적용하되 이 사건 선행사건 항소심에서 행정원의 근로조건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 미지급 임금을 산정하여 소급 지급하겠다고 여러 차례 명시적으로 밝혀 경제적 불이익의 해소를 약속한 점, 사무보조직 직급과는 무관하게 원고들이 수행할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은 원고들이 과거 실제 해왔던 업무와 동일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에게 현저한 생활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성실한 협의절차)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인사명령이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는 없으며, 피고가 최초로 복직통보를 한 때로부터 여러 차례 원고들의 입장 표명 요구에 응하여 원고들과 피고의 근로관계가 장래를 향해 계속 유지된다는 점 등을 밝혀 왔으므로, 적어도 최후의 복직명령일로 정한 일자에는 복직명령 및 전보처분에 필요한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다. 추가 판단
① 설령 이 사건 각 통보에 따른 인사명령이 근로조건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유효한 인사명령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기간제 근로계약 중 기간을 정한 부분은 무효에 해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각 통보 당시 근로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처럼 유효한 근로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근로조건에 관한 자치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근로조건을 확정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근로관계를 근거로 하는 사용자의 인사명령은 기본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② 피고가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이 기재된 서면을 별도로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근로조건의 주요 내용에 관하여 적용되는 피고의 위 규칙 등의 존재와 그 내용을 알고 있었던 이상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피고의 인사명령이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피고가 형사처벌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근로관계에 기해 이루어진 피고의 정당한 인사명령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③ 이 사건 각 통보 당시 원고들과 피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의 존재에 대하여는 크게 다툼이 없었는바, 근로관계의 법적 근거에 대해 다소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원고들의 법적지위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이상 그러한 불일치만으로 피고의 인사명령이 부당하다거나 원고들이 이를 따르지 않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노사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근로자는 근로제공이라는 기본적인 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가 제시한 합리적인 인사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인사처분의 정당성에 의문이 있더라도 그에 대한 항의 수단은 적정하여야 하고, 이를 이유로 사용자의 인사처분을 거부한 채 무단으로 결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한 징계해고 사유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77 판결).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비록 노사 간에 인사명령의 유효성이나 근로조건 등에 대한 다툼이 있더라도 근로자는 여전히 근로제공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분쟁 상황에서도 사용자의 합리적인 인사명령에 대한 거부 행위는 정당한 징계사유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향후 유사한 노동 분쟁을 겪는 기업들로서는, 근로자와의 분쟁 중이라고 하더라도 인사명령을 발령하고 그 불이행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는 등 사용자로서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함에 있어 대상판결을 중요한 참고 선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상고하여 현재 상소심 계속 중입니다(대법원 2026다203276호).
※본 소송은 율촌에서 수행하여 승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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