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에서 선박 접안, 배합 원료 생산 등 업무를 수행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사례
2026.05.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4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2다22559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제철소를 두고 철강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협력작업계약을 체결한 외주업체(이하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제철소 업무 중 일부를 맡겨 왔습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제철소에서 ① 선박 접안과 원료의 하역, 운반 등 업무, ② 래들 관리, 슬래브 정정 코일 연마 등 업무, ③ 롤 정비, 반입·반출, 연마 등 업무, ④ 배합원료의 생산, 운반 및 가공 등 업무를 수행하며 근무한 사람들입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협력업체들에 고용되어 피고의 제철소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과 원심은 원고들이 이 사건 협력업체들에 고용된 후 피고의 제철소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1. 2. 18. 선고 2017가합13329 판결, 광주고등법원 2022. 2. 9. 선고 2021나21332 판결).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는 점에 관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습니다. 다만 직접 고용이 간주되는 원고들 중 1인은 상고심 계속 중 정년이 도래하였으므로, 해당 원고의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보아 직권으로 이 부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관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며, 이 부분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대상판결 중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나. 배합원료 생산, 운반 및 가공 등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①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피고로부터 적합성 점검을 받은 작업표준서 및 피고 작성의 기술기준 또는 작업사양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
② 피고는 전산관리시스템과 이메일 등을 통해 수시로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작업의 대상, 작업방법, 작업순서 등을 지시하였고, 특정한 작업을 우선하여 수행할 것을 요구하거나 특정한 작업방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였다.
③ 피고는 생산계획 등에 맞추어 수시로 하역 등 업무에 관하여 작업지시를 하고, 그 지시의 이행 여부에 대하여 평가하였다.
④ 원고들의 각 작업은 피고의 연속주조공정, 압연공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일부 업무는 피고의 압연공정과 일체적, 유기적으로 맞물려 이뤄진다.
⑤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높은 전문성과 기술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업무수행 중 문제가 발생하면, 피고가 문제원인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세운 후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적용할 것을 지시하였다.
⑥ 피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에게 지급하는 대가는 주로 피고가 설정한 작업별표준인원 등을 기초로 산정되었다.
⑦ 협력업체 중 일부는 일부 컨베이어벨트를 소유하고 있으나, 독자적 사업을 영위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그 외에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시설 등은 피고가 소유하였다.
다. 배합원료의 생산, 운반 및 가공 등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① 사내 협력업체 관리직 직원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피고에게 생산량, 배합비율, 특이사항 등을 수시로 보고하였다. 피고도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수시로 해당 관리직 직원에게 생산량, 배합비율, 투입할 원료의 양 등을 지시하였고, 피고의 이러한 지시는 원고들의 업무에 그대로 관철되었다.
② 사내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원료인 펠렛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피고의 후속 공정에 문제가 발생한다. 피고 소속 직원들은 펠렛의 품질을 관리하였다. 사내협력업체의 펠렛 생산 등 업무와 피고의 제선 등 후속공정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③ 원고들이 수행한 작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높은 전문성과 기술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④ 피고가 사내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대가는 완성된 물량이 아니라 주로 사내 협력업체가 투입한 근로자의 인원 · 근로시간 등을 기초로 산정되었다.
⑤ 피고는 사내 협력업체의 인력을 감원하여 변경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을 세워 통보하였고, 해당 협력업체는 위 계획에 따라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였다.
⑥ 사내 협력업체의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시설 등은 피고가 소유하였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원청인 피고가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 과정 전반에 관하여 작업 대상, 작업방법, 작업순서, 생산량, 배합비율 등을 수시로 지시하고, 그 이행 여부까지 관리∙평가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같은 날, 피고의 사내 협력업체에서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에 관한 사건에서는, ①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수행한 포장작업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점, ②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작업량 및 작업속도 조절에 관한 일정한 재량이 있었던 점, ③ 사내 협력업체가 근무표 편성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한 점, ④ 사내 협력업체의 업무 범위가 포장 작업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협력업체가 포장설비와 관련한 다수의 특허를 등록∙출원하는 등 일정한 전문성과 기술성을 갖추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을 부정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2다225606 판결).
이처럼 동일한 사업장 내에 있는 사내 협력업체라고 하더라도,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및 수행 방식, 원청의 지휘∙명령 정도, 각 협력업체의 독립성 및 전문성 여부 등에 따라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실무에서는 실제 업무 운영 과정에서 각 협력업체의 독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지, 원청의 업무 지시가 구체적인 작업 수행에까지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 각 협력업체가 해당 업무와 관련한 독자적인 전문성∙기술성 및 조직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계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각 공정 또는 협력업체별 실제 근무 실태를 면밀히 파악함으로써, 도급계약이 불법파견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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