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에서 공장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나,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6.05.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4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2다225606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철강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피고가 운영하는 제철소의 압연공정과 관련한 각종 작업의 일부를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을 포함한 협력업체들에 도급해 왔습니다.
원고들은 참가인에 소속되어 피고의 냉연제품 포장업무를 수행하였거나, 다른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압연공정의 공장 업무를 수행하였던 근로자들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협력업체들 사이의 협력작업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9. 2. 14. 선고 2017가합12074 판결), 원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냉연제품 포장업무 및 공장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22. 2. 9. 선고 2019나21025 판결).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공장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에 대하여는 원심과 동일하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였으나, 냉연제품 포장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에 대하여는 원심과 달리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하여 원심판결 중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냉연제품 포장업무에 관한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피고는 포장업무에 관하여 2000년경까지 작업표준서의 작성을 주도하고, 2001년경 이후 작업표준서, 작업사양서의 작성·변경에 관여해 왔는데, 작업표준서 등에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가 수행해야 할 포장작업의 세부 내용과 순서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또한 피고는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해 참가인에게 포장규격과 사양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포장작업을 직접 수행한 적이 없다. 반면 참가인은 1976년경부터 포장작업을 수행하였고, 원고 1 등의 계쟁기간(원고들이 주장하는 직접고용 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발생의 요건이 되는 기간 또는 시점을 말한다) 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피고의 제철소에 포장설비를 설치한 후 운영하였으며, 계쟁기간 중인 2004년경부터 포장설비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였다. 또한 참가인은 피고에게 포장규격과 사양의 개선이나 변경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참가인은 원고 1 등의 계쟁기간 당시 이미 포장업무의 직접적인 실행 과정에 관하여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였고, 이에 따라 작업표준서 등의 작성·변경 과정에서 참가인의 경험, 기술이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었을 소지가 크다. 피고가 작업표준서 등을 통하여 참가인 소속 근로자에게 업무수행에 관하여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참가인의 포장작업은 피고가 수행하는 압연제품의 생산공정과 출하공정 사이에 이루어져 일정 정도 연계되어 있고,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은 포장 전 코일에 외관상 이상이 발견되면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연락해 그 조치에 따라 처리하였다.
그러나 참가인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작업량과 작업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고 볼 소지가 있고, 피고와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은 그 수행한 업무가 어느 정도 구분되고 서로 대체하는 관계에 있지 않았다. 원고 1 등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③ 참가인의 경험, 기술이나 의견이 작업표준서 등의 작성·변경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었을 소지가 있는 이상, 작업사양서에 작업별 표준인원이 기재되어 있고 이를 고려하여 도급금액이 산정되어 있다는 사정을 들어, 피고가 참가인의 근로자 인원 수나 근로시간을 비롯한 근로조건에 대한 일반적인 결정권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④ 참가인의 업무 범위는 포장 작업으로 한정되었고, 참가인은 포장업무의 실행 과정에 관해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면서, 포장설비에 관한 특허를 다수 등록·출원하는 등 전문성·기술성을 갖추었다.
⑤ 참가인은 1997년에 이미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으로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었다. 피고 제철소의 포장설비 중 상당수는 참가인이 소유하거나 판매·설치한 것이다. 참가인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볼 소지가 크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동일한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별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및 방식 등 근로관계의 실질에 있어 차이가 있다면,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여부도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제철소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업무의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여 근로자파견관계를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최근 대법원이 소속 회사나 수행 업무의 내용 및 방식과 같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근로자파견 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15010, 2017다15027(병합), 2017다15034(병합) 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다217728, 2022다217735(병합) 판결, 대법원 2024. 8. 23. 선고 2022다218936 판결].
한편 대상판결이 작업표준서에 기재된 내용은 물론, 그에 따라 실제 이루어지는 작업에 협력업체의 경험, 기술이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었는지 여부를 따져 도급인의 구속력 있는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 나아가 작업표준서에 협력업체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었다면, 해당 작업표준서가 작업별 표준인원을 정하는 기준이 되고 이를 기초로 도급비가 산정되었더라도 이를 도급인의 근로조건에 대한 일방적인 결정권을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에 비추어 볼 때, 기업 실무 측면에서는 작업표준서나 업무매뉴얼의 작성 및 변경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경험이나 기술,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고, 그러한 협의 과정을 객관적인 자료로 문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작업표준서 등의 문서가 도급인의 일방적인 업무지시 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급 실무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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