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매뉴얼 제공과 전산관리시스템 공유 등의 사정만으로 근로자파견관계에서의 지휘·명령이라 보기 어렵다고 본 사례
2026.05.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4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3. 25. 선고 2024나2051647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 또는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서, 피고의 공장에서 생산관리업무, 내수 판매차량 출고업무(이하 ‘내수출고업무’라고 한다), 도장업무 등을 수행한 사람들입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1차 협력업체와 체결한 도급계약 및 피고보조참가인을 통하여 2차 협력업체들과 체결한 도급계약은 모두 그 실질에 있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의 이행 및 이를 전제로 한 직접고용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를 유형별로 검토하여, 1차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도장설비업무를 담당한 원고들과 2차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내수출고업무를 담당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였고, 2차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생산관리업무를 담당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는 부정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9. 6. 선고 2021가합580332 판결). 이에 일부 원고들과 피고가 항소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2차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생산관리업무를 담당한 원고들과 1차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도장설비업무를 담당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제1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으나, 2차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내수출고업무를 담당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제1심과 달리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이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내수출고업무에 관한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한 구체적인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피고가 내수출고 담당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여부
①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게 제공된 작업표준서, 매뉴얼 등 자료들은 업무 수행에 있어 지휘·명령의 기능을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i) '표준서'라고 명명된 문서나 부착물들의 경우, 그 기재 내용을 보더라도 업무를 수행하는 개별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업무 수행에 관하여 지시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주의사항 등 업무에서의 일반적인 지침만 제시하고 있다), 하도급 업무 결과를 최종적으로 수령하는 피고의 입장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설명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이 도급의 목적물에 관하여서 요구하는 어떠한 기준이나 최소한의 조건 등을 설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도급계약과 관련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일의 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필수적이므로 이를 파견의 적극적 징표로 삼기 어렵다. 이러한 문서나 부착물 등이 하도급인이 아니라 피고에 의하여 제공되었다고 보더라도, 이에 따라 수행된 업무도 도급 범위 내에 있으므로, 이로 인해 하도급인이 사실상 형해화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ii) PDA나 스캐너의 매뉴얼은 그 명칭 그대로 도구 운용방식에 대한 설명 내지 고장 시 조치방법 등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해당 PDA 등 기기의 제조업체나 제공자가 기기의 이용자를 위하여 제공하는 사용설명서 등에 해당할 뿐이고, 이를 구체적인 업무지시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iii) 특히 출고업무 중 점검 업무 등의 경우에는, 피고 측에서 제공한 매뉴얼 등이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달성하여야 할 대강의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결국 개별 항목 점검 시에는 업무 특성상 근로자의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업무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iv) 원고들에게 제공된 위 업무표준 등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오류 등이 발생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 업무표준 등을 도구로 하여 실시간 내지 그와 근접한 시간 내에 피고가 개별 근로자들에게 업무 내용과 관련된 구속력 있는 지휘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v) 이종방지점검 매뉴얼의 경우 점검 업무 등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으나, 그 작성 주체는 출고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업체라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이를 피고가 작성·배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② 내수출고 담당 원고들의 업무에 피고의 전산관리시스템이 연동되어있기는 하나(위 원고들이 PDA를 통해 차량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거나 피고 정규직근로자의 아이디 및 패스워드로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세차장 투입 업무 등에 사용하는 것), 전산관리시스템에 등재된 정보들의 경우 차량에 대한 객관적 정보들(차량번호, 계약번호, 판매코드, 생산일자 등)이나 작업투입시간(PDI)을 나열하고 있음에 불과하고, 위 시스템 자체에 지시 기능이 존재한다거나 위 정보들에 지시 기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③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PDA 스캐너도 도급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제공되었을 뿐 피고의 업무 지시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i)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PDA 스캐너에는 피고가 위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 중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 있는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오히려 일의 결과를 보고하는 데 사용된 도구로 봄이 타당하다.
(ii) PDA 스캐너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이 제공받은 정보들 없이는 그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바, PDA 스캐너에 피고의 개별적 지시기능이 없음을 고려하면 PDA 스캐너에서 지득하게 되는 정보는 도급업무 수행을 위해 도급인이 제공하는 최소한의 정보라고 보아야 한다.
(iii) PDA 스캐너에 입력된 정보가 피고의 전산시스템과 연동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PRS 업무 공정을 거쳐 치장되어 있는 차량을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판매해야 하는 책임을 피고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그리고 위 PDA 스캐너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에도 어떠한 개별적 지시 기능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④ 내수출고 담당 원고들과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 사이에 업무와 관련하여 개별적인 전화 통화 내지 문자, 카카오톡 대화가 오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통화나 대화내역 대부분은 예외적이거나 긴급한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부득이 직접 연락을 취한 것이거나(긴급조합 업무 등도 이에 해당한다), 상호간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작업장 상황 등을 공유(인수대기장 잔존 차량 문의 등도 이에 해당한다)하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위 통화내역 등만으로 일반적, 상시적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에 의한 위 원고들에 대한 업무지시가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내수출고 담당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
① 내수출고 담당 원고들이 소속된 2차 협력업체는 피고와 하도급인을 거쳐 피고의 완성차 제조업영역에 포섭되게 됨에 따라 피고와의 유기적 협업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를 평가함에 있어서 단순히 피고의 업무영역과 위 원고들의 업무영역이 시간적 선후관계를 가진다는 등의 연관성이나 협업관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만연히 피고 사업에의 편입을 인정하여서는 안 되고, 피고 소속 근로자와 위 원고들의 업무가 기능적으로 분리되는지 여부, 피고 소속 근로자의 결원 대체나 이들과의 혼재 근무 등의 사정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원고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이에 고도의 유기성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② 내수출고 담당 원고들을 포함한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의 배송센터나 출고센터 내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를 대신하여 대체 근무를 하였다거나 두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작업집단을 형성하여 혼재 근무를 하였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위 원고들과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의 업무는 단순히 시간적 선후관계를 가지고 이루어지고, 일부 작업공간의 중첩만 존재할 뿐, 어느 한 쪽의 사업 영역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평가할 만한 고도의 유기성이 있음을 추단하기 더더욱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도급인이 1차 및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제공한 각종 작업표준서, 업무매뉴얼, 전산시스템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질을 기준으로 근로자파견관계를 판단하였습니다. 즉 도급인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매뉴얼 등을 제공하였더라도, 이것이 도급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제공되었을 뿐 도급인의 업무 지시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매뉴얼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에도 어떠한 개별적 지시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매뉴얼 제공이 근로자파견관계의 징표가 되는 상당한 지휘·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기업 실무 측면에서는 도급계약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매뉴얼·전산시스템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해당 매뉴얼·전산시스템의 내용 및 제공 정보의 실질을 살펴, 이것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구체적·개별적인 업무지시 수단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대상판결은 도급인과 협력업체가 유기적 협업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서는, 도급인의 업무영역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영역이 시간적 선후관계를 가진다는 점, 협업관계가 있다는 점만으로 만연히 협력업체가 도급인의 사업에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원고와 피고가 상고하여 현재 상고심 계속 중입니다(대법원 2026다203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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