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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 통보 의무는 어디까지 인정돼야 할까?

2026.05.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4호 (03) 노동칼럼


1. 들어가며


"결과가 어떻게 됐나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 근로자가 조사 후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대개 하나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법적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조사 의무(제2항),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제3항), 행위자에 대한 조치 의무(제5항)는 각각 법문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조사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 통보의 법적 근거 자체가 불투명하고, 인정된 경우에도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여기에 행위자의 정보보호 이익까지 더해지면 피해자의 알 권리와 행위자의 개인정보 보호 이익이 조사 결과 통보라는 좁은 지점에서 충돌하게 된다. 


2. 현행 한국법의 해석론


가. 의견 청취의무를 통한 통보 의무의 간접적 도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 후문은 징계 조치 전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의견 청취의무는 간접적 통보 의무의 근거로 기능할 수 있다. 피해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괴롭힘 인정 여부를 먼저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불인정 시에는 의견 청취 절차 자체가 작동하지 않아 통보 근거가 없고 최종 징계 결과를 별도로 알려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


나. 대법원 2023다276823 판결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276823 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의 의견 청취의무를 형식적 절차가 아닌 실질적 정보 제공 의무로 해석했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행위자가 피해자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진술을 했음에도 그 내용을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징계 절차 시 피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하며 피해자를 무징계 사직 처리 쪽으로 유도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행위자 진술의 구체적 양상을 전달받고 형사고소 여부 등 대응 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회사에 300만 원의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 후문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과 동일한 구조이므로, 이 판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도 유추 적용해 볼 수 있다.


다. 통보 범위의 한계 : 개인정보 보호와의 충돌


피해자 본인에 대한 결과 통보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의 비밀누설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참고인 진술 내용이나 행위자의 인사 정보 등 세부 내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의 제3자 제공 제한과 충돌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국내 기업 직원이 불인정 통보 후 조사 보고서 열람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이를 거부했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법 개정 불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 '합리적 제한'의 기준이 현행법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3. 비교법적 검토


가. 독일


독일에는 직장 내 괴롭힘 일반을 규율하는 단일 입법이 없다. 다만 일반평등대우법(AGG) 제1조 열거 사유(성별·인종·장애 등)와 결부된 경우 AGG 제13조가 적용되며, 이 조항이 통보 의무 규정으로 기능한다. 


동조는 "근로자는 불이익한 취급을 받았다고 느끼는 경우 사업장 담당 기구에 고충을 신청할 권리를 갖는다. 고충은 조사돼야 하며, 그 결과는 신청 근로자에게 통지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연방차별금지위원회(Anti-diskriminierungsstelle des Bundes)는 "조사 결과는 신고인에게 보고돼야 하며, 적어도 고충이 기각된 경우에는 그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 결과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늦어도 2주 이내에 제공돼야 한다"고 운영 기준을 설명한다. 


즉, 불이익 취급 인정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경우에 통보 의무가 발생하며, 불인정의 경우에는 그 이유까지 설명하도록 권고되는 것이다. 


나. 영국


영국에는 단일 법률 조항이 없으나, ACAS 징계 및 고충 처리 실무 지침(이하 'ACAS Code') §40이 법정 지침(Statutory Code)으로서 통보 의무를 창설한다.


동 조항은 고충 제기 근로자에게 결론을 '서면으로, 부당한 지연 없이' 통보하고 예정 조치까지 함께 알리도록 규정한다.

 

Code 불준수 시 고용심판소가 보상금을 최대 25% 가산할 수 있어 사실상 준수를 강제한다. 다만 통보 내용의 구체적 범위는 사용자 판단에 맡겨져 있다.


다. 미국


미국에서 조사 결과 통보에 대해 규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던 지침은 고용기회평등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EEOC)가 발행한 시행 지침이다. 


EEOC는 2024. 4. 29. 직장 내 괴롭힘 지침을 전면 개정해 'Enforcement Guidance on Harassment in the Workplace'를 확정했다. 이 지침은 조사 종료 후 사용자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조치로서 신고인과 피신고인 모두에게 사용자의 판단 결과와 그에 따라 취할 조치를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모범 관행 수준이었다. 


현재 해당 지침은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의 일부 무효화 판결에 이어 2026. 1. 22. 전체 폐기되며 효력을 상실했다. 


4. 알 권리와 정보보호의 충돌


피해자의 알 권리는 헌법 제10조(인격권)·제27조(재판청구권)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 후문에 근거하며, 대법원 2023다276823 판결에 의해 실질적 정보 제공 의무로 확장될 수 있다. 반면 행위자의 징계 결과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제3자 제공 시 원칙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를 요구한다. 


조사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보하는 것은 이차 피해 방지와도 직결된다. Orth(2002)는 폭력 범죄 피해자 13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형사절차에 의한 이차 피해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가 결과 만족도와 절차적 정의임을 실증했다. 국제노동기구(ILO) C190 이행 가이드는 공식 신고를 한 피해자가 그렇지 않은 피해자보다 오히려 커리어·정신건강·신체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그 원인 중 하나로 조사의 불충분함과 행위자에 대한 제재 부재를 꼽는다. 조사 결과의 불투명한 처리는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인다.


5. 나가며


현행법상 통보 의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실무에서는 대법원 2023다276823 판결의 취지를 길잡이로 삼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인정·불인정 여부와 그 핵심 사유, 사용자가 취할 조치의 방향은 피해자에게 알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반면 참고인별 구체적 진술이나 조사 보고서 원문까지 공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 본인의 진술 외에도 행위자와 참고인 등 제3자의 정보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통보에는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후 대응을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담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불인정 결론일수록 아무런 설명 없이 결과만 전달하는 방식은 피해자의 불신을 키우고 추가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핵심 판단 근거를 간략히 안내하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보인다.


※ 본 칼럼은 한나린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6년 4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9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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