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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도, 대표도 아니다? 판결로 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2026.04.28.

노동팀 뉴스레터 제23호 (03) 노동칼럼


요즘은 어느 회사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이를 단순한 현장의 사고로만 보지 않는다. 대기업은 회사의 대표가 사과문을 읽으며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종종 전파를 타기도 한다. 그만큼 사고의 책임이 최고 경영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실제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는 곧바로 기업 경영진으로 향한다. 언론에서도 '대표이사 입건', '회장 수사'라는 제목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최근 재판 결과를 보면 의외의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대표이사가 유죄 판결을 받기도 하지만 어떤 사건에서는 대표이사나 기업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기도 한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열쇠는 바로 법원이 바로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보았는지 였다. 최근 하급심 판례들을 살펴보면 법원이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형 인명 피해로 사회적 충격을 준 아리셀 화재 사건에서는 대표이사와 운영총괄본부장 중 누가 경영책임자인지 문제가 되었다. 법원은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판단하면서 운영총괄본부장에게 형식상 권한을 위임하였을 뿐 경영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지시∙감독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두번째로 한 건설현장의 중대재해 사건에서는,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로 기소되었으나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다. 대표이사 외에 별도로 선임한 CSO(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하고 있던 점을 근거로 CSO만이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마지막은 삼표산업 중대재해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삼표산업의 대표이사가 아닌 삼표그룹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보고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는 기본적으로 대표이사를 의미하며 단순히 기업 내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결들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CSO를 선임하기만 하면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자유롭게 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CSO를 두는 것만으로 대표이사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될 수 있으며 대표이사가 원칙적으로 경영책임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경영책임자의 유형을 ① ‘사업총괄책임자’, ② ‘안전보건최고(업무)책임자’ 두가지로 구분하면서 원칙적으로는 대표이사가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한편 별도로 임명한 CSO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에 관하여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가 아닌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즉 회사 내에 안전보건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을 둔다고 하여 곧바로 경영책임자로 판단되는 것은 아닌 것인데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되는데 고려될 수 있는 핵심요소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CSO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권이 부여되어 있고 실제로도 최종 결재권을 행사한다.


둘째 ,대표이사와 CSO의 역할이 구분되며 CSO을 안전보건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자로 선임한다.


셋째, 사업의 규모 및 분야를 고려할 때 안전보건 업무를 분리하여 CSO를 별도로임명할 필요성이 있다. 


위와 같이 일부 사례에서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된 것은, 오히려 전문성을 가진 CSO를 중심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취지를 고려하면 대표이사를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예-현장 안전 점검)에서 완전히 배제하거나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지시를 전혀 하지 않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판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형식적으로 책임자를 정해 두는 것보다 실제로 안전관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분명한 ‘컨트롤 타워’를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단순히 경영책임자를 선택적으로 판단하여 대표이사에게 면책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한다면 이는 법원의 입장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오해하는 해석이 될 수 있다.


법 시행 초기 법 조항의 모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향후 대법원에서 경영책임자 판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길 바라며 회사들이 효과적으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고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본 칼럼은 박찬웅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6.03.24.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6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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