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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대표의무와 실무상 유의사항

2026.04.28.

노동팀 뉴스레터 제23호 (03) 노동칼럼


1. 들어가며 : 노란봉투법 논의와 공정대표의무 리스크의 부상


최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사용자 범위의 확대와 노동쟁의 대상의 확장 등을 골자로 하는 이 논의가 2026. 3. 10. 시행될 경우 산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소수노조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단체교섭 대상이 확대될수록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소외된 소수노조가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 '공정대표의무 위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는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가 제한된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4는 이러한 제한이 헌법상 노조의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도록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 양측 모두에게 소수노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문제되는 적용 국면과 그 효과를 잘 이해하고, 나아가 실무적으로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부분을 유의해야 할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2. 공정대표의무가 문제되는 영역 및 위반 효과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 과정이나 단체협약의 내용뿐 아니라, 협약 이행 과정 등에서까지 광범위하게 문제된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노조 간 차등 적용 시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하며, 이는 조합원 수뿐 아니라 단체협약 체결 경위, 사업장 분포, 시설 여건, 소수 노조의 요구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문제된 법원 선례를 보면 우선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과 관련해 법원은 기본적으로 조합원 수에 따른 비례 원칙이 적용된다고 봤다. 소수노조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위반이나, 교섭 활동을 수행하는 교섭대표노조에 합리적 범위 내에서 근로면제 시간을 더 부여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봤다(서울행정법원 2013. 11. 19. 선고 2013구합16609 판결). 


나아가 법원은 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에서 노사 협의의 주체를 교섭대표노조로 한정하는 부분 및 노조 창립기념일을 교섭대표노조의 창립기념일로 한정하는 것은 모두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봤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노조 사무실 제공 관련해서는 소수노조에 사무실을 전혀 주지 않거나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원하는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나, 교섭대표노조와 반드시 비례적인 평수를 제공할 필요는 없으며 사업장 여건에 따라 집기 제공이나 임시 사용 공간 마련 등 합리적 대안을 강구했다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봤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3. 6. 26. 선고 2013구합50777 판결).


교육 시간 부여에 대해서는 노조 교육 및 설명 시간은 인원수에 비례해 소요되는 사항이 아니므로, 소수노조에도 교섭대표노조와 동등한 수준의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고 봤다(서울행정법원 2014. 4. 4. 선고 2013구합4590 판결).


한편 교섭 과정의 정보 공유에 대해서 법원은 교섭대표노조가 단체교섭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소수노조에 대해 일체의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소수노조에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경우 비로소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봤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2582 판결).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증명 책임의 소재다. 판례는 특정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은 소수노조가 아닌 사용자나 교섭대표노조 측이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이러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소수노조는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시정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단체협약이 즉시 사법상 무효가 되지는 않지만, 사용자는 이를 재교섭해 수정해야 할 의무를 질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이행강제금과 형사처벌 리스크를 부담하고 소수노조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아울러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문제될 경우 사실관계에 따라 사용자의 행위가 소수노조의 자주성, 독립성을 저해하거나 소수 노조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을 시 노동조합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수도 있다(서울행정법원 2016. 8. 25. 선고 2015구합61535 판결).


3. 차별하지 않을 의무의 성격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


한편, 사용자가 소수노조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까지 관여해야 할지 실무상 혼란이 많다.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으로, 소극적으로 소수노조를 차별하지 않을 의무를 넘어 사용자에게 복수노조 간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의무도 포함되는지가 늘 고민되는 지점이다. 


법원은 과거 이에 대해 다소 엇갈리는 판결을 했으나 비교적 최신 대법원 판결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와 관련해 이를 '소극적 의무'로 보며 실무적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해 줬다(대법원 2024. 5. 17. 선고 2024두32447 판결). 


해당 판결의 원심은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 한도 배분 관련 사안으로 해당 판결에서 회사가 교섭대표노조와 합의한 바에 따라 면제 시간을 분배한 것에 대해 소수노조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체결된 단체협약을 이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결탁하여 합리적 사유 없이 특정 노동조합을 불리하게 차별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특정 노동조합을 우대하여 취급하거나 노동조합 간의 조직 경쟁에 개입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어느 일방에도 치우치지 아니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사용자가 후견적 지위에서 적극적으로 제3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적극적 의무까지 있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용자에게 적극적인 차별 금지 의무까지 요구하는 경우 자칫 노동조합 사이의 분쟁에 사용자가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노동조합 활동의 자율성 보장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판결의 논리는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용자의 과도한 의견 개진은 교섭대표노조의 반발과 부당노동행위 관련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적극적 의무 부과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4. 인사관리자의 고려 요소


비록 최근 대법원 판결이 공정대표의무 위반 관련 소극적 의무라는 취지로 봤지만 노사 간 분쟁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인사 담당자는 아래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복수노조 사이에 노조 사무실, 근로시간면제 등 분배 시 특정 노조에 혜택을 전혀 제공되지 않는 부분은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즉, 근로시간면제나 사무실을 한쪽에만 몰아주는 배정은 법률적 리스크가 상당하다. 완벽하게 공평한 배분이 쉽지 않겠으나, 조합원 수 등 나름의 객관적 기준에 따라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노동조합 사이의 의견 수렴에 관해 가급적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되 적절한 원칙 수립을 통해 절차적 공평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회사가 소수노조와 직접 협상하는 방식은 교섭창구 단일화 취지를 몰각하거나 지배·개입의 오해를 살 수 있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교섭대표노조가 제안하는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소수노조 의견 수렴 관련 정보 공유를 요청하는 부분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매번 정보 공유를 요청하기 번거로울 수 있으니 단체교섭 관련 초기 룰 세팅 시점에 이러한 소수노조 의견 수렴 부분에 관한 절차를 협의해 수립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노조가 제공하는 자료 검토 시 명백히 부실하거나, 일방 노조에 유리한 내용이 발견될 시 교섭대표노조에 적절한 질의를 하고 이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교섭대표노조로서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피하기 위한 사용자의 질의를 부당한 간섭으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5. 맺음말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할 기본 원칙이다. 최근 법원이 사용자의 의무 범위를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 유지라는 관점에서 정립해 나가는 것으로 보이나, 사용자는 성공적인 노무 관리를 위해서는 노동조합 활동의 기초가 되는 영역에서 소외나 편중이 발생하지 않도록 포용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정보 공유와 의견 수렴 과정은 공식적인 서면이나 전자적 기록 등 투명한 방식으로 운영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인 오해를 방지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회사는 객관적 기준과 공정한 절차를 확고히 견지할 때,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법적 리스크로부터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이태은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6년 3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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