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공간 질식사고, ‘측정’과 ‘기록’이 생명을 지킨다
2026.04.28.
노동팀 뉴스레터 제23호 (03) 노동칼럼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발생 순간부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산소가 급격히 결핍된 공간에서 작업자는 수초 안에 의식을 잃고 구조에 나선 동료마저 같은 운명에 처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예방조치의 실효성이 작업 개시 전부터 곧바로 생명과 연결되는 이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관리원과 함께 2026년 2월 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밀폐공간 질식사고가 174건 발생해 338명(사망 136명, 부상 20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폐수처리시설, 정화조, 가축분뇨 처리시설에서만 46건으로 총 39명이 목숨을 잃었다. 숫자 하나하나가 예방 실패의 기록이다.
법령이 '밀폐공간'과 '적정공기'를 수치로 규정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 제618조는 밀폐공간을 산소결핍 또는 유해가스로 질식·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장소로 정의하고 적정공기의 기준을 산소 18% 이상 23.5% 미만, 이산화탄소 1.5% 미만, 일산화탄소 30ppm 미만, 황화수소 10ppm 미만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에 관한 측정과 평가가 생략되면 작업자는 지금 이 공간에서 숨을 쉴 수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사업주 역시 작업 개시 판단의 근거를 남길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12월 1일 안전보건규칙을 개정·시행하면서 밀폐공간 사고 예방의 핵심 축을 측정, 기록, 119 신고로 정리했다. 개정의 취지를 현장에서 실무로 전환하려면 측정을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고정된 절차로 자리잡아야 한다. 사업주는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의 측정·평가에 관한 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사람을 지정하고 작업 시작 전 측정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경우에도 농도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동일한 절차가 실시되어야 한다. 무선설비나 무선통신을 이용한 원격 측정도 허용되며 측정·평가자는 위험성 인지, 장비 점검과 조작, 측정방법, 적정공기 기준과 평가방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필요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측정 결과 적정공기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평가되면 충분한 환기 또는 공기호흡기, 송기마스크의 지급과 착용을 선행한 뒤에야 비로소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중 한 단계도 건너뛸 수 없다.
측정과 평가는 기록으로 남을 때 재현과 점검이 가능해진다. 이번 개정 규정은 측정·평가 결과를 성명, 일시, 장소, 측정값 등을 포함해 기록하고 3년간 보존하도록 의무화했다. 고용노동부는 수기나 엑셀뿐 아니라 영상과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을 인정하되, 형식보다 실제 측정 실시 여부가 중요하다고 안내했다. 기록의 목적은 문서의 완성도가 아니다. 단지 부적정 공기 상태에서 작업이 개시되지 않았는지, 이상 발견 후 조치와 재측정이 이루어졌는지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본질일 것이다.
안전보건규칙 제619조는 사업주가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면서, 작업 시작 전 확인사항을 출입구에 게시하고 작업 종료 때까지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게시 항목에는 작업 일시·기간·장소·내용, 작업자 정보, 측정결과와 후속조치, 유해가스 누출·유입·발생 가능성 검토, 보호구 종류, 비상연락체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작업 전·중 환기 실시, 입·퇴장 인원점검,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 게시, 외부 감시인 배치와 상시 연락설비 확보가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예방 체계가 완성된다. 겨울철 건설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보건규칙 별표18은 정화조, 집수조, 맨홀뿐 아니라 갈탄, 목탄, 연탄난로를 사용하는 콘크리트 양생장소를 밀폐공간으로 규정하고 있어 동절기 건설현장에서의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도 동일한 관리 체계 안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사고 대응 규정도 무리한 진입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작업 중 이상이 발생하면 감시인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고 안내에 따라 조치한 뒤 사업주와 관리감독자에게 즉시 알리도록 했다. 구조에 나서는 작업자에게도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반드시 지급하고 착용시키도록 규정함으로써 구조자 역시 보호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언어 장벽도 놓쳐선 안 될 위험 요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작업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2026년 2월 2일부터 가축분뇨 배출·처리시설 종사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네팔어, 캄보디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미얀마어,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 우즈베키스탄어 등 8개 언어로 제작된 안전교육 영상을 게시한다고 밝혔다.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고 봄철이 되면 정화조, 저수조, 가축분뇨 시설 작업 등 밀폐공간 작업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그 전에 사업장은 밀폐공간 목록, 측정장비 확보와 점검 상태, 출입구 게시 문서, 감시인 운용과 비상연락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점검의 출발점은 언제나 측정값과 기록, 그리고 119 신고 체계다.
※ 본 칼럼은 윤성현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6.03.09.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6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