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팀 뉴스레터 제2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26. 2. 10. 선고 2023고단83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 산업은 서울에 본점 및 양주에 채석업을 위한 사업장(이하 ‘X 사업소’)을 두고 있는 골재 생산 및 판매 회사입니다.
채석장은 골재를 채취하는 ‘채취장’, 진입로와 조쇄 공장, 야적장 등 그 밖의 시설이 위치하는 ‘부대시설’, 채취장 주변의 소음 피해 등을 줄이기 위해 설정하는 ‘완충구역’으로 구분되고, 채취장 면적에 비례하여 채취할 수 있는 골재량(가채량)이 결정됩니다.
X 사업소는 1997년경부터 자갈·모래 등의 제품을 생산하였으나, 2012년경 가채량 고갈로 채석장 면적 기준을 확장하는 취지의 채석단지 지정허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5년 및 2019년 순차로 채석장 면적을 확장해 왔습니다.
한편 X 사업소에서는 1997년경부터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인 석분토를 부대시설 사면에 그대로 쌓아두는 방식으로 대규모 야적장을 운영하였고, 2022. 1.을 기준으로 약 1년 생산량에 달하는 석분토가 쌓여 대규모 사면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A 산업은 2018년경 가채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인접 부지에 신규 채석허가 취득을 추진하였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고, 2021년경부터 가채량 부족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에 부대시설을 채취장으로 변경하는 채석장 변경신고를 하고, 석분토 야적장 하부에 있는 골재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가채량을 확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A 산업은 석분토의 상부에서부터 하부로 기울기 기준을 준수하여 계단식으로 제거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자 그 하부부터 사면 방향으로 굴착하여 제거한 뒤 드러나는 암반을 채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굴착면 기울기 기준 위반, 지속적인 발파 진동으로 인한 굴착면의 지반 강도 약화, 석분 및 토사 추가 적치로 인한 상부 하중 증가 등으로 사면 붕괴 위험이 크게 증가하였고, 2022. 11.경 석분토 야적장 상단에 인장균열이 발생하여, 하부에서 약 5,500㎥ 상당의 석분토가 흘러내리는 일부 붕괴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붕괴 징후가 계속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A 산업은 2022. 1. 25.경부터 같은 달 29.까지 근로자들인 피해자 3명으로 하여금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천공기를 이용한 천공작업과 골재를 작은 크기로 부수는 소할작업을 하게 하였고, 위 피해자들은 2022. 1. 29. 발생한 석분토 약 30만㎥의 대규모 붕괴 사고로 인해 무너져 내린 석분토에 파묻혀 그 자리에서 다발성 외상 및 압착성 질식 등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이에 검사는 A 산업의 그룹 회장, 대표이사, 현장 관계자들 및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이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X사업소의 현장소장 D, 안전담당자 E, 관리팀 차장 F, 발파반장 G에 대해서는 현장의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하고도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위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반면 대상판결은 A 그룹 회장 B, A 산업 대표이사 C, A 산업 안전관리책임자(CSO) H에 대해서는 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피고인 C(A 산업 대표이사)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A 산업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X 사업소 석분토 야적장 하부 채석장에서 법령상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을 지시 또는 방치하였다거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A 산업 골재 부문 대표이사로서 전결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으나, X 사업소에는 D가 현장소장 겸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임명되어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① D 역시 법정에서 채석변경신고 및 채석작업의 위치·방법 등은 사업소장인 자신이 결정하는 사항이라고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이 과거 골재개발담당 임원 및 X 사업소장으로 근무하여 사업소 사정을 비교적 잘 알고 있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현장소장 D와 동일한 안전조치의무 또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피고인이 2021. 11.경 이후 X 사업소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사고 전날에도 방문한 사실은 인정되나, 2022. 1. 25. 발생한 일부 사면 붕괴 현장을 실제로 목격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④ X 사업소의 규모와 중요도, 중·장기 개발계획 및 가채량 부족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X 사업소 석분토 야적장 하부에서 채석작업이 진행된다는 점 자체는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나, 구체적인 작업 방식이나 안전조치 미이행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인식하거나 이를 방치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나. 피고인 H(A 산업 본사 안전관리책임자)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판단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공소사실이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주의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준하는 성격으로 보이나, A 산업의 안전관리책임자라고 기재된 공소사실과 달리 피고인은 2022. 1. 1.부터 A 산업 골재 부문 안전보건 경영책임자로 선임되어 근무하고 있었다.
②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 따라 A 산업의 안전보건관리 조직 및 업무절차가 실제 운영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 사건 사고는 법 시행 이틀 후 발생하였고 조직 개편 이후 약 1개월 만에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준하는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피고인 B(A 그룹 회장)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판단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사실 및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① 정례보고, 월간실적회의(MPM), 경영관리회의 등은 그룹 차원에서 실적과 현안을 공유하는 회의로 보일 뿐, 피고인이 경영 전반이나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여 결정하는 절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피고인이 일부 직접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A 산업 또는 골재부문 사업을 총괄하여 운영하였다거나 그로 인해 대표이사 C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할 수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 A 그룹의 규모와 조직 구조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따라서 대표이사 아닌 자가 기소되었을 경우, 실질적·구체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고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지 여부에 관한 사실 및 증거 관계를 면밀히 다투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상판결은 검사와 피고인 일부가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6노59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