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팀 뉴스레터 제2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6. 1. 30. 선고 2024나2034031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A 제철소, B 제철소(이하 A 제철소 및 B 제철소를 모두 지칭할 때는 ‘피고 제철소’) 등을 두고 철강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입니다. A 제철소는 원료 투입부터 최종 철강제품 출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 위 제철소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일관제철법’에 따른 제철공장입니다. 피고는 피고 제철소의 업무 중 압연지원, 크레인, 포장 업무 등을 외주업체들에 맡겨 왔습니다.
한편 포장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인 참가인 C(이하 ‘참가인’)는 피고의 생산공정인 연속소둔공정, 아연도금공정 등을 거쳐서 완성된 코일을 포장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협력작업계약을 체결한 각 협력업체(이하 위 협력업체를 모두 지칭할 때에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위 업무를 수행한 근무한 근로자들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협력작업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협력작업계약이 도급계약에 해당할 뿐,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다투었으나, 제1심은 만 60세 정년이 도과한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하고, 그 외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해당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1가합544275 판결).
이에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 원고들에 대하여 항소하였는데, 대상판결은 포장 업무를 수행한 참가인 소속 원고 4명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하고, 참가인을 제외한 이 사건 각 나머지 협력업체(이하 ‘이 사건 각 나머지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해서는 제1심과 같은 이유로 모두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가.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는지 여부(부정)
① 작업표준서와 작업사양서에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가 수행해야 할 작업의 세부 내용과 순서, 상황별 조치 사항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관상 모습과 달리 실질적으로 작업표준서와 작업사양서의 작성·변경에는 참가인의 기술, 경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의 MES를 통한 포장 규격의 전달을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라고 보기 어렵다.
③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 측에 연락을 취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수취된 코일 자체에 하자가 있거나 MES상 코일의 정보가 실제 코일의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등의 경우로, 이는 피고에게 작업 대상인지 여부 및 포장사양(가포장 포함)을 확인하는 차원이므로, 이를 피고의 지휘·명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해당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부정)
① 피고 제철소의 19개 포장라인 중 12곳 앞에는 이송된 코일을 40개까지 보관할 수 있는 야드가 존재하여(1시간 30분 ~ 2시간 30분 정도의 작업량이다) 포장 작업이 선행공정의 차질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는 점,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은 트랜스퍼 버튼 조작을 통하여서도 작업속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점(식사시간, 코일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 등에는 자동으로 동작하는 트랜스퍼를 수동으로 변경하여 연속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에서, 참가인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작업량을 조절할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 소속 근로자 중에는 포장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전혀 없고(피고의 제철소 설립 시부터 그러하였다), 피고 소속 근로자의 결원이 발생하였을 때에 참가인 소속 근로자가 대체근로를 하거나 반대로 참가인 소속 근로자의 결원이 발생하였을 때에 피고 소속 근로자가 대체근로를 하는 경우는 없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의 근무장소, 사무실 등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다. 참가인이 인사 및 근태 관리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는지 여부 (긍정)
① 참가인은 독자적으로 취업규칙을 마련하여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를 채용, 배치하고, 지휘체계를 통해 관리·감독하며, 징계, 승진, 인사평정 등에 관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참가인의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② 작업사양서로 표준인원을 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일반적 작업배치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라.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작업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참가인 소속 근로자가 맡은 작업에 구별성·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여부(긍정)
① 참가인이 피고와 체결한 협력작업계약의 목적은 피고의 포장 공정에서 이루어지는 포장 작업으로 업무 범위가 확정되어 있다.
② 참가인 소속 근로자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입고된 코일이 포장작업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는 생산된 코일의 품질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그 작업이 구별된다.
③ 참가인은 1990년대부터 피고의 제철소에 포장설비를 공급하였고, 2005년 R&D연구센터를 설립한 즈음부터는 직접 포장설비를 개발·제조하고, 관련 특허도 보유하였는데, 이는 참가인이 철강제품을 포장하는 방법에 관하여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기술성을 갖추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마. 참가인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긍정)
① 참가인은 1999년에 이미 매출액 1,063억 원, 자산총계 930억 원의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이었다. 위 매출액에서 협력작업(그 대부분이 피고 제철소의 포장업무로 보인다)이 차지하는 비중은 59% 정도였고, 그 외에도 알미늄이나 대강 제품 등의 매출이 40%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참가인은 피고 제철소의 포장설비 중 일부를 소유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참가인이 그 외의 피고 소유 포장설비를 무상으로 이용하고, 피고로부터 포장 자재와 피고 공장 내의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보인다.
② 참가인의 역대 대표이사 중 피고 임원 출신이 상당히 많기는 하나, 2005년경부터 참가인이 피고의 계열회사가 되었으며, 참가인의 최대주주가 피고임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참가인이 독립적 기업조직을 갖추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이러한 경향에 따라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 원청의 지휘·명령 존재 여부, ▲ 원청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여부, ▲ 협력업체의 인사·노무 관리의 독립성, ▲ 업무의 구별성 및 전문성, ▲ 협력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보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특히, 포장 업무에 관하여 원청 근로자와의 작업 혼재나 상호 대체가 없고,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협력업체가 자체 기술·설비를 보유한 독립적인 사업주로 기능하고 있었다는 점을 중시하여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이루어지는 외주화가 곧바로 근로자파견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조직과 기술, 설비를 갖추고 특정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경우에는 도급관계가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원고와 피고가 모두 상고하여 상고심 계속 중입니다(대법원 2026다2019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