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제철소 내 직접생산공정·하역·선재제품생산 등의 업무가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6.03.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6. 1. 30. 선고 2024나201154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A 제철소, B 제철소(이하 A 제철소 및 B 제철소를 모두 지칭할 때는 ‘피고 제철소’) 등을 두고 철강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입니다. A 제철소는 원료 투입부터 최종 철강제품 출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 위 제철소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일관제철법’에 따른 제철공장입니다.
피고는 피고 제철소의 업무 중 일부를 외주업체들에 맡겨 왔고, 원고들은 A 제철소와 관련하여 피고와 협력작업계약을 체결한 각 협력업체(이하 위 협력업체를 모두 지칭할 때에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근무한 근로자들입니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피고와 체결한 각 협력작업계약에 따라 A 제철소 내에서 하역업무, 공장업무, 제품업무 등을 수행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원료 하역 및 운반·적치, 제강·연주·압연 공정에서의 운반·정비·정정 등 생산지원, 제품창고 관리 및 출하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협력작업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협력작업계약이 도급계약에 해당할 뿐,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다투었으나, 제1심은 원고들이 모두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 18. 선고 2018가합547908 판결).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제1심과 같은 취지로 원고들이 모두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하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는지 여부(긍정)
① (노무제공 방식)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작업수행실적, 작업개선노력도, 작업몰입도 등에 대하여 평가지표(KPI)를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그 결과를 해당 협력업체에 통지하여 왔다. 그리고 협력업체가 피고의 작업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KPI 평가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협력업체에 대한 지시에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의 완성 여부에 관하여 중점을 둔 평가라고 보기 어렵고, 노무 제공 과정에 중점을 둔 평가로 보인다.
② (작업표준서에 의한 업무 지시) 이 사건 협력작업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작업표준서는 작업의 순서, 세부적인 작업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가 외주화 단계에서 작성·제공한 작업표준서와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작성했다는 작업표준서의 내용은 실질적으로 거의 동일·유사하고, 피고는 필요한 경우 이른바 ‘정합성 검증’ 등의 방법을 통해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작성한 작업표준서의 내용을 통제해 왔다. 또한, 피고의 기술기준도 기술기준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구체적 작업방법을 정하고 있어 사실상 작업표준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③ (MES 등을 통한 업무지시) 피고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통한 조업체계 관리 방식이 정착되기 이전에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통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고, MES 도입 이후에는 MES를 통해 구체적인 작업방법이나 작업순서 등을 전달하였다. MES를 통해 원고들에게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작업상 지시로 기능하였다.
나.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긍정)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는 피고의 제품 생산·출하 공정과 기능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된 필수 업무로서, MES 기반 공정관리 아래 전후 공정과 연속적으로 수행되었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 작업공간에서 분업적 협업관계를 형성하여 사실상 하나의 작업집단의 공동작업으로 수행되었다. 또한 해당 업무 중 상당수는 기존 피고 소속 근로자가 수행하던 업무의 외주화에 해당하고, 작업 주체의 상호 대체·지원이 이루어지는 등 근로 제공 형태가 혼재되어 있었다.
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인사 및 근태 관리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는지 여부(부정)
①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직접 소속 근로자들을 선발하였고, 그 소속 근로자들에게 업무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기도 하였으며, 소속 근로자들의 인사 관리와 근태관리 역시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주관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들만 들어, 근로자파견 해당성을 손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
② 피고가 작성한 작업사양서에는 통상적인 자격과 숙련도를 기준으로 피고가 설정한 작업별 표준인원이 기재되어 있고, 이러한 예상 투입인원수를 기준으로 이 사건 각 협력계약의 도급대금이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독자적으로 근로자의 인원을 증원하거나, 연장근무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나아가 피고는 위와 같은 인사권한 등의 행사에 부분적으로나마 관여했다고 보인다.
라.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는지 여부 및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맡은 업무에 구별성·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여부(부정)
① (업무 범위 한정 여부) 이 사건 협력작업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 대략적으로 정해졌을 뿐이고, 작업표준서, 피고의 기술기준에 의하여 비로소 업무의 범위가 명확해지는 구조였다. 또한 필요에 따라 피고가 MES, 이메일, 유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면, 그에 따라 이 사건 각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협력작업계약 당시 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업무의 구별성)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피고의 사업장에서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에 해당하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피고의 전체 공정 안에서 전후 공정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사실상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였다.
③ (전문성·기술성)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는 대부분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구별되는 전문적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구체적으로 작성된 작업표준서 등의 내용에 따라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성격을 띤다. 따라서 그 업무에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부정)
①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직급체계, 각종 부서 등 조직을 갖추고 피고와는 별도의 사업체로 활동하면서 법인세 등 제반 세금을 납부하고 회계·결산을 하여 왔고, 지게차, 청소차, 고가사다리차, 덤프트럭 등의 장비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래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볼 만한 징표들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②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공장 내 사무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설비 및 각종 부대설비를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일부 설비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자체 설비만으로 피고를 벗어나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장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 역시 피고가 제공하는 장비 등을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③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현장대리인 등은 대부분 피고의 작업지시를 소속 근로자들에게 전달하거나 작업에 그대로 반영한다.
④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소속 근로자들을 작업표준서에 정해진 업무에 투입만 할 뿐 스스로 작업내용을 결정할 권한이 없고,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대금은 작업성과나 작업 물량보다는 투입한 근로자의 수와 근로시간에 의하여 주되게 결정되었는바, 근로자파견업체로서의 실질을 넘어서는 독자적인 사업주로서의 실체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같은 재판부에서 같은 날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24나2034031 판결과 함께, 대규모 일관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를 판단한 사안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6. 1. 30. 선고 2024나2034031 판결).
위 2024나2034031 판결은 포장업무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해서 근로자파견을 부정하여 제1심판결을 일부 취소하였는데, 이는 동일한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업무내용 및 수행방식, 구체적인 지시에 따른 실질적인 지휘·감독 인정여부 등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원청의 입장에서는 협력업체들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의 실질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추적·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상고하여 상고심 계속 중입니다(대법원 2026다201959호).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