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과정에서 특정 성별을 배제한 행위는 남녀고용평등법위반에 해당하나, 채용절차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는 의심만으로 업무방해 공동정범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본 사례
2026.03.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3도18112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2015. 9.경부터 2019. 3.경까지 주식회사 C(이하 ‘피고인 회사’)의 은행장으로서 직원 채용 및 인사 등 업무 전반을 총괄하였습니다. 피고인 B는 피고인 회사의 경영지원그룹장(부행장)으로서 인사부의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었습니다.
피고인 회사는 2015년 및 2016년 각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 시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합숙면접, 임원면접의 단계로 전형을 진행하였는데, 당시 남성 지원자를 더 많이 합격시키기 위해 사전에 남녀 합격자 비율을 약 4:1로 정해놓은 후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인사부 직원들은 각 전형별 합격자로 선정된 남자 지원자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전형 점수를 취득한 여자 지원자를 전형별 합격자로 선발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하였습니다.
한편 피고인 A는 2016년 9월경 외부 관계자인 D로부터 특정 지원자 E를 “잘 봐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인사부장 F에게 인적사항을 전달하면서 “잘 살펴보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후 지원자 E는 합숙면접에서 불합격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합숙면접 전형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어 임원면접에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는 피고인 A가 2015년 및 2016년 각 신입행원 채용 당시 남녀 합격 비율을 사전에 정하여 여성 지원자를 차별한 행위를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이하 ‘남녀고용평등법위반’) 혐의로, 특정 지원자 E를 부당하게 합격시켜 채용 업무를 방해한 행위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인 B가 2015년 채용 당시 채용 청탁을 인사부에 전달하여 점수 조작 등을 통해 특정 지원자들을 합격시킨 행위를 업무방해 혐의로, 피고인 회사가 은행장과 인사부장들의 행위를 통해 근로자의 모집 및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한 행위를 남녀고용평등법위반혐의로 각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피고인 회사가 인사부장의 행위를 통해 남녀를 차별한 행위가 남녀고용평등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이에 대해 당시 은행장이던 피고인 A가 공모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 A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채용을 담당했던 인사부 직원들 모두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인사부 직원들이 내부 논의를 통해 E를 합격시키기로 결정한 후 F가 피고인 A에게 보고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경영지원그룹장인 피고인 B가 일부 지원자에 관하여 면접관들의 면접업무와 피고인 회사의 채용업무를 방해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와 피고인 B, 피고인 회사가 항소하였는데, 원심은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를 받아들여 위 부분에 관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의 지원자 E에 대한 합숙면접 부정합격에 관한 업무방해죄, 남녀고용평등법위반죄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피고인 A의 행위로 인한 남녀고용평등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양벌규정에 의해 피고인 회사의 남녀고용평등법위반죄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피고인 B의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는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와 피고인 A, 피고인 회사가 상고하였는데, 대상판결은 피고인 A에 대한 유죄 부분 중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해당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제1심법원은 인사부 채용 담당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하고 이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고 보아 그 신빙성을 인정하였고, F의 원심 증언도 제1심에서의 증언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제1심 증인들이 당시 피고인 회사의 직원 내지 임원이거나 피고인 회사와 관계된 회사에 재취업한 상태에 있어 피고인에게 우호적으로 진술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 진술들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사실만으로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A가 F로부터 E가 합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고받고, 위 E를 합격시키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제1심 증인들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제1심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예외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원심은 E가 합숙면접 전형의 합격자로 결정된 데에는 F의 피고인 A에 대한 보고 과정에서 이루어진 피고인 A의 개입이 본질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제1심과 달리 판단하였다.
② 원심은 인사부 내부의 평가 결과상 E는 불합격 대상으로 분류된 상태였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간접사실에 기초한 원심의 위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 과학적 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된다고 보기 어렵다. (ⅰ) 인사부 채용담당자들은 제1심에서 이 사건 보고 이전에 합격자가 E를 포함한 404명으로 확정되었다고 진술하였고, 원심 증인 F의 진술도 마찬가지였다. (ⅱ) 원심은 채용업무를 총괄한 인사부 팀장 G의 추천리스트 ‘합숙’란에 합격 대상에게 기재된 ‘합’ 표시가 E에게는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해당 추천리스트는 G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합격 및 불합격 결과를 실시간으로 반영한 문서로 보기 어렵다. (ⅲ) 원심이 들고 있는, 또 다른 인사부 채용 담당자가 동료 직원에게 메신저로 “발표 전까지 정말 일부 바뀌는 경우를 보아서 그렇습니다”라고 말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의 개입에 의하여 E가 합숙 면접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원심은 F가 2016. 11. 24. 18:30경 이 사건 보고를 마친 후 합숙면접 합격자가 확정된 19:07경까지 인사부 내부에서 합격자 추가선정에 관한 ‘추가사정회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위 판단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ⅰ) 인사부 채용담당자들의 이 부분 관련 증언은 이 사건 보고 이후 합격자의 변동이 없었으므로 추가사정회의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인다. (ⅱ) 2016. 11. 24. 07:02경 추천리스트가 출력된 이후로 같은 날 출력된 파일이나 자료가 없고, 달리 이 사건 보고 이후 추가사정회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 (ⅲ) 원심이 추가사정회의가 있었다고 추정한 약 37분 가량 동안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이 사무실 내에 있었는지, 다른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합숙면접 합격자 명단은 언제부터 작성하기 시작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인사부 채용담당자들의 건물출입내역, 메신저 대화 내역, 이메일 수신 및 발신 내역 등에 관하여 심리하였다는 자료도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채용비리와 같은 업무방해 사건에서 상급자의 지시 등에 관한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 간접증거만으로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러한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의심이 간다’는 정도를 넘어, 다른 합리적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범죄사실이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채용청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업무방해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실제 채용 결과의 변경에 피고인이 본질적으로 기여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함을 확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대상판결은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를 조직적으로 불리하게 평가한 행위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위반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이는 기업 경영진이 채용 과정에서 특정 성별의 합격 비율을 사전에 설정하거나 그와 같은 기준을 승인·유지하는 행위가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이러한 행위가 임직원의 업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경우라도 법인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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