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팀 뉴스레터 제22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3두54914 판결]
1. 사안의 개요
A 조합은 2017. 1. 10. 「협동조합 기본법」(이하 '협동조합법')에 따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였습니다. 택시기사인 참가인들(이하 ‘참가인들’)은 각각 A 조합에 출자금 약 25,000,000원을 납입하고 정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였습니다.
참가인들은 가입 당시 A 조합과 운행일, 운행형태, 기준금, 영업시간 등에 관한 사용계약(이하 ‘이 사건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각종 준수사항 등이 기재된 기준금규정자술서(이하 ‘이 사건 규정’)에 서명하여 A 조합에 제출하였습니다.
한편 원고는 2021. 1. 29. 설립되어 상시 약 40명의 조합원들이 택시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합으로, 2020. 12. 30. A 조합으로부터 사업권·영업권 등을 양도받았습니다.
A 조합은 2020. 12. 28.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A 조합의 사업을 원고에게 양도하고 A 조합은 해산하기로 의결하고, 2020. 12. 30. 원고 창립준비위원회와 사업권·영업권 등 자산 전부 및 출자금을 포함한 부채를 양도하는 자산양수도계약(이하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리고 원고는 2021. 2. 23. A 조합으로부터 조합원 40명에 대한 출자금 반환 채무의 일부를 인수하기로 하였는데, 참가인들에 대한 부분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1. 2. 27. 참가인들에게 택시 운전을 중지하라고 구두로 통보(이하 ‘이 사건 통보’)하였고, 이에 참가인들은 2021. 2. 28. 원고에게 차량 열쇠를 반납하였습니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참가인들과 사이에 아무런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고는 ① 이 사건 양수도계약 당시 원고가 명시적으로 참가인들의 조합원 자격을 인수한다고 표시한 적이 없어 그 고용을 승계하였다고 할 수 없고, ② 원고들이 A 조합으로부터 전별금을 받은 것이 고용관계를 승계하지 않겠다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제1심은 참가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통보는 정당한 이유가 없고 근로기준법상 절차도 지키지 아니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2. 11. 16. 선고 2021구합105353 판결). 그러나 원심은 참가인들이 A 조합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근로자로 본다고 하더라도 A 조합과 참가인들 사이의 조합원∙근로자 관계가 원고에게 승계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항소를 인용하여 제1심판결 및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3. 9. 7. 선고 2022누13655 판결).
대상판결은, 원심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의 판단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고, 영업양도와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참가인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
① (관련 법리)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협동조합법과 정관 등에 따라 의결권·선거권과 사업의 이용, 잉여금의 배당 등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조합원과 협동조합 사이의 조합관계에 관련된 것일 뿐이므로, 그러한 조합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관계의 존재 가능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협동조합은 사업 수행 과정에서 조합원과 조합관계 외에도 다양한 법률관계를 맺을 수 있고 여기에는 근로관계도 포함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므로, 조합원이 협동조합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조합원의 지위와 별도로 근로자의 지위도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출자를 통해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나,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되지 않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7794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
택시운송사업자인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택시운수종사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협동조합이 아닌 택시운송사업자 소속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일반적인 택시운수종사자와 비교할 때 업무 내용, 보수의 책정 및 지급 방식, 노무관리 등에 있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봄과 아울러, 사업장 밖에서 근로함에 따라 업무수행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지휘·감독이 어려운 택시운전업무의 특성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
② (판단) 이 사건 사용계약과 이 사건 규정에는 참가인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그와 같은 기재나 형식이 아니라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③ 이 사건 사용계약은 운행일, 배차시간 및 영업시간, 만근일 및 휴가 일수, 운행형태별 기준금, 월 지급금 중 고정금 및 지급일, 기준금 초과 운송수입금 배분 비율 등을 정하고 있고, 이 사건 규정은 결근 절차, 무단휴무·업무지시 위반 징계, 장시간 영업행위 제한, 운행시간 외 차량 입고 의무, 운행시간 외 영업 금지 의무 등을 정하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이 아닌 택시운송사업자가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을 통하여 사전에 정한 것과 실질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④ A 조합이 참가인들의 택시 운행 과정에 대하여 실시간으로 지휘·감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이는 택시운전업무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만한 결정적인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참가인들은 장시간 영업행위의 제한, 운행시간 외 차량 입고 의무, 운행시간 외 영업 금지 의무 등 구체적인 준수사항과 복무규율의 적용을 받았고, 위반 시 징계 등 제재를 받을 수 있었다.
⑤ 참가인들은 배차시간 내에서 휴식시간의 사용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배차시간 내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연간 휴가 일수 상한이 정해져 있었으며, 결근 시 사전 허락이 필요했다. 또한 기준금의 액수에 비추어 일정 시간 이상 운행이 불가피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운행 여부·운행 시간·휴가 사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A 조합이 지정한 운행시간 등에 구속받았다.
⑥ 참가인들은 기준금 전액을 납입하는 경우 매월 고정급과 기준금 초과 운송수입금의 일정 비율을 더한 금액을 지급받았고, 기준금 미달 시 보수에서 미달 금액이 공제되었으며, 만근 시 만근장려금을 지급받았다. 이러한 금품은 참가인들이 이 사건 사용계약에 따라 제공한 택시 운행이라는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⑦ 참가인들은 조합원으로서 의결권·선거권 및 출자금 반환권이 있으나, 조합원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점만을 들어 참가인들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했다거나 그에 관한 이윤 창출 및 손실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관계의 포괄승계 여부에 관한 판단
① (관련 법리) 협동조합법상 협동조합은 그 설립 목적인 사업의 수행을 위한 활동을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그 인적·물적 조직을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다른 협동조합에 일체로서 이전하는 경우에도 영업양도에서의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② 원고는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통하여 A 조합의 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비롯한 사업권, 택시 35대를 포함한 차량 등 자산 일체를 양수하고, 이를 이용하여 택시운송사업을 행하고 있다. 또한 A 조합의 정조합원들은 원고로 승계되어 A 조합에서와 동일하게 택시운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A 조합의 인적·물적 조직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원고로 이전되어 원고가 영위하는 택시운송사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하고 있으므로, 이는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A 조합과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양수인인 원고에게 포괄승계되었다.
③ 원고가 근로자들에 대한 출자금 반환 채무를 인수하지 않은 것을 근로관계 승계 제외 특약으로 보더라도, 그 특약의 실행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유효하다. 그런데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와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별개의 법률관계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므로, 출자금 반환 채무 미인수라는 조합관계에 관한 사정이 근로관계의 포괄승계를 부정하는 사유가 되거나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지위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관계의 성립 가능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에서, 조합원이 협동조합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조합원으로서 지위와는 별개로 근로자로서의 지위도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같은 날 선고된 형사사건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도20470 판결).
아울러, 대상판결은 협동조합 간 사업 양수도에도 영업양도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고, 이 경우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승계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협동조합이나 유사한 사업 구조에서 사업을 양수도하는 경우, 단순히 조합원 지위나 계약 형식만을 기준으로 근로관계의 승계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과 조직 이전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양수도 과정에서 특정 인력을 승계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이는 해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