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자료

간행물

중대재해처벌법 양형인자로서의 ‘재발 방지 조치’에 관한 제언

2026.03.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2호 (03) 노동칼럼


이 글은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가 2025. 12. 15. 개최한 제15차 심포지엄 '중대재해 처벌과 양형'의 자료집에 수록된 필자의 토론문을 축약해 재구성한 것임을 밝힌다.


1.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에 관한 논의 - '재발 방지 조치'에 초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026. 1. 12. 개최된 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판결례가 점차 쌓여가면서 법원의 실체적 판단기준이 고도화되고 있는 반면에 양형 판단은 양형기준의 부재로 인해 다소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의 제정에 착수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위 회의에 앞서 지난해 12월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중대재해 처벌과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집에 따르면 해당 심포지엄에서는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과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을 의무 내용 중 하나로 정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정 등에 비춰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 요소로 '재발 방지 조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다. 다만, 법원이 실제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서 재발 방지 조치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심리 및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글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존의 논의나 법규, 판례 등을 중심으로 개략적이나마 재발 방지 조치의 충실한 이행을 검증하는 데 고려할 수 있는 요소를 예시하고자 한다.


2. '재발 방지 조치'의 양형인자 정의에 고려될 수 있는 요소


양형 요소로서의 '재발 방지 조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의무로 규정된 것들을 모두 이행하는 수준이어야 하고, 특히 해당 사건에서 재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재발 방지 조치'가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되려면 최소한 위반 사항에 대해 '재발 방지 조치'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적절히 작동해 같은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양형인자로서의 '재발 방지 조치'에서도 실체적인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내용, 특히 해당 사건에서 문제된 유해·위험요인의 개선에 관한 논의 없이는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으로 기록에만 주로 의존해 판단해야 하는 법원이 각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유해·위험요인 개선이 이루어졌는지를 일일이 확인해 심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에 관한 논의뿐만 아니라 종전의 사업장 안전관리 규제에서도 계속돼 온 문제다. 이에 따라 이른바 '자율 규제'에 의한 안전보건관리의 입법이 진행됐다. 즉, 정부 등 규제기관이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인 유해·위험요인을 모두 알고 관여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사업 및 사업장에 내재된 유해·위험요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업주에게 스스로 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관리·개선하도록 하는 추상적·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타율적 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재발 방지 조치'의 측면에서도 사고 후에 안전보건 경영방침, 인력 배치, 조직 편성, 예산 편성 및 집행, 각종 절차 운영 등이 사업 및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법원이 일일이 파악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위와 같은 개선조치의 전제가 되는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가 개선됐다면 재발 방지의 목표에 상당히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절차가 잘 작동하면 사업주가 스스로 파악한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물적·인적 자원을 재배치하고 제도를 정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주의 '자율 규제'를 반드시 전제로 하는 절차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이고, 그 대표적인 예가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 수준을 결정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및 점검'을 이행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위험성평가는 ①사전준비 → ②유해·위험요인 파악 → ③위험성 결정 → ④위험성 감소 대책 수립 및 실행 → ⑤위험성평가 실시 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 및 보존의 순서로 실시된다. 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실시되는 업무(작업)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찾아내 그 유해·위험요인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관리·개선하는 것이 위험성평가다. 우리 법제에는 고용노동부의 '제3차 산재 예방 5개년 계획'에 따라 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된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위험성평가는 이와 같이 규제당국의 일괄적인 안전관리 감독 및 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도입된 자율 규제의 가장 주요한 수단인 만큼 위험성평가만 충실히 실시돼도 산업재해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안전보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자율 규제를 산업안전보건 입법에 적극 수용한 영국은 입법 당시인 1972년 연간 약 1000명의 사고 사망이 2025년 현재 연간 약 125명까지 감소했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의 인자로서 '재발 방지 조치'를 논할 때도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율 규제의 관점에서 사업주가 사고 이전과 달리 위험성평가를 얼마나 충실하게 실시하는지'가 될 수 있다. 사고 이후에 위험성평가의 내실화는 실제 중대재해의 재발을 방지하는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법원이 각각의 개별 사안에서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관리·개선이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공통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사고 이후에 위험성평가가 어떻게 실시돼야 '충실한' 위험성평가로서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개선함으로써 '재발 방지 조치'를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위험성평가의 방법 등을 상세히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인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이하 위험성평가 지침)과 지금까지의 판결례 등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판단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


가.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의 참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험성평가는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실시되는 업무(작업)의 수행 과정에서 근로자가 노출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그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당연하게도 특정 작업을 할 때 존재하는 유해·위험요인은 실제 그 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가장 잘 안다. 이에 따라 위험성평가 지침에서도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는 경우 등에 각각 해당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참여시키도록 정하고 있다(제6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판결례에서도 해당 작업 수행 근로자의 참여나 의견 청취 없이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경우에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갖춘 것으로 판단한 사례가 발견된다(수원지방법원 2024. 10. 16. 선고 2024고단220 판결, 대구지방법원서부지원 2025. 6. 4. 선고 2024고단2750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5. 6. 12. 선고 2025고단461 판결 등). 정부가 2025. 9. 15.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위험성평가의 전 과정에 노동자 참여를 의무화한다는 방침 역시 같은 취지로 이해된다. 이처럼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가 위험성평가의 각 단계에 참여했는지는 곧 위험성평가의 실질적인 작동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나. 복수의 유해ㆍ위험요인 파악 방법 병행


위험성 평가의 성패는 해당 작업에 내재된 유해·위험요인을 얼마나 실질적·체계적으로 파악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파악된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범위 내의 유해·위험요인을 최대한 도출하지 못해 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험성평가 지침에서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방법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정하고 있는데(제10조), 앞서 본 것처럼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할 때에도 해당 작업자의 참여가 필요하므로 순회점검 외에도 근로자들의 상시적 제안에 의한 방법이나 설문조사·인터뷰 등 청취조사에 의한 방법이 병행됐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하나의 방법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유해·위험요인을 복수의 방법에 의한 교차 검증을 통해 더 치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 위험성 감소 대책의 이행 점검


위험성평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당 작업에 내재된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므로, 유해·위험요인을 발견하고도 감소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수립한 감소대책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위험성평가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같은 이유에서 위험성평가 등에서 유해·위험요인을 발견하고도 개선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경우에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사례가 발견된다(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 2023. 10. 6. 선고 2022고단3255 판결, 광주지방법원 2025. 1. 7. 선고 2023고단5641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1. 9. 선고 2023고단1687 판결 등). 따라서 위험성평가 시에 수립한 위험성 감소 대책의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점검하는 절차가 있는지를 충실한 위험성평가의 판단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 


3. 마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주된 양형기준으로 '재발 방지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에 적극 공감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물론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중대재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재발 방지 조치'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겪을 어려움도 공감한다. 개별 사업(장)에서 취한 재발 방지 조치가 적정하려면 충실한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즉 위험성평가가 전제될 수밖에 없고, 위험성평가에 충실하려면 앞서 설명한 공통적 요소에 기반해 실시돼야 한다고 본다.


※ 본 칼럼은 김동현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6년 2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803

관련 업무분야

관련 구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