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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꽃뱀이야?”라고 던진 농담, ‘직장 내 성희롱’ 판결문엔 어떻게 적혔을까

2026.03.25.

노동팀 뉴스레터 제22호 (03) 노동칼럼


1. 들어가며


직장 내 성희롱이란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및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 따라 직장 내에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인지한 즉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


사업주가 조사 과정에서 직면하는 가장 큰 난제는 '그래서 해당 행위는 성희롱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상대방의 동의에 반하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 등 비위행위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에는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실무상 가장 논란이 되는 경우는 행위자(피신고자)가 친근함의 표시라며 던진 가벼운 농담이나 발언이 판단 대상이 될 때다. 행위자의 주관적인 의도와 피해자가 느낀 굴욕감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인사담당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의 판단기준을 설정하는 데 깊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최근 선고된 주요 판례들을 바탕으로 법원이 언어적 성희롱의 경계선을 어떻게 획정하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친근함에 던진 농담 혹은 직장 내 성희롱


가. "넌 여자로 태어난 걸 다행으로 알아라" : 서울고등법원 2025. 2. 5. 선고 2024누39680 판결(확정)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의 전시운영팀장으로 근무하던 원고는 다수의 여성 직원들에게 짓궂은 농담을 일삼아 왔다. 예를 들어, 여성 직원들에게 "넌 여자로 태어난 걸 다행으로 알아라. 안 그랬으면 벌써 나한테 맞았다", "너는 성격이 그래서 어떤 남자랑 결혼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라고 말하거나 머리를 묶고 온 여성 직원에게 "너는 머리 묶지 마라, 시어머니한테 잘 보이려고 조신한 척하는 며느리 같다"는 식의 핀잔 섞인 말들이었다. 원고는 출장 중인 차 안에서 신혼여행 이야기를 하는 직원에게 "뭐 하느라 피곤했을까?"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원고는 이러한 언행들이 모두 어디까지나 농담이었고, 다소 부적절할 수는 있을지언정 성적인 표현이 아니므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언행들은 모두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춰 볼 때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봤고 위 발언들은 모두 피해자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판단됐다. 


나. "꽃뱀이야?", "화장 좀 하고 꾸미고 다녀라"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2. 11. 24. 선고 2020가합41064 판결(항소 기각으로 확정)


방송국 메인 PD인 원고가 방송 작가들에게 한 언행이 문제가 된 사례다. 원고의 발언들을 보면 사실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농담의 향기가 난다. 예컨대 원고와 여러 명의 작가들이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한 작가가 월세 걱정을 하자 원고가 작가들에게 "너네 꽃뱀이냐? 무서운 애들이네"라고 말하며 웃거나 야근 중인 막내 작가에게 다가와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 "남자 친구에게 하듯이 감독님한테도 살갑게 좀 대해 봐라", "왜 화장을 하지 않았느냐,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듯 좀 꾸미고 다녀라"는 식으로 툭 던진 말들이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의 발언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원고는 그런 뉘앙스가 아니었고 작가들이 원고의 언행을 오인한 부분이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법원은 "꽃뱀이야?"나 "화장 좀 하고 다녀라"를 포함한 발언들이 모두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성적 언동에 해당함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원고의 말을 받아들이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위 발언들을 충분히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봐 모두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 "미모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네요" : 광주지방법원 2025. 4. 10. 선고 2024구합12757 판결(확정)


외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포함됐음에도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된 사례도 있다. A는 팀장인 원고가 "역시 능력과 미모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씨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네요", "(원고가 목격한 사람이) 모자 쓴 것부터 키까지 A 님과 완전 똑같았다. A 님은 역시 레벨이 다르시구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을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원고는 견책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는 팀원 간의 불화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A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자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를 치하하는 과정에서 '미모'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고, A도 "ㅋㅋㅋ입에 침 바르고 말씀하신 거져?"라고 회신하며 원고의 발언을 공치사로 여기는 듯한 취지로 반응했던 대화의 맥락에 주목해 해당 발언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성희롱이 아니라고 봤다. 원고가 A의 키를 언급한 내용 또한 신체 부위의 언급은 맞지만 원고가 목격한 사람과 A의 동일성을 언급하기 위한 표현이므로 A에 대한 외모 평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으며, '레벨이 다르다'고 한 부분도 A의 신체적 특징이나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언어적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봐 역시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라. "나는 아내랑 각방 써"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7. 26. 선고 2017가합35410 판결(항소기각,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방송국 뉴스사업부 부장으로 근무하던 원고는 업무상 상하관계에 있던 파견직 여성 직원을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면서 "아내와 스킨십이 없다", "아내가 스킨십을 싫어한다", "아내와 각방을 쓴다"고 말했다. 이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단골 안줏거리로 주고받는, 흔한 하소연처럼 들리기도 한다. 원고 역시 해당 발언이 성적 의도 없이 친근감을 표시하는 하소연 내지 발언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법원은 원고가 부하 지원을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면서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아내와의 스킨십, 각방 사용' 등 남녀 간 육체적 관계를 연상시킬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여성의 성적 수치심을 안겨줄 수 있는 부적절한 언행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법원은 원고의 언동 중 일부가 그 자체로만 떼어 놓고 보면 성적 의도 없이 단순히 부주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더라도, 원고와 피해자의 회사 내 지위와 관계, 그러한 발언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이루어진 점 등 고려해 해당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3. 나가며

이상의 판례들을 통해 살펴봤듯, 직장 내 성희롱은 발화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성립 가능하므로 '의도하지 않은 농담'도 얼마든지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설령 행위자가 상대방에 대한 친근함에서 비롯된 농담 내지 단순히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의 시각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언동이라면 법원은 이를 엄연한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발언 그 자체뿐 아니라 행위자의 우월적 지위, 유사한 언동의 반복성과 지속성, 그리고 발언이 나온 맥락을 세밀하게 살핀다. 특정 신체 부위나 외모를 언급했더라도 그것이 일회적이고 당시 상황에 비춰 충분히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이처럼 직장 내 성희롱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에 특정 기준을 섣불리 단정하기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표현이라 해서 그것이 곧바로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인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실무상 성희롱 여부를 공정하게 가려내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라고 단정한 특정 발언에 대한 판단이 추후 법원에서 뒤집힐 경우, 이는 자칫 사용자가 객관적 조사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기에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리적 판단과 실무적 맥락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수적이다. 초기 단계부터 법무법인 등 외부 전문가를 통해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사용자의 조사 의무 이행과 관련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농담이 예기치 못한 법적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사안의 구체적인 맥락을 정확히 읽어내는 세심한 관리와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사후적인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조직 내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다. 과거에는 친근함의 표시로 통용되던 농담이 이제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구성원이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성희롱 예방 교육을 통해 조직 전반의 성 인지감수성을 점검하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 본 칼럼은 김아연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6년 2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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