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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조례개정 방식으로 두 기관을 통합한 것은 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6.02.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1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19. 선고 2024가합60235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서울시가 출자∙출연한 지방연구원이고, 원고들은 소외 A연구원의 노동조합과 위 노동조합 지회장입니다.  서울시는 정부의 유사∙중복 기관 통폐합 정책에 따라 피고와 소외 A연구원을 '조례 개정' 방식으로 통합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통합').  개정된 '피고 운영에 관한 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는 피고가 A연구원의 모든 사업, 재산 및 법률관계를 승계하고, A연구원 근로자들은 피고에 채용된 것으로 보되, 각종 근로조건은 피고의 규정을 따르도록 정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통합은 영업양도에 해당하고, 영업양도의 법리에 따라 기존 A연구원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피고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므로, 기존 A연구원 근로자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취업규칙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한편 원고들은 본안 소송 진행 중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위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통합에 따라 기존 A연구원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피고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므로, 기존 A연구원 근로자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원고들의 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앞선 가처분 신청 사건의 결론과 달리, 취업규칙 무효확인에 관한 원고 노동조합의 주위적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본안 전 판단 - 원고 노동조합의 주위적 청구 확인의 이익 관련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등이 정하는 일정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조합원 임금협상의 당사자가 되거나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는 하나, 사용자에 대해 임금채권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이 정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이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지위에 있지 않다.  따라서 원고 노동조합은 피고 또는 A연구원 취업규칙이 직접 적용되는 지위에 있지 않고, 해당 규정으로 인해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상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인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간접적∙사실적 이해관계를 가질 뿐이다.  따라서 피고 취업규칙의 효력 유무 및 A연구원 취업규칙 적용여부는 임금채권자인 소속 구성원인 근로자들에 대한 법률적 지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노동조합인 원고 노동조합의 법률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을 야기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피고 취업규칙 효력 및 적용 여부에 대한 확인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해당 규정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소속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분쟁해결도 기대하기 어렵고, 근로자들이 원고가 되어 피고 취업규칙이 자신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확인판결을 받거나 종전 규정에 따른 이행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해당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 노동조합은 피고 취업규칙 효력 유무 및 A연구원 취업규칙의 적용 여부에 대한 확인을 구할 법률상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원고 노동조합의 주위적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2다28784 판결 등 참조).

나. 피고가 A연구원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포괄 승계하였는지 여부(부정)

(관련 법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던 특정 사업을 법률에 의하여 공사에 이관하는 경우에 있어서, 인적 조직에 변동이 있고 물적 조직도 그것을 규율하는 법률 등에 차이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입법정책적 판단에 의하여 공사에 승계되는 권리∙의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서 이관되는 업무에 관한 권리∙의무를 공사가 승계한다는 규정만을 두고 근로관계의 승계 여부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 공무원들의 근로관계가 공사에 당연승계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3다3964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법률의 개정 등으로 인하여 정부의 특정업무의 대행기관이 변경된 경우에는 이를 두 단체 사이의 약정에 의한 영업양도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종전에 대행업무에 종사하던 직원들의 근로관계가 새로이 업무를 맡게 된 기관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에 있어 근로관계의 승계가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법률의 부칙이나 새로이 업무를 맡게 된 기관의 정관, 취업규칙 등에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든가 두 단체 사이에 직원들의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별개의 약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 12. 12. 선고 99다66373 판결 등 참조).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개정할 수 있는바(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1), 조례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를 통해서 지역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의 대표기관이고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로 볼 때,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인 것으로 족하다(헌법재판소 1995. 4. 20. 선고 92헌마264, 279 결정 참조).  서울특별시는 2022. 9. 5.경 발표된 ‘새정부 지방공공기관 혁신지침’에 따라 서울특별시 출자∙출연기관 중 유사∙중복 기관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하고, 운영심의위원회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이 사건 통합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사건 조례개정을 통해 부칙 제2조에서 ‘서울특별시 A연구원 조례를 폐지한다.’고 규정하고, 부칙 제3조 내지 제5조에서 이 사건 통합에 따른 법률효과 등을 규정하였다.  

결국 서울특별시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법률의 포괄적 위임을 받은 이 사건 조례개정을 통해 이 사건 통합을 진행하였는바, 양도인과 양수인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영업양도와는 법적성질을 달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으로서,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는 단지 어떠한 영업재산이 어느 정도로 이전되어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종래의 영업조직이 유지되어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그 조직을 해체하여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로 볼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3826 판결,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다1022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례 부칙 제4조 제1항에서 ‘이 조례 시행 전에 A연구원이 대외적으로 행한 법률행위의 효과와 법률관계는 피고가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이 사건 조례 시행 전 A연구원이 시행한 사업 또는 시행 중인 사업은 피고의 사업으로 본다.’고 규정하며, 제5조에서 ‘A연구원의 모든 재산은 피고가 승계한다.’고 각 규정함으로써 피고가 A연구원의 대외적 법률관계 및 기존 진행 사업∙재산을 승계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ⅰ) 이 사건 조례 부칙 제3조 제1항에서는 ‘이 사건 조례 시행 당시 A연구원 임원은 그 임기가 종료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A연구원 임원은 승계대상에서 제외한 점, (ⅱ) 같은 조 제2항에서 ‘이 사건 조례 시행 당시 A연구원에 재직하던 모든 직원을 피고에 채용된 것으로 보되 근로계약 방식과 보수체계, 승진 등 각종 근로조건은 피고의 정관과 제 규정을 따른다.‘고 규정함으로써 A연구원 직원 중 의사에 반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만 채용간주 규정을 두면서도 근로조건은 승계하지 않음으로써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한 점, (ⅲ) 이 사건 통합 후 A연구원의 기존 조직은 모두 해체되고 피고와 통합되어 하나의 직제로 개편된 점, (ⅳ) 이 사건 통합 후 A연구원 상암동 청사는 폐쇄되었고 그 과정에서 업무 특성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피고 청사에 인력이 혼합 배치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통합에 따라 A연구원의 인적∙물적 조직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피고에 일체로서 이전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 통합이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와 A연구원 사이에 별도의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가 인정될 것인데, 이 사건 조례 부칙 제3조 제2∙5항에 따라 A연구원 직원 중 의사에 반하지 않는 이들에 대하여만 채용을 간주할 뿐 근로조건은 승계하지 않음을 명시한 이상, 피고가 A연구원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조례 개정 방식으로 기관을 통합한 경우, 그 법적 성질을 사법상 계약에 의한 영업양도와 구별하여 보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특히 대외적 법률관계 및 기존 진행 사업∙재산을 승계하였더라도, 인적∙물적 조직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된 바 없고 별도의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가처분 사건에서와 달리 본안에서 보다 엄격한 법리 검토를 통해 결론을 달리한 점도 주목됩니다.

실무적으로 향후 공공기관 구조개편이나 통폐합 과정에서 근로관계 승계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ⅰ) 통합 방식이 계약에 의한 영업양도인지 또는 정책적 결정에 따른 것인지, (ⅱ) 법률∙조례∙정관 등에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나 별도의 합의가 존재하는지, (ⅲ) 인적∙물적 조직이 동일성을 유지한 채 이전되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에 대해 원고들이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중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6나200235호).

※ 본 소송은 율촌이 수행해서 승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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