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도급계약의 성격에 부합하는 특성이 있더라도 근로자파견의 성격이 더욱 강하고 현장에 근무할 인력의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본 사례
2026.02.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1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광주고등법원 2026. 1. 22. 선고 2023나23653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한국전력공사이고, 피고는 피고의 퇴직자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전력전우회가 설립하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A 주식회사와 피고가 인수한 도서발전소의 발전시설 운영 등 기술지원 용역을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여 왔습니다. 원고들은 A 주식회사의 근로자로 울릉도 등 66개 도서지역에서 피고 소유의 발전소 운영 및 배전시설 유지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자들입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용역계약이 도급계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실질에 있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규정된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는 내용의 확인 및 피고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 판결은 원고들이 A 주식회사에게 고용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의 사업장에서 피고의 지휘∙명령에 따라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였다고 판단하였고, 피고, 원고들, A 주식회사 3자 사이에 파견법 제2조 제1호가 정하는 “근로자파견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3. 6. 9. 선고 2020가합52448 판결).
대상판결 또한 각 쟁점분야별 계약의 실질을 검토 후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이 도급계약인지 근로자파견계약인지를 판단하고,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가. 도급계약과 근로자파견계약의 구별기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용역계약의 체계와 문언 및 계약체결 경위
① 피고와 A 주식회사가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한 1996년경에는 피고가 우리나라 내륙 전부와 일부 도서의 발전, 배전 사업을 전부 영위하였으며 피고는 도서지역에서 수행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 전반적인 업무를 A 주식회사에게 포괄적으로 위탁했다.
② 피고는 A 주식회사에 공문이나 위탁운영통보서를 보내어 업무 내용을 전달하고, 위탁업무에 대한 확인, 지도 및 자료제출요구권, 이의개선요구권을 규정하였다. 또한 A 주식회사는 세부업무처리순서, 업무분배 방식, 업무보고 양식 등 종합적으로 피고의 지침 및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이 사건 용역을 수행하도록 의무화하였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 자체에 상세한 업무방식과 함께 직무별, 기술자격별 정원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인력채용과 업무 배치에 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을 행사하였다.
④ 용역의 대가가 인력 투입 규모에 비례하고, 이 사건 용역계약에 대한 대금은 기본적으로 ‘일의 완성’보다는 A 주식회사의 ‘노동력 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이고, A 주식회사는 스스로의 노력과 판단 여하에 따라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여지가 사실상 봉쇄된 것으로 보인다.
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한정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이라기보다는 피고가 관계 법령상 도서지역 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파견 받아 피고의 지휘·감독 하에 사용하기 위한 근로자파견계약의 특성이 강하다
다. 계약 이행 과정(실제 업무 수행 방식)
① 이 사건 용역 수행 과정에서 피고는 피고가 주도적으로 제작하고 업무수행방법과 절차 등 노무제공의 세부적 방식을 정한 업무지침서를 제공하고, A 주식회사의 직원들은 위 지침서 내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발전소장, 공무담당자, 발전운전원, 배전정비원 등이 각 보직별로 수행하여야 할 업무를 세분화하여 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A 주식회사 본사와 각 도서발전소의 업무 분담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정하였으며, 주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여 업무처리지침들이 준수되고 있는지 확인하였고, 업무처리지침의 내용이 A 주식회사 직원들에게 체화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 주도로 작성된 업무처리지침들의 내용과 범위, 실제 업무에서의 활용도 등에 비추어, 위 업무처리지침이 도급인의 지시 내지 정보제공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피고는 원고들과 피고 본사 도서전력팀이나 관할 피고 지사간 긴밀한 업무 협조 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 직원과 A 주식회사 직원들이 공문, 카카오톡 등으로 수시로 업무연락을 주고받으며 도서발전사업을 위한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하였으므로 근로자파견계약의 성격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라. 계약 이행 결과의 보고와 평가
① A 주식회사는 (ⅰ) 일일보고, 주간보고, 월간/연간보고 등 피고에 대한 정기보고를 진행하고, (ⅱ) 피고의 도서발전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한 발전실적을 매일 입력하는 한편, (ⅲ)피고로부터 기술점검, 계통감사, 특정감사, 특별감사 등 정기 내지 수시 감사를 받은 후 개선조치 이행을 지시받고, 문제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받거나 우수직원에 대해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하였다.
② 피고에 대한 실적 정기보고, 도급인에 대한 수급인의 용역 수행 결과 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원고들의 근태점검이나,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 고유의 경영상 관심사에 해당하는 도서 발전소의 방문자 내지 언론 동향을 보고하게 한 것은 도급계약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아 도급계약의 성격과 근로자파견계약의 지표로 볼 수 있는 내용이 혼재되어 있다.
③ 도서발전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한 업무수행 역시 도급계약과 근로자파견계약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피고가 위 시스템에 업무 관련 정보를 공지한 부분은 도급인의 지시 내지 정보제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근로자파견계약의 지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24시간 상시적으로 피고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업무라는 사정은 일정한 시간 단위 내에 특정한 일을 완성하여 도급인에게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도급계약에 적합하지 않은 업무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④ 그러나 피고가 도서발전소들을 피고 내부 사업부와 유사하게 취급하고, 감사를 통해 A 주식회사 직원들의 근태나 업무 수행 방식, 자격 충족 여부 등을 평가하고 포상 내지 징계를 하여 노무 품질을 관리해 온 점 등은 근로자파견계약의 지표로 보인다.
⑤ 용역계약 일반조건인 근로자 교체 요구권이나 발주자의 감독의무 관련 조항들이 일의 완성 자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려운 개별 근로자의 근무 태도나 노무의 품질을 평가하여 포상하거나 징계할 권한까지 발주자(피고)에게 부여하는 취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근태나 업무 수행 방식을 평가하고 포상 내지 징계를 하여 그들의 노무 품질을 관리한 것이 근로자파견계약의 지표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마. 인력 운영, 교육ㆍ훈련에 대한 결정권
① 피고가 이 사건 용역에 투입할 A 주식회사 직원의 발전소별, 직무별 인원과 자격 및 작업시간 등 인력운영방식을 결정할 권한과 근무태도를 점검할 권한을 행사하였다.
② 또한 피고는 A 주식회사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 계획을 수립하고 비용을 부담하여 교육 실행을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들은 근로자파견계약의 성격에 가깝다.
바. 업무의 전문성, A 주식회사의 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보유 여부
① A 주식회사는 이 사건 용역과 관련하여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기술성을 가진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차량과 설비, 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이 사건 용역 외에도 전기공사 관련 사업을 어느 정도 영위하는 등 기업으로서 독자적인 조직을 갖춘 사정은 인정된다.
② 그러나 A 주식회사 직원들의 전문성은 주로 이 사건 용역 수행 과정에서의 피고 주도의 교육과 실무 경험을 통해서 축적된 것으로 보이고, A 주식회사의 매출은 대부분 이 사건 용역 수행을 통해 발생하며 이 사건 용역 수행에 필요한 설비나 자재 등의 구매비 등도 피고가 부담하는 등 A 주식회사는 피고에 의존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서 인정한 사정들만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의 근로자파견계약 해당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원고들의 직접고용청구권은 위 원고들이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고, 원고들이 A 주식회사로부터 퇴사한 날로부터 진행된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이 사건 용역계약의 실질을 불법파견의 개별 판단 요소별로 세밀히 분석한 후, 이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취하였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 일부 도급계약의 성격에 부합하는 특성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파견계약의 성격이 더욱 강하고 도서지역 현장에 근무할 인력의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여 체결하였다고 보아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인사권의 실제 행사 주체, 업무현장에서 구체적 지시를 하는 지휘·감독자의 소속, 업무의 전문성, 원고용주의 독립적 조직 구비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그 증명의 정도에 따라 결론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청의 입장에서는 사전에 협력업체들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의 실질적인 사실관계를 불법파견의 판단 요소별로 면밀히 추적하고 관찰하여 불법파견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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