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팀 뉴스레터 제21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5. 12. 19. 선고 2024고단126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A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사람이고, A 회사는 상시 근로자 약 206명을 사용하여 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창고시설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신축공사’, 공사금액 약 52,800,000,000원)를 도급받아 시공하던 사업주입니다.
A 회사는 이 사건 신축공사 중 기계설비공사를 B 회사에 도급(공사금액 약 514,800,000원)하였는데, B 회사의 근로자인 재해자가 이 사건 신축공사 현장에서 시저형 고소작업대에 탑승하여 가대 작업(시스템 찬넬 작업) 수행 간 이동하던 중 경로상에 있던 하지철물 구조물과 고소작업대 안전난간 사이에 머리가 협착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검사는, A 회사에 안전보건최고책임자(이하 ‘CSO’)가 선임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A 회사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라고 보아,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및 동시행령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의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의무(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5호), 도급, 용역, 위탁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의무(동시행령 제4조 제9호 가목)를 위반하여 재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아니라 A 회사의 CSO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므로 대표이사는 면책된다고 판단하면서, 대표이사인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수범자로서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
①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은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여기서 "또는"의 의미가 선택적인 것인지, 아니면 중첩적인 것인지가 문제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사업총괄책임자와 별도로 CSO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는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면책되고, CSO만이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수범자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첫째,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대표이사가 CSO에게 완전히 위임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법령상 근거는 없다. 대표이사에게 모든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보다 각 사업 부문마다 안전·보건에 관한 총괄책임자를 선임하는 것이 종사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더 충실한 결과가 될 수 있다. CSO가 선임되어 있음에도 언제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함께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기업 운영의 현실에 반할뿐더러 기업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표이사로 하여금 모든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종사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더 부합하는 해석이라 보기도 어렵다.
③ 둘째, CSO는 회사 내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정도에 그치는 자가 아니라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하여 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므로 CSO만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④ 다만, CSO가 선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적인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을 사업총괄책임자가 행사한 경우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로 하여금 경영책임자 등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게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CSO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사업총괄책임자를 경영책임자 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부정)
사업총괄책임자인 피고인은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면책되고, CSO가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여 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의 수범자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A 회사는 2022년 1월경 SEQ(Safety Environment Quality)실을 만들고 정OO를 SEQ실장 겸 CSO로 선임하여 CSO 및 SEQ실에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이관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였고, 각 분기마다 안전·보건 경영회의를 통해 CSO 중심의 안전·보건 업무 총괄체계를 구축해왔다.
② 피고인은 2019. 1. 21. 대표이사로 취임하였으나 건설업무에 능숙하지 않은 자로 보이는 반면, CSO는 약 30년간의 건설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내이사로서 단순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아닌 임원이며, 위와 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CSO로 취임하여 A 회사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 전반을 총괄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조직개편의 목적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대처로서 대표이사의 면책 이외에도 더욱 전문성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종사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데 충실하고자 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③ 위 조직개편에 따라 안전·보건경영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은 2022. 2. 4.부터 CSO에게 전결권을 부여하였고, 특히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및 협력업체 평가에 관한 부분은 전결권자가 CSO임이 명백하다.
④ 경영책임자 등이 부담하는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관하여, 일부 절차서들에는 CSO가 아닌 최고경영자가 위 각 의무의 주체로 규정한 내용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임전결규정에 의하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및 협력업체 평가, 안전보건관리운영 예산편성 및 집행은 CSO가 전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고, 실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 역시 CSO가 최종 결재한 것으로 보이므로 앞선 최고경영자에 관한 각 절차서 상의 내용은 대표이사의 일반적·추상적인 책임 및 권한에 대한 것이거나 앞서 본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개정이 누락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앞선 CSO가 아닌 대표이사가 위와 같은 부분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⑤ 위와 같은 조직개편 이후에도, 각 분기별 안전보건 경영회의에서 피고인이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거나 공사현장 안전·점검을 위해 방문한 사실도 있으나, 이는 대표이사로서의 일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보일 뿐이다. 공사현장 방문의 경우 2022년도 기준으로 CSO와 비교해 그 방문횟수가 현저히 적은 점, 피고인이 대표이사로서 위와 같은 업무도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안전·보건에 관한 의무만을 CSO에게 일임한 채 이를 방치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CSO에게 안전·보건업무에 관한 사항을 직접적으로 지시하거나 CSO이 피고인의 결정에 따라 업무수행을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예비적 판단)
① 설령 앞서 본 바와 달리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피고인은 SEQ실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안전평가 절차서」, 「도급, 용역, 위탁시 안전보건관리 절차서」를 마련한 사실이 있다.
③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안전평가 절차서」에 따라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안전평가 절차서」의 평가항목은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른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주된 직무인 위험성평가 실시에 관한 사항, 산업재해 예방조치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설령 일부 직무에 관한 평가내용이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안전·보건업무에 관한 평가·관리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그러한 피고인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위반 사실과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④ 「도급, 용역, 위탁시 안전보건관리 절차서」에 따른 협력업체 평가기준 등을 마련하였고, 2023년 초순경에 그 평가기준에 따라 협력업체의 2022년도 업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고 그 평가항목에는 안전조치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있었던 점, 협력업체와의 도급계약 시 적격심사가 이루어진 점, 「도급, 용역, 위탁시 안전보건관리 절차서」의 협력업체 평가기준에 의하더라도 협력업체에 대하여 안전 및 보건 확보가 이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과 절차에 따라 도급 등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하기 부족하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러한 피고인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위반 사실과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대표이사가 아닌 CSO의 경영책임자성을 인정하고 대표이사를 면책시킨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에 앞서 수원지방법원은 2025. 9. 23. 이른바 ‘아리셀’ 판결에서 대상판결과 마찬가지로 ‘사업총괄책임자와 별도로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에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대표이사에게 유보되지 않고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대표이사와 동등한 수준의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한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책임자 등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론을 제시하고, 안전보건책임자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경우 사업총괄책임자가 면책된다는 취지로 설시한 바 있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5. 9. 23. 선고 2024고합833 판결).
그러나 아리셀 판결 사안에서는 결과적으로 안전보건최고책임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주장한 총괄본부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근거로는 (ⅰ) 총괄본부장이 주요 업무를 모두 대표이사에게 보고한 후 대표이사가 이를 사후적, 묵시적으로 승인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처리된 점, (ⅱ) 필요한 경우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도 대표이사가 지시하기도 한 점, (ⅲ) 아리셀은 소속 근로자가 50명이며 하나의 업무 분야(리튬 1차전지 생산)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임명할 필요성이 없는 점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반면 대상판결은 사고 발생 전 이미 CSO 중심의 안전보건 업무 총괄체계가 구축되었고, 이에 따라 CSO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조직·인력 등의 전결권자로서 실제로 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해온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아 최초로 CSO를 “경영책임자 등”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아울러 해당 임원이 약 30년의 건설업무 경력을 가지고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여 건설공사 전반에 관하여 전문성을 가진 점도 함께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CSO를 별도로 선임한 경우에 그 CSO가 “경영책임자 등”으로 인정받고 CSO선임을 이유로 대표이사가 면책되기 위해서는, (ⅰ) 회사가 별도 CSO를 선임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가져야 하고, (ⅱ) 안전보건에 전문성을 갖춘 자가 CSO로 선임되어야 하며, (ⅲ) 안전보건에 관하여는 대표이사 대신에 CSO가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검사와 대표이사가 아닌 피고인 일부(A 회사의 현장소장 등)가 항소하였는 바 추후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