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팀 뉴스레터 제21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창원지방법원 2025. 12. 17. 선고 2025가합1046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며, 원고는 2023. 3. 1.부터 피고의 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에서 기간제 교원 채용계약(이하 ‘이 사건 채용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한 교원입니다.
원고는 이 사건 학교 이전 근무지인 타 학교에 채용될 당시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허위의 경력확인서 및 재직증명서를 제출하여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국가공무원법위반 혐의로 2022. 2. 24. 기소되었고, 상고심을 거쳐 2024. 4. 1. 벌금 1,000만원의 유죄판결이 확정(이하, ‘관련 형사사건’)되었습니다. 원고는 기소 이후인 2023. 3. 1.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채용계약을 체결하고, 2024. 3. 1. 및 2025. 3. 1. 동일한 채용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채용계약을 사실상 갱신하였습니다. 피고는 2025. 4. 22. 원고에게 형사사건 기소 및 유죄판결 확정, ‘원고에 대한 계약해지 요구’를 내용으로 하는 경상남도 교육감의 복무감사 결과 처분, 이 사건 채용계약상 계약해지 조항 및 경상남도 교육청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이하 ‘이 사건 운영지침’)에 따라, 원고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채용계약을 2025. 5. 28. 자로 해지(해고)한다는 예고 통지를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해고’, 예고 통지는 ‘이 사건 해고 통지’).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해고가 절차를 위반하였거나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원고는 (ⅰ)이 사건 해고 통지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여 절차 위반이 있고, (ⅱ)이 사건 채용계약에 따른 해고 사유(해지 사유) 중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는 당해 학교에서 기간제 교원으로 근무 중 발생한 사안으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이거나, 과거에 발생한 사안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당해 학교에서 근무 중 발생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의미한 것으로 한정 해석하여야 하며, 원고는 이 사건 학교에서 재직 중 교사의 지위와 본분을 성실히 다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원고의 비위 정도에 비하여 과중하여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위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절차를 위반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없음을 이유로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해고사유 서면통지 관련 절차적 하자 여부(부정)
①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나중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 해고통지서 등 명칭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서면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두36103 판결 참조).
② 원고는 이 사건 해고 통지 당시 해고사유가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해고 통지는 이 사건 해고 사유에 관하여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공소제기일자, 죄명, 사건번호 및 진행 과정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해고 사유는 특정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해고의 정당한 이유(부정)
① 피고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해당한다는 점을 해고의 사유로 통지하였으므로, 위 해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② 이 사건 채용계약 계약해지 조항에는 기소의 시기와 관련하여 ‘재직 전’ 또는 ‘재직 중’이라는 명시적 문언이 없다. 그런데 위 조항을 ‘재직 전’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채용 당시 존재하였던 사정이므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애초에 기간제 교원으로 채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재직 전’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가 기간제 교원의 채용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고, 달리 기간제 교원 채용에 앞서 지원자들에게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있는지 여부를 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도 않다.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등에도 재직 전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채용 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으며, 성범죄나 재직 중 범죄로 인하여 벌금형이 확정된 특수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어떤 법령에서도 재직 전 기소된 경우를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다.
③ 따라서 이 사건 채용계약 및 이 사건 운영지침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는 ‘재직 중’ 형사사건으로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관련 형사사건은 원고가 이 사건 학교에 재직하기 전에 기소된 것이므로 해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직 중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채용계약상 복무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없고, 교사에 대한 신뢰의 저하나 품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로 인한 해고 또는 계약 해지 조치가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재직 전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는 위와 같은 사정이 발생할 우려가 적고, 그 직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채용계약 및 이 사건 운영지침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의 의미를 ‘재직 전’까지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원고에게 과도하게 불리하여 합리성을 갖춘 해석이라 보기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해고통지의 효력과 관련하여,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 해고통지서 등 명칭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서면이면 충분하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두36103 판결).
아울러, 대상판결은 이 사건 채용계약서의 '계약 해지’ 관련 조항의 해지사유로서 ‘형사사건 기소’의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된 바 없다면, 해지사유로 인정되는 형사사건 기소의 시점을 ‘재직 전’까지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하고, ‘재직 중’ 형사사건 기소만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정 해석하였습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하면, 사용자로서는 채용 및 근로 계약 작성 시, 대상자의 비위행위로 인한 해고(계약 해지)사유를 명시할 때에, 계약해지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범주, 행위의 시기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에 대해 양당사자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