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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은 하나의 고용형태로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며, 고용형태를 이유로 임금을 적게 지급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6.02.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1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2. 12. 선고 2024나2013287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종합 뉴스프로그램의 제작 및 공급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의 디자인센터 등에서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입니다.  피고에 소속된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① 호봉직, ② 연봉직, ③ 프리랜서, ④ 계약직, ⑤ 파견직 중 하나의 형태로 고용되었습니다.  ① 호봉직과 ② 연봉직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는 점에서는 공통되나 임금 산정방식은 상이했는데, ①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로 채용되면 첫 2년을 인턴기간(3개월), 수습기간(3개월), 연봉계약직 기간(1년 6개월)으로 근무하는데, 위 2년의 일종의 시용기간 동안에도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로 분류되어 호봉제로 급여를 지급받았습니다.  한편, ② 연봉직으로 채용된 근로자들 역시 2년의 시용기간을 거친 후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인정되나, 호봉직이 아닌 (기간제) 계약직 근로자와 동일한 연봉 산정 방식에 따라 급여를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계약직 및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한 기간 동안 동일ㆍ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호봉직 근로자들과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받았으며,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 등을 차별적으로 지급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등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호봉직 근로자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의 차액, 미지급 퇴직금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등으로 청구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원고들은 (ⅰ) 계약직 기간에 대하여는 피고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차별처우금지의무를 위반하여 호봉직 근로자들과 차별하여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ⅱ) 또한 연봉직 기간에 대하여는 주위적으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금지하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의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예비적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되는 평등원칙 위반을 주장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 판결은 연봉직 또는 호봉직 근로자라는 지위 또는 고용형태가 ‘계속적ㆍ고정적인 지위’에 해당하지 않고,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여,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다만,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하는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고, 이들에 대한 차등 대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헌법 제11조 제1항으로 도출된 예비적 주장을 인용하였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4. 2. 8. 선고 2020가합42074 판결).  


그러나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제1심과 달리, 연봉직의 고용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고 연봉직과 호봉직 사이에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을 인용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무기계약직(이 사건 ‘연봉직’)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긍정)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성별, 국적, 신앙 이외의 것으로서 사회제도나 문화, 관행 등으로 인하여 근로 내용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근로조건 결정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정형화·토착화시키는 사회적 힘을 가진 계속적 지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지위는 반드시 영구적이거나 장기간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될 수 있는 속성의 것이면 충분하다.  다만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적 처우에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신분을 구성하는 지위는 다른 사회적 지위와 뚜렷하게 구별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신분은 주로 인종, 생물학적 성별, 봉건적 계급 등 선천적으로 부여된 사회적 지위에 기초하여 인정되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화하고 평등원칙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사회적 신분은 후천적 지위와 변동가능한 지위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우리 판례 또한 변호사, 공무원 또는 법인 임원과 같이 개인의 선택이 개입되는 후천적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왔으므로 근로관계상 지위의 획득이나 상실에 근로계약을 매개로 한 개인의 선택이 개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지위가 사회적 신분을 구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이 ‘사회적 신분’ 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개방적인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지위를 이유로 한 다양한 형태의 차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의 차별금지 조항들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율 범위 바깥에 있는 새로운 차별금지 사유를 설정한 것이라기보다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의 의미를 개별 법률 조항의 형태로 구체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무기계약직은 법적 형식에서는 정규직 근로자와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나, ‘사회적 신분’이 법령에 따라 부여되는 지위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 제도나 문화, 관행 등에 의하여 형성되는 지위를 포괄하는 개념인 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에 분명하게 위치하고 있는 무기계약직도 하나의 고용형태에 해당하고, 이는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지위에 해당하여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개별 사건에서 차등 처우 존재 여부의 판단 단계나 합리적 이유 심사 단계에서 그 사업장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 자체를 부정하는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


원고들이 계약직 그래픽 디자이너로 2년을 근무한 후 취득한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지위는 피고 내에서 단지 ‘연봉제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계약직 그래픽 디자이너,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등)과 정규직(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에 위치하고 이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고용형태’로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연봉직과 호봉직 근로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지(긍정)


근로기준법 제6조는 명시적으로 비교대상 근로자를 상정하거나 그 기준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므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와 비교대상 근로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


원고들이 비교대상 근로자로 지목하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피고가 주장하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의 입사자격, 채용경로가 다르다는 점은 이 부분 판단의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할 뿐 아니라 합리적 이유를 인정받기에도 부족한 사정에 불과하여 이를 들어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에 비교 자체가 불필요하거나 적당하지 않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를 고려하면, 원고들과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인정되므로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원고들의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


다. 불리한 처우의 존부(긍정)


피고는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의 임금 체계를 완전히 다르게 구성하였는데, (ⅰ)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피고의 다른 호봉직 사원과 마찬가지로 호봉표에 따른 기본급, 기본급의 800%에 해당하는 상여금, 직급수당, 급식수당, 통근수당, 교육연구수당, 진행수당, 명절격려금, 가족수당을 지급받는 데 비하여, 원고들은 기본급, 진행수당, 명절격려금, 가족수당만을 지급받았다. 


호봉직은 매년 2호봉의 정기승호가 이루어져 기본급이 증액되는데 비하여 연봉직은 승호가 없는 대신 입사 전 경력기간과 피고의 근무기간을 고려하여 매년 연봉을 산정하고 있다. 


청구기간 동안 원고들과 그 비교대상 근로자가 받은 임금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들은 비교대상 근로자에 비하여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라. 차등 처우의 합리적 이유 존부(부정)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해당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또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가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 및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급부의 실제 목적, 고용형태의 속성과 관련성, 업무의 내용 및 범위ㆍ권한ㆍ책임, 노동의 강도ㆍ양과 질, 임금이나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는 종래에 보도혁신본부 내에 보도국을 두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보도국 산하 화면R&D팀 등에 배치하였다가, 2017. 1. 9. 보도혁신본부 내에 보도그래픽팀, 제작그래픽팀, 브랜드팀으로 구성된 디자인센터를 새로 설립하고 2020. 5. 11. 자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조치’라 한다)을 통해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보도그래픽팀으로,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제작그래픽팀으로 소속을 구분하였다.


그런데, (ⅰ) 이 사건 인사조치 전에는 보도그래픽팀의 업무를 호봉직, 연봉직, 프리랜서가 모두 수행하고, 디자인센터장은 원고들과 나눈 대화에서 이 사건 인사조치가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의 차별이 소송화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대비하기 위한 목적에서 실행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는 등 이 사건 인사조치는 그래픽 업무의 전문화나 인력의 효율적 배치가 아니라 호봉직과 연봉직의 업무를 단순히 구분함으로써 소송에서 차별로 인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던 점.  (ⅱ) 이 사건 인사조치 이후 뉴스그래픽팀 창설 전까지의 기간 동안 보도그래픽팀 소속 호봉직 그래픽 디자이너와 제작그래픽팀 소속 연봉직 그래픽 디자이너가 제작하는 그래픽의 수, 제작기한, 그래픽이 사용되는 방송의 성격, 근무형태가 다르기는 했으나 본질적인 차이에 해당하지 않는 점, (ⅲ) 인사조치 전의 기간 동안에 보도그래픽팀 소속인지, 제작그래픽팀 소속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직분(연봉직, 호봉직)에 따라서만 구분된 임금을 지급하였고, 뉴스그래픽팀 창설 이후에도 보도그래픽팀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뉴스그래픽팀 소속 연봉직과 제작그래픽팀 소속 연봉직에게 동일한 방식의 임금을 지급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업무수행 방식의 차이가 임금 차이를 합리화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3. 의의 및 시사점


기간제법은 제8조 제1항에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지만, 무기계약직 근로자(2년의 기간제 계약이 도과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별다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기간제법이 아닌 근로기준법 제6조에 규정된 균등처우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왔습니다. 


이때 무기계약직이라는 근로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금지 사유 중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지속적으로 문제되어 왔는데, 대법원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예가 있으나(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상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일 뿐,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그 의미를 한정한 바 있었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에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아직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없고,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었는데, 대상판결은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을 일괄적으로 부인하여 무기계약직에 대한 어떠한 차별에 관해서도 사법심사의 가능성을 봉쇄할 경우에는 매우 극단적인 차별까지도 방치되는 폐해가 발생’한다는 배경을 설명하며, ‘사회적 신분’이 반드시 영구적이거나 장기간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될 수 있는 속성의 것이면 충분하다고 보아,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양당사자가 모두 상소하지 않아 대상판결은 2026. 1. 3.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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