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사고는 예견가능한 사고가 된다
2026.02.26.
노동팀 뉴스레터 제21호 (03) 노동칼럼
2025년 4월 광명시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지하터널과 상부 도로가 붕괴했다. A건설사 근로자 1명은 실종됐다가 4월 16일 지하 21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하청업체 굴착기 기사 1명은 중상을 입었다. 같은 해 7월에는 A건설사가 시공하는 고속국도 건설공사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다음 날 A건설사 전 현장 불시감독을 지시했다.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감독과 수사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위 같은 노선의 광명시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는 2025년 12월 지하 70m에서 철근 구조물이 무너져 콘크리트 타설차량 위로 떨어지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반복사고의 무게중심은 사건의 횟수 자체가 아니라 위험이 축적되는 방식에 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유형의 중대재해가 이어질 때에는 유해·위험요인이 이미 관찰됐는지, 그리고 관리체계가 그 신호를 개선조치로 통제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예견가능성은 형사책임의 용어로만 남지 않고 현장 안전보건의 측면에서 “위험을 확인했고, 기록했고, 개선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는 사업주가 업무로 인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위험성의 크기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위험성평가에는 해당 작업장 근로자의 참여가 요구되고 결과와 조치사항을 기록·보존해야 한다. 평가의 방법·절차·시기 등은 고용노동부장관 고시로 정하며 같은 법 시행규칙은 기록에 유해·위험요인, 위험성 결정 내용, 조치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면서 자료를 3년간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복사고 관점에서 이 기록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사실자료가 된다. 이전 사고나 이상징후 이후 위험성평가가 진행됐는지, 위험성 수준이 과소평가되지 않았는지, 조치가 보호구 중심의 완화책에 그치지 않았는지, 공정·장비동선·작업허가·작업중지 기준 등 핵심 통제수단으로 연결됐는지가 기록과 현장에 함께 남아야 한다. 기록이 없거나 기록과 실행이 분리돼 있으면 예견가능성은 낮아지지 않는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재발방지대책의 수립·이행, 관계기관의 개선·시정 명령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 의무이행을 위한 관리를 요구한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핵심요소도 경영자 리더십, 인력·예산 등 자원 배정, 유해·위험요인 파악·개선, 점검·평가로 정리된다. 반복사고를 줄인다는 말은, 이런 요소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방안을 마련·이행하고 그 현황을 점검·평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체계로 설명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현장은 통상 중층적 도급 구조로 운영된다. 앞서 언급한 광명시 지하터널 공사 현장 사고의 사망자도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그래서 재발방지 대책의 단위는 원청의 선언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하도급업체까지 동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위험작업의 작업허가와 점검표, 작업 전 TBM회의 기록, 작업중지와 재개 기준의 적용 기록, 개선조치 완료 후 확인과 같은 실행의 자료가 원청부터 협력업체까지 전 구간에서 일관되게 남아야 한다.
예컨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분기마다 정기회의를 열고 회의록에 심의 내용과 의결·결정 사항 등을 기록해 갖추도록 돼 있다. 위험성평가의 갱신, 재발방지대책의 예산 반영, 공정 변경과 작업중지 기준 같은 핵심 의사결정이 회의록에 남는다면 현장의 위험 통제와 경영책임자의 관리 조치가 같은 문서를 통해 확인될 수 있다.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의 실효성은 원인 분석, 대책 수립, 이행, 조치 확인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지에서 드러난다. 위험성평가표가 작성된 뒤 현장 작업절차서와 도면, 작업허가 기준, 점검표가 함께 바뀌었는지, 작업 전 회의에서 작성된 내용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작업자가 위험을 제보했을 때 즉시 작업중지가 작동했는지, 개선 후 재평가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범위로 낮아졌는지가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4월 30일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자가 827명이고 사고사망만인율이 0.39‰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2022년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OECD 평균 수준(0.29퍼밀리아드)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방식은 단순하다. 반복사고를 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위험성평가와 관리체계, 예산과 공기, 도급관리를 다시 살펴보고 개선하여 동일한 위험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반복사고를 끊는 순간은 사고가 없는 날이 아니라, 위험이 발견된 날에 그 위험이 통제되고 개선된 날일 것이다.
※ 본 칼럼은 윤성현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6.01.06.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5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