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아니한 채 특별희망퇴직에 관한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은 노동조합법에 위반하여 조합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6.01.27.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1. 14. 선고 2025가합935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A 회사 소속 근로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고, 원고들은 A 회사의 근로자로서 피고 조합원입니다.
피고는 2021. 3. 25.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피고 규약 제61조를 아래와 같이 개정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개정결의')를 하였습니다(이하 개정 후 피고 규약 제61조를 '이 사건 개정 규약'). 피고는 2022. 3. 24., 2024. 3. 26., 2025. 3. 27. 피고 규약을 각 개정하였으나, 이 사건 개정 규약은 이 사건 개정결의 이후 추가적으로 개정된 바 없습니다.
피고는 2024. 10. 17. A 회사와 특별희망퇴직에 관하여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노사합의와 관련하여 조합원 총회를 거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피고 홈페이지 문서정책 자료실에는 2024. 10. 17. 이 사건 노사합의서와 함께 법인 신설 및 직원 전출안, 현장 토탈영업센터 운영안이 함께 게시되었습니다.
한편, 피고 조합원들은 피고와 피고 임원들을 상대로 '피고가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은 채 사업합리화에 대한 전보발령, 특별명예퇴직의 시행, 복지제도 축소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한 노사합의를 함으로써 피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이 훼손되고, 조합원으로서 가지는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해당 소송에서 피고 조합원들의 청구가 인용되었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 되었습니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0908 판결, 이하 ‘선행 판결’).
원고들은 이 사건 개정결의는 중대한 내용상 하자가 존재하므로 무효의 확인을 구하고, 피고가 개정 전 피고 규약을 위반하여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원고들이 조합원으로서 가지는 절차적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정신적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피고의 이 사건 개정결의는 피고 조합원의 단체교섭권 및 조합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하고, ‘피고가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한 행위는 원고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이 사건 개정결의의 효력 - 무효
피고의 이 사건 개정결의는 헌법 제33조 제1항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하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제22조를 위반하여 피고 조합원의 단체교섭권 및 조합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개정결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존재한다.
①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은 노동조합을 자주적·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주요 사항을 반드시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총회에서 의결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②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문언상 '정기 단체협약'과 '기타 단체협약'을 구분하여 '정기 단체협약'의 경우에만 조합원 총회 결의를 거치면 된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다.
③ '정기 단체협약'과 '기타 단체협약'을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개정 규약에 따라 '정기 단체협약'의 경우에만 조합원 총회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고 해석하게 되면 '조합원의 지위 및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총회가 필요 없는 '기타 단체협약'으로 보아 총회 결의 없이 체결함으로써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를 잠탈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④ 피고 규약은 '조합원 총회'와 '전국대의원대회'를 구분하고 두 기관의 의결사항도 명확히 구분하고 있고, 그 밖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전국대의원대회 결의로 조합원 총회 결의를 갈음하는 관행이 성립되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⑤ 모든 조합원의 의사를 수렴하는 것에 절차적 번거로움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헌법 및 관련 법률이 보장하는 조합원의 총회 의결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
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 인정
헌법과 법률의 규정, 취지와 내용 및 법리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위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그 단체협약의 효력이 조합원들에게 미치게 되면,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조합원의 단결권 또는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한 행위는 헌법 및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원고들의 단결권과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① 이 사건 개정 규약은 헌법 제33조 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제22조를 위반하여 무효에 해당한다.
② 선행 판결에서도 피고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피고는 선행 판결 이후 홈페이지에 사과문도 게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단체협약에 대한 조합원 총회 결의를 제한하는 이 사건 개정 규약을 신설하고, 이에 근거하여 조합원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의 위법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③ 전국대의원대회 결의로 조합원 총회를 갈음하는 관행이 성립되지 않았고, 극소수 간부들 내지 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절차만으로 조합원 총회에 갈음하는 조합원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④ 원고들은 피고가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은 채 단체협약인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원고들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는 것이므로, 피고의 주장처럼 이 사건 노사합의 결과물이 원고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절차적 권리 침해에 따른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원고들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이 사건 노사합의로 결정된 특별희망퇴직 조건을 상시적으로 시행되던 희망퇴직 조건과 단순 비교하여 특별희망퇴직이 원고들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헌법,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협약 체결 시 조합원 총회의 결의권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지부에서 선출된 대의원으로 구성된 전국대의원대회의 결의가 조합원 총회 결의를 갈음할 수 없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단체협약 체결·변경 등 노조 내부 의사결정 절차가 전제되는 사안에서, 관련 규약이나 내부 규정이 노동조합법상 조합원의 균등 참여권 등 강행규정의 취지를 잠탈·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22조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합원의 균등 참여권이 조합원들이 선출한 대표자에 의한 간접적 참여를 통해서도 보장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상급심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나211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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