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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에서 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업무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살펴 공정시험업무, 천장크레인운전업무, 롤샵업무, 조업업무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나, 중장비운용업무, 정비업무, 환경수처리업무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6.01.27.

노동팀 뉴스레터 제20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인천) 2025. 11. 26. 선고 2023나10014, 2023나10021(병합), 2023나10045(병합), 2023나10038(병합)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제철, 제강, 압연, 강관, 주조, 단조재의 생산 및 판매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A 등에 제철소(이하 ‘A 제철소’)를 두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A 제철소와 관련하여 피고와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이하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입니다.  원고들은 A 제철소 내에서 철강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지원공정 업무 중 정비, 조업, 운송, 크레인 운전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한편 A 제철소는 원료 투입부터 최종 철강제품 출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 위 제철소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일관제철법’에 따른 제철공장으로, ‘고로(용광로)’ 방식과 ‘전기로’ 방식에 의하여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고가 운영하는 A 제철소에서 철강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지원공정·업무 중 원고들과 관련된 것은 ① 공정시험업무, ② 중장비 운용업무, ③ 천장크레인 운전업무, ④ 기타조업, ⑤ 정비업무, ⑥ 롤샵업무, ⑦ 고로집진수·환경수처리 업무로 구분됩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도급계약이 형식적으로는 도급에 해당하나,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원고들이 이 사건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이 사건 협력업체와 사이에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사실상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여, 변론종결일 당시 정년이 지난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제외한 원고들(923명)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2. 12. 1. 선고 2016가합50814, 2016가합59743(병합), 2016가합53004(병합), 2019가합65411(병합)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1심과 같이 ① 공정시험업무, ③ 천장크레인 운전업무, ④ 조업업무, ⑥ 롤샵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하여는 피고와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반면, ② 중장비운용업무, ⑤ 정비업무, ⑦ 집진수·환경수처리업무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하여는 피고와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일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공정시험업무 협력업체 B 소속 원고들에 대한 판단 –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공정시험업무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A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제철 등의 품질관리와 밀접하고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공정시험업무는 피고가 일정수준 이상의 제철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 필수적인 지원 작업에 해당하고, 작업결과 등에 영향을 미친다.

위 원고들은 전산관리시스템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이하 ‘MES’)를 통해 시험대상, 시험항목, 작업량 등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지시받는다.  위 원고들이 정기적으로 수행할 업무의 내용과 피고가 수시로 요청하는 비정기적 업무 관련하여 B가 독자적으로 작업내용을 정할 재량의 여지는 없다.

위 원고들은 피고가 제공한 시험기계를 통해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피고가 제시한 각 시험기계의 작동방식, 결과측정 방식을 따라야 한다.  

B는 공정시험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주요기계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피고 이외 다른 업체와 거래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B만의 사업계획서 등이 작성되었는지도 불분명하다.  B의 조직도는 피고와의 도급계약에 따라 A 제철소에서 수행해야 할 업무에 맞춰 구분되어 있다.

나. 중장비운용업체 D, E, F, G, H 등 소속 원고들에 대한 판단 – 근로자파견관계 부정

(상당한 지휘·명령의 부재) (ⅰ) 피고는 2009년경부터 2013년경까지 1차 협력업체인 C와 중장비 운용업무 관련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C에 운송의뢰를 하였는데, 일부 원고들이 소속된 2차 협력업체인 중장비운용업체 D, E, F는 당시 C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여 A 제철소의 중장비 운용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피고와 직접 소통·협의한 바 없다.  (ⅱ) 피고는 구내운송 관리시스템에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원수나 근로자, 작업순서, 필요장비의 대수 등을 특정하지 않은 포괄적인 내용을 입력하고, 중장비운용업체의 각 현장대리인이 해당 업무를 수행할 근로자와 장비를 특정하고 무전기로 구체적 업무지시를 하였다.  더욱이 G, H는 자체적으로 작업계획서 혹은 작업표준서를, D는 각종 매뉴얼을 마련하였고, 위 작업표준서 내지 매뉴얼을 사실상 피고가 정한 것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  (ⅲ) 피고가 사용한 구내운송 관리시스템이나 중장비운용업체가 구내운송 관리시스템에 연동하여 사용한 PDA, 태블릿 PC에는 상·하차 장소, 운송대상 등이 표시된 것으로 보이나, 여기에 중장비운용업체 소속 원고들에게 개별적으로 업무를 지시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iv) 피고가 구내운송 관리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지연하고 있는 당해 근로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업무수행을 독촉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접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개별 근로자를 징벌·제재 및 관리할 권한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부재) (ⅰ) 중장비운용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중장비와 이를 운전하기 위한 특수면허, 자격 등이 필요한데, 피고에는 중장비운용업체 소속 근로자의 결원 시 곧바로 대체 투입될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 대체 투입된 적도 없다.  (ⅱ) H가 수행한 자원화설비 내 운송업무는 피고의 직접생산공정과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고, 물리적으로 분리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중장비운용업체들의 인사 및 근태상황에 대한 독자적 결정권 행사) (ⅰ) 중장비운용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신규직원을 채용하고, 출·퇴근, 휴가나 조퇴, 연장휴일근로 등을 자체적으로 관리하였으며, 피고가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  (ⅱ) 중장비운용업체들은 소속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담당할 업무에 관한 교육을 진행한 뒤 스스로 다층적 인사평가를 실시하여 표창 및 징계를 결정하였다.  (ⅲ) 피고는 중장비운용업체들과 체결한 도급계약에서 투입한 근로자 수, 근로시간을 곱하여 대금을 산정한 것이 아니라 물량도급 방식을 취하였다.

(중장비운용업체들 업무의 전문성·기술력) 중장비운용업체가 수행한 업무는 지게차, 덤프트럭 등 각종 중장비를 운전하기 위한 특수면허가 요구되고, A 제철소 내에서 구내물류, 운송, 수거, 보급 등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 내지 경험을 통한 숙련도가 필요하므로, 중장비운용업체의 업무는 전문성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업무에 해당한다.

(중장비운용업체들의 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보유) 중장비운용업체들은 모두 독립적 기업조직을 갖추고 중장비 등 설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천장크레인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한 판단 –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피고는 전산관리시스템(MES 등)에서 작업내용과 작업순서를 결정하였고, 그에 따라 천장크레인을 이용한 운송대상, 운송순서, 운송지점 또한 함께 결정하였으며, 천장크레인업체는 그와 같은 결정사항을 현장대리인을 통해 전달받아 그대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천장크레인업체에서 현장대리인을 두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위치이동이 제한되는 천장크레인의 특성상 운전업무를 수행해야 할 설비의 종류(천장크레인) 및 이동경로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천장크레인으로 운반할 대상이나 작업시점 등에 대해 현장대리인이 재량으로 결정할 내용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현장대리인은 피고 소속 근로자가 지시하는 내용을 무전기 등을 소속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반복하여 전달하는 역할만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천장크레인운전을 통해 설비, 반제품, 제품 등을 운반하는 업무는 세부적인 생산공정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거나 공정을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생산공정 자체에 필수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  천장크레인은 공장 내·외부에 고정된 레일을 따라 각 공정 사이사이 운반 작업 등을 통해 생산의 흐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보조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므로, 천장크레인업체 소속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와 피고의 업무를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천장크레인업체의 주된 업무설비인 '천장크레인'은 피고 공장에 부속된 것으로 피고 소유이다.  천장크레인업체가 전문화나 작업능률 향상을 통해 사업영역을 개척하거나 추가적인 이윤 획득의 기회를 얻는 등 독자적인 사업주로서 활동한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라. 조업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한 판단 –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조업업체 소속 원고들은 피고와의 도급계약에서 작업범주를 정하기는 하였으나, 피고가 MES에 입력하는 작업대상 및 내용과 같은 구체적 공정계획을 현장대리인을 통해 전달받아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메일, SNS, 무전기 등을 통해 구체적 지시를 받기도 하였다.  위 원고들이 작업순서를 일부 변경하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와의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고의 통제·관리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MES 등을 통한 작업지시가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원고들은 MES를 통해 작업대상 정보 등이 수신되면 이를 임의로 수정·변경할 수 없었고, 원칙적으로 그 '정보'에 정해진 바에 따라 작업을 수행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 원고들은 피고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조업업무를 수행하였다.  조업업체가 작성한 작업표준은 피고가 작성한 작업표준과 거의 유사하고, 독자적인 기술이나 방식으로 작업하도록 작성되지 않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조업업체가 수행한 업무는 별도 숙련기간 필요 없이 기초적 사항만 습득하면 바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가깝고, 피고가 일시적으로나마 인력채용과 관리에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였던 점을 알 수 있다.

위 원고들의 업무시간, 휴게시간 등은 피고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정해졌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조업업체가 작업시간, 작업방식, 작업속도, 작업장소 등에 관하여 피고의 생산공정 흐름과 연동되는 범위를 벗어나 독자적인 방식으로 일의 결과만 완성하도록 업무를 수행할 재량은 없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위 원고들의 업무는 피고의 주요 생산공정 운영 및 유지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작업으로서 주요 생산공정과 연속되어 이루어졌다.

조업업체는 별다른 물적 시설 및 고정자산을 갖추지 않은 채 현장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 정비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한 판단 – 근로자파견관계 부정

(상당한 지휘·명령의 부재) (ⅰ) 피고가 전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정비업체에 작업을 의뢰하면서 보다 상세하게 작업대상을 지정하는 것은 설비 가동 중 언제 고장이 발생할지 모르는 점검과 수리업무의 특성과 성격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자체로 구속력 있는 지시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ⅱ) 정비업체는 피고가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의뢰한 작업을 수행할지 여부에 대해 선택할 수 있었고, 수행을 희망하지 않아 작업이 취소된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ⅲ) 피고가 전산 프로그램에 입력한 작업 예상인원 및 희망 시작일 내지 종료일이 실제 이 사건 정비업체의 작업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었고, 그와 같이 피고의 요청사항과 달리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피고의 사전승인은 필요하지 않았다.  피고가 정비업체 소속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 지시나 감독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ⅳ) 정비업무가 생산공정의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정비업체의 작업량과 작업방법, 세부적인 작업순서 등을 결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ⅴ) 정비업체는 자체적으로 작업표준서를 작성하여 업무에 활용하여 왔고, 내부에서 TBM(Tool Box Meeting)을 진행하였다.  또한, 피고와의 도급계약에 따라 현장대리인을 선임하여 소속 원고들의 노무관리를 하였고, 작업에 대해서도 직접 구체적 지휘명령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부재) (ⅰ) 정비업체는 피고 또는 제3자로부터 사무실을 임차하여 사용하였고, 피고와는 사무실이 분리되어 있었다.  (ⅱ)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정비계획 및 정비작업 완료 후 이를 점검하는 업무를 하였고, 실질 정비작업은 정비업체가 담당하였기 때문에 피고의 근로자와 위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ⅲ) 정비업체는 자체적인 조직도를 구비하고 있었고, 담당업무에 따라 근로자들을 분류하여 관리하였다.

(정비업체의 인사 및 근태상황에 대한 독자적 결정권 행사) (ⅰ) 정비업체는 자체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신규 근로자를 채용하고, 독자적으로 단체협약 체결, 노사협의회를 실시하였으며,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직무교육 등을 시행하였다.  (ⅱ) 수급인의 장기간 파업은 도급인의 업무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도급인도 이에 관한 법률적 검토와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수급인과 관련된 법률검토, 컨설팅을 진행한 사실을 파견관계에 관한 표지로 보기는 어렵다.  (ⅲ) 도급인으로서도 발주 가능 여부를 미리 알아보기 위하여 작업 가능 인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파악한 것만으로 협력업체의 인사 및 근태에 관한 통제권한을 가졌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비업체 업무의 전문성·기술력) 정비업체가 수행한 설비의 점검 및 유지보수가 일정부분 반복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단순 노무제공이라거나 단시간 교육만으로 누구나 수행할 수 있었던 업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정비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보유) 도급계약에 있어서도 도급업무의 성격에 따라 도급인의 시설 및 장비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정비업체가 사용한 일부 중장비가 피고 소유이고, 정비업체가 이를 사용대차계약을 통해 이용한 것을 두고 근로자파견의 본질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비업체는 사무실을 유상 임차하여 사용 중이었고, 작업복, 사무집기, 각종 설비를 직접 구비하여 독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더욱이 기계 및 전기 정비업무는 전문기술을 보유한 인적자원의 숙련도와 작업능력이 핵심을 이루므로, 일부 중장비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정비업체가 독립된 기업조직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 롤샵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한 판단 –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롤은 철강제품 생산에 필요한 필수적인 설비이고 제품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피고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롤의 적시 반출이 필수적이고, 롤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즉시 교체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피고의 작업계획, 진행 속도에 맞춰 롤 연마, 가공,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롤샵업체의 업무는 피고의 압연공정 안에서 전·후 서로 밀접하게 연동되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피고는, 롤샵업체가 피고가 인도한 롤을 롤샵에서 받아 연마하는 업무만 하였다고 주장하나, 롤샵업체의 작업범위에 '롤 불출', '롤의 연마작업에 수반되는 인입, 인출 등의 작업'도 포함되어 있고, 롤샵이 아닌 롤 교체현장에서 찍힌 사진도 존재하므로, 롤샵업체가 롤 교체업무도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롤샵업체가 수행한 업무는 정비업체가 수행하였던 기계설비정비 및 전기 정비업무와 달리 전문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정해놓은 기준(혹은 프로그래밍 된 연마 값)에 따라 단순 반복 수행하는 생산 보조공종 내지 상시작업의 성격이 짙다.

피고는 압연공정에 충분한 예비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사건 롤샵업체의 작업속도와 피고의 압연작업이 연동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예비롤도 결국 롤샵업체가 준비해야 가능한 것이므로, 압연작업이 그 자체로 독립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만약 구비된 예비롤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상황이 생기면 피고는 열연강판을 생산하지 못한다.

사. 환경수처리업체 소속 원고들에 대한 판단 – 근로자파견관계 부정

고로집진수·환경수처리공정은 고로에서 집진한 폐수에 약물을 투입하여 재사용하거나 탈수·배출하고 각 공정마다 배출되는 오수를 처리하는 업무로, A 제철소 내 생산설비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부속공정이기는 하나, 철강 생산공정과는 내용적·기능적 면에서 구분되어 생산과정의 일부라고 보기 어렵다.

환경수처리업체 소속 원고들은 주기적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고로집진수·환경수처리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로부터 별도로 구체적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

피고가 설비운전제어시스템을 통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정기적으로 해당 내용을 전달하였다고 하더라도, 단지 문제발생 여부를 전달하였다는 것만으로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업무 장소도 직접 생산공정 공장과는 구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위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에게 순찰 시 필요할 때 또는 수질분석용 샘플 채수 시 펌프 등의 가동 중지를 요청하였다는 것만으로 혼재근로가 이루어졌다거나 공동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대체근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환경수처리업체는 관리조직과 각 업무분야별 현장조직을 갖추었고, 피고가 환경수처리업체의 조 편성이나 작업자 배치에 관여하였다고 볼 사정도 나타나지 않는다.

3. 의의 및 시사점

최근 법원은 동일한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업무내용 및 수행방식, 구체적인 지시에 따른 실질적인 지휘·감독 인정여부 등 근로관계의 실질이 다르다는 전제에서, 근로자별, 근무기간별 차이를 고려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를 달리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15010 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다217728, 2022다217735 판결(병합), 대법원 2024. 8. 23. 선고 2022다 218936 판결].  대상판결은 이러한 경향에 따라 원고들의 소속 회사, 수행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 및 방식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근로자파견 여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원청이 전산관리시스템(MES 등)을 이용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업무를 지시한 것을 실질적인 지휘·감독이라고 보았고, 이를 상당한 지휘·명령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여부가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는 채용, 작업배치, 근태관리 등 인사권한을 행사한 주체와 구체적인 업무범위, 업무현장에서 구체적 지시를 하는 지휘·감독자의 소속, 업무의 기술성·전문성, 원고용주의 독립적 설비·조직 구비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여부에 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청의 입장에서는 협력업체들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의 실질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추적·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전산관리시스템에 협력업체 근로자의 작업 내용이나 행동 자체에 관하여 정보를 입력하고 있는지, 협력업체 직원들이 전산시스템을 직접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 해당 시스템의 이용이 원청의 '업무 지시'로 해석될 리스크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상고하여 상고심이 계속 중입니다(대법원 2026다200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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