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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의 대상이 되는 ‘작업장’을 근로자가 작업 중인 장소에 한정하지 않고 인근 작업장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사업주의 중첩적·보완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인정한 사례

2026.01.27.

노동팀 뉴스레터 제20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5. 11. 6. 선고 2024도10532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 회사는 선박건조 및 수리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인 B는 피고인 A 회사 조선해양사업부의 대표 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입니다.


피고인 B는 2021. 2. 5. 현장작업자 C 등과 조선해양사업부 외판 배열 작업장에서, 천정크레인을 이용하여 외판을 지그대(외판 받침대) 위에 올리고, 레버풀러를 사용하여 외판을 지그대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진행하였고, 한편 피해자 D는 같은 시각 위 외판 배열 작업장 인근에서 외판 용접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피고인 B 등은 외판이 충분히 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버풀러를 이용하여 외판 미세조정 작업을 하였는데, 외판이 지그대 위에서 무게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추락하여 피해자 D의 머리 위로 추락하였고, 이에 피해자 D는 두부손상 등으로 사망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사고’).


검사는 피고인 B가 외판 배열 작업 중 출입금지구역 설치 및 낙하 방지 조치를 하지 않고, 중량물 작업계획서 작성 및 작업지휘자 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아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였고, 피고인 A 회사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고, 피고인 B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피고인 A 회사에 벌금 2,000만 원을 각 선고하였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3. 3. 6. 선고 2021고단3867 판결).  


이에 대하여 검사와 피고인들이 모두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이를 모두 기각하였고(울산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3노280 판결), 이에 피고인들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수긍하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피고인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원심 판단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이 사건 사고에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4조는 사업주로 하여금 ‘작업 중’인 장소와 ‘인근 작업장’을 통틀어 중첩적∙보완적으로 물체의 낙하로부터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의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였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대규모 선박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은 외판 작업이 필수적이므로, 사업주는 적어도 외판 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피고인 B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조선해양사업부 내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외판 작업 형태를 잘 알고 있고, 과거 교육 자료 및 이 사건 사고 이후 개선안 등을 종합하면 중량물의 추락∙낙하∙전도∙협착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B는 1983년부터 A 조선사업부 선체건조부 사원으로 근무를 시작하여 조선해양사업부 내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 형태를 잘 알고 있고, 사고 현장을 다수 방문함으로써 판계 작업 현장에서의 중량물 취급 시 위험성을 파악하고 재해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이나 안전조치가 충분히 취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지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B는 중량물 취급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위험성평가 등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작업현장에서 표준화된 교육이나 지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직접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당해 작업 현장에 이동식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협착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있었음에도 이동 시설물을 철거하거나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최소한의 보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 예견가능성, 인과관계 및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피해자 D는 판계 작업 장소에서 약 1.5m 떨어진 인근 작업장으로 복귀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위 작업장들의 배치상 판계 작업장은 작업 중 철판 아래로 근로자가 지나갈 것이 예상되는 작업환경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취지는 중량물을 필수적으로 취급하는 사업장에서의 중량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취지와 중량물 취급작업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B가 중량물 및 물건의 낙하 등으로 인한 이 사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구체적∙개별적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였다거나 충분히 실효성 있는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에게 적극적인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주나 안전관리책임자가 법령상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아니한 채 작업 지시를 하여 재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그 자체로 적어도 안전조치의무위반의 미필적 고의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령이 사용자에게 ‘작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그 ‘작업장’의 범위를 피해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던 당해 작업장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위험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기능적·공간적으로 인접하여 근로자의 이동·통행이 예상되는 인근 작업장까지 포함된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습니다. 

즉, 동일한 사업장 내에서 위험요인이 발생하는 구역과 근로자 동선이 맞닿아 있는 경우, 법령상 보호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여 “사고 발생 지점이 내 작업장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위험작업이 진행되는 특정 장소만을 국소적으로 관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작업장과 통행로, 출입 경계까지를 하나의 위험권역으로 보고 중첩적·보완적인 안전보건조치를 설계·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위험작업 구역의 물리적 격리(출입통제, 가설울타리·차단바 설치), 경고표지 및 유도선, 감시자 배치, 작업반경 내 통행 금지 및 우회동선 확보, 작업계획서·작업허가제 운영, 작업자·인접 작업자에 대한 사전 고지와 교육 등 “인접 구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출”까지 전제로 한 조치가 요구됩니다.  결국 이 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장’ 개념을 실질적 위험과 근로자 노출 가능성 중심으로 확장해 해석함으로써, 사용자가 관리해야 할 안전보건조치의 범위를 넓혀 경각심을 환기한 사례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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