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적정 범위 내 인사 조치의 의미, 그리고 기업의 올바른 대응⑵
2026.01.27.
지난 기고에서 인사 조치의 업무상 적정범위 문제의 특성, 즉 여러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균형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 점(세 축적 균형), 괴롭힘 인정 여부가 기업 인사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파생적 주장), 서로 영향을 주는 괴롭힘 핵심 요소를 두루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상관관계성),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 점(맥락 의존성)을 살펴봤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 직장 내 괴롭힘 제도에서 업무상 적정범위 문제에 관한 판단기준을 정확하게 정립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이와 관련해 현행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하는지를 외국의 제도(호주)와 비교해 검토하고, 단기적인 과제와 장기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현행 제도의 '업무상 적정범위' 규율에서 보이는 문제점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매뉴얼상 제시된 기준, 즉 '업무상 필요성'과 '업무상 상당성'은 효과적 판단기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매뉴얼은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춰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업무상 상당성이 없다고 본다. 다의적 해석이 불가피한 '사회 통념' 외에 기업 실무에서 업무상 상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실질적인 기준이 없다. 업무상 상당성이 있으려면 사회 통념에 맞아야 한다는 말은 사실상 동어반복(同語反覆)이다.
특히 노동부 매뉴얼은 업무상 적정범위성 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되는 인사 조치의 괴롭힘 여부 판단에 관해 사실상 침묵한다. 따라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매뉴얼은 '업무상 적정범위 결여 관련 상황별 행위 예시'에서 업무상 필요성과 업무상 상당성이 문제되는 사례를 7가지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5가지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남이 한눈에 명백하고, 인사 조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 수행 중 일어난 공격적 언동에 관한 것이다.
인사 조치의 괴롭힘 여부에 관한 예시로 분류할 수 있는 사례는 '근로계약 체결 시 명시했던 업무와 무관한 일을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지시하는 행위'와 '업무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행위'의 2가지 경우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두 사례도 신고인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는 지위 변동이 아닌 업무상 지시, 명령에 관한 것이다. 즉 직간접적인 신고인의 지위 변동과 관련된 인사 평가, 인사 발령, 업무분장 조정과 같이, 실제 첨예한 분쟁이 잦아서 명확한 가이드가 절실한 인사 조치에 관한 예시는 빠져 있다.
선례 방식 vs. 정식화 방식
이러한 흠결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입법으로 사전에 정밀하게 정하기보다, 사건별 판단을 축적하는 선례 방식을 택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선례 방식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예컨대, 지난 기고에 소개한 인사 평가의 괴롭힘 여부에 관한 법원 판결('6연속 업무실적 저평가 사건', 'KPI 사건', 그리고 '0점 사건')은 선례로서 불충분한 점이 많다. 결론과 논증의 정당성은 수긍되지만, 업무상 적정범위에 관한 일반적이고 실질적인 기준을 명료히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인사 평가가 업무상 적정범위 내인지에 관해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판단을 위해 법원이 소위 리걸 마인드(Legal Mind)로 살필 때 특정한 사건에서 어떤 요소를 고려하는지를 보여주는 제한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다.
본질적으로 법원 판결은 구체적 사건에 법원리를 적용해 공정한 해결을 도모하는 사법적 판단일 뿐, 규범적 선언이 아니다. 따라서 판결의 종합적 검토만으로 기업, 신고인 및 피신고인, 법원, 감독당국 등 모든 수범자가 공통된 이해를 가지는 일반적 기준이 추출될 것을 확실하게 기대하기 어렵다. 괴롭힘 여부가 문제되는 인사 조치에는 인사 평가 외에도 인사 발령, 업무분장 조정 등 다양한 조치가 있는데, 이들 모두에 적용될 일반적 기준을 선례 해석을 통해 추출해 내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업무상 적정범위가 문제된 괴롭힘 사건에 대한 판결은 대부분 하급심 판결이므로 선례로서 가치가 낮다. 판결을 통한 기준 형성은 원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약점도 있다.
따라서 우리의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업무상 적정범위의 판단기준에 관해 선례 방식보다는 가이드 또는 입법을 통해 공식화(公式化)하고 정식화(定式化) 하는 방식(이를 정식화 방식이라고 부르자)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정식화 방식으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난 언동이 무엇인지 공식적인 기준으로 명확히 정해지면 기업과 그 구성원이 따를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해져서 괴롭힘 금지의 예방 능력이 제고된다. 나아가 신고인의 오남용을 줄이며, 개별 사건에서 기업의 오판 방지에 도움이 된다.
이때 이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고민한 호주 공정노동법의 '합리적 관리 조치(Reasonable Management Action)'는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호주 공정노동법상 '합리적 관리 조치'
호주 공정노동법(Fair Work Act) 제789FD⑴조는 직장 내 괴롭힘(Being Bullied at Work)을 '비합리적이고(Unreasonably) 반복적으로(Repeatedly) 근로자 개인 또는 근로자 집단에 대해 건강과 안전상 위험을 창출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리고 뒤이어 (이 글의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포인트로) 제789FD⑵조는 직장 내 괴롭힘에서 '합리적 관리 조치(Reasonable Management Action)'는 제외한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한다.
공정노동법 제789FD⑵조는 '합리적 관리 조치'의 의미와 이에 해당하는 인사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단 피해자의 신고를 받아 괴롭힘 금지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가진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가 이 조항의 의미를 구체화한다.
구체적으로 공정노동위원회는 사용자와 관리자가 근로자의 업무 향상을 돕고 부진한 성과나 부적절한 행동을 시정하는 합리적 관리 조치를 실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리고 사용자 등이 실행할 수 '있는' 합리적 관리 조치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그러한 조치에는 (a)성과관리 시행, (b)부정행위 징계, (c)불만족스러운 성과 또는 사업장에서의 부적절한 언동에 대한 언급, (d)직무에 따른 업무 수행 요구, (e)합리적인 직장 내 규범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있다. 물론 이는 '합리적' 관리 조치를 열거한 것이므로 그 방식 역시 어디까지나 합리적이어야 하며 비합리적인 조치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이는 우리 노동부 매뉴얼과 비교해 기업의 업무능률상 필요성을 감안하면서 기업이 따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매뉴얼이 채택한 소극적인 규정 방식, 즉 업무상 지시, 주의, 명령을 위주로 해 괴롭힘이 인정되는 업무상 상당성이 '없는' 언동을 예시하는 방식과 달리[기본적으로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 방식이다], 성과관리 시행 등 인사 조치를 주된 대상으로 하여 괴롭힘이 부정되는 합리성이 '있는' 관리 조치를 적극적으로 열거하는 방식[기본적으로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방식이다]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주의 제도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기업의 업무능률상 필요성도 고려해야 함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바탕 위에 인사 조치가 합리적이라면 괴롭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을 실현하는 제도적 방편으로, 법은 기본 원칙을 선언하고(제789FD⑵조), 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당국(공정노동위원회)이 기본 원칙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일반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뒤 개별 사건 판단에 적용하는 분업적 방식을 따른다.
우리의 제도에 적용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서 업무상 적정범위와 관련해 '합리적 관리 행위'의 예외 원칙을 선언하고 노동부, 더 직접적으로는 노동청이 구체적 '합리적 관리 행위' 판단기준을 매뉴얼 형식으로 제시하며 개별 사건에서 적용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호주의 제도는 공식화 방식의 전형이라고 할만하며 상당히 운영상 장점이 많다. '합리적 관리 행위'의 예외를 명료하게 선언하고 기준을 세워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인사 조치로 인한 신고인의 피해 방지, 인사 조치를 직접 실행한 피신고인의 방어권 보장, 그리고 경영상 목적 달성이라는 기업의 업무상 필요성까지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괴롭힘 판단이 가능해진다. 즉 '세 축적 균형' 달성의 제도적 기반이 준비되는 것이다.
호주의 '임원 괴롭힘 사건'
호주의 이러한 균형 잡힌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운영 모습은, 최고경영자(피신고인)의 임원(신고인)에 대한 인사 조치가 괴롭힘인지 문제된 사건에서 공정노동위원회 위원(Commissioner)인 Mr. PJ Hampton이 표명한 의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임원 괴롭힘 사건'이라고 해 보자.
이 사건은 기업의 최고경영자(Managing Direc-tor)와 예전에 자기가 운영하던 사업을 기업에 매각하고 해당 사업(Electric Division)의 운영을 책임지는 임원이 된 신고인 사이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다. 신고인 임원은 피신고인 최고경영자가 자신에게 여러 건의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고인이 괴롭힘으로 주장한 행위는 구체적으로 6가지다. ①업무 시간 외 사전 통지 없이 전화 회의를 한 행위, ②고객 회의 결과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행위, ③특정 직원을 부적절하게 성과 관리하도록 지시하고 해고할 것을 요구한 행위, ④원래 자신에게 보고하던 지역 매니저들에게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보고 라인을 변경한 행위, ⑤자신의 고용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행위, ⑥자신의 저성과에 대해 부적절한 공식 경고를 한 행위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①, ②, ③은 업무상 지시, 주의, 명령에 해당하고, ④, ⑤, ⑥은 신고인 지위 변동을 직간접적으로 초래하는 인사 조치에 해당한다.
Mr. PJ Hampton은 위 문제된 6가지 행위가 '합리적 관리 조치'인지의 판단을 시도한다. 이때 그 기준은 '관리 조치가 합리적이었는가?'이지, '더 합리적이거나 더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할 수도 있었는가?'는 아니라고 선언한다. 이것은 합리성과 최선은 다르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관리 조치가 합리적이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해 (a)관리 조치는 완벽하거나 이상적일 필요는 없다는 점, (b)일부 단계가 부적절하더라도, 전체 조치는 합리적일 수 있는 점, (c)합리적인 조치로 간주되려면 적법해야 하며, 비이성적이거나, 터무니없거나, 우스꽝스러워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d)불합리성은 신고인의 주관적 인식이 아니라, 문제된 실제 관리 조치 그 자체에서 비롯돼야 하는 점, (e)그 판단에는 해당 조치가 기존의 정책·절차에서 상당히 벗어났는지, 그리고 그 이탈이 상황상 합리적이었는지도 고려될 수 있다는 점도 부가적으로 밝힌다.
Mr. PJ Hampton은 이 기준을 적용해서 임원 괴롭힘 사건에서 문제된 행위들 중 일부가 '합리적 관리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④보고 라인 변경에 관해서는 변경 그 자체는 합리적인 사업상 이유가 있지만 사업을 매각하기 전 직접 해당 부문의 사업을 운영했던 임원(신고인)의 처지를 고려할 때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아 합리적이지 않다고 한다. ⑥공식 경고는 최고경영자가 먼저 특정한 이슈를 제기해 임원의 입장을 들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곧바로 이메일로 전달돼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리나라와 호주의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괴롭힘 개념 정의와 제도 운영 방식 등이 다르다. 따라서 임원 괴롭힘 사건의 판단 전부가 우리 괴롭힘 사건에 적용될 수는 없다. 단 눈여겨볼 점은 결론 그 자체보다 결론 도출까지의 판단 과정이다.
호주 공정노동법의 '합리적 관리 조치'의 예외 규정, 그에 근거한 Mr. PJ Hampton의 '합리적 관리 조치'의 의미 구체화와 판단 기준 제시 및 그 기준을 적용한 판단의 전체 과정은 세 축적 균형을 전제해 공정하다. 그리고 매우 체계적이고 투명해서 설득력이 높다. 특히 '합리적 관리 조치'의 판단 시 유의사항으로 제시된 (a)부터 (e) 기준은 우리의 노동부 매뉴얼에 업무의 상당성 판단기준으로 제시된 '사회 통념'의 구체화라고 할만하다. '사회 통념'에 비해 이들 기준은 인사 조치의 업무범위 적정성 판단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다.
이렇게 '합리적 관리 조치' 예외의 존재를 적극 인정해도 신고인 보호가 소홀해지는 것도 아니다. Mr. PJ Hampton의 기준을 그대로 옮기면 '비이성적이거나, 터무니없거나, 우스꽝스러운' 조치나, '기존의 정책·절차에서 상당히 벗어난' 조치는 '합리적 관리 조치'가 될 수 없다. 실제 Mr. PJ Hampton은 앞서 봤듯이 임원 괴롭힘 사건에서 보고 라인 변경과 공식 경고는 합리성이 없어 '합리적 관리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리 직장 내 괴롭힘 제도에서도 업무상 적정범위 판단에 호주 공정노동위원회가 일반적으로 표명한, 그리고 이 사건에서 적용돼 구체적으로 표명된 '합리적 관리 조치'의 판단 원칙을 입법 및 가이드로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정책철학 면에서는 기업의 업무능률상 필요성을 고려한 세 축적 균형의 공식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도입 이전이라도, Mr. PJ Hampton이 제시한 기준을 '사회 통념' 판단에 참고할 수 있다.
올바른 괴롭힘 개념의 정립
업무상 적정범위에 관한 논의는 올바른 괴롭힘 개념이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의 일부다. 올바른 괴롭힘 개념은 어떤 목표와 지향을 가져야 할까?
먼저 괴롭힘 피해자 보호의 첫 관문이라고 할 괴롭힘 개념은 신고인 보호를 달성하기에 충분할 만큼 포괄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비전형적인 괴롭힘까지 포괄할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이어야 한다.
단 괴롭힘 개념 정립에는 위와 다른 방향의 긴장 관계에 있는 또다른 요청이 있다. 괴롭힘 개념은 기업의 업무능률상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기업도 괴롭힘 인정과 그 이후 조치에서 일정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임을 인정한 바탕위에 정립돼야 한다. 지나치게 확대되거나 은밀한 개념 확장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건전한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
업무상 적정범위는 이러한 요청까지 조화롭게 반영하기 위해 명료화 및 공식화돼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기업문화의 달성에 기여하는 제도적 기반을 준비하는 정도(正道)다. 괴롭힘 개념은 사법상 판단의 기준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 구성원의 행동 규범 기능이 먼저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제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괴롭힘 보호를 받는 '일하는 사람'의 범위를 확대하고, 괴롭힘 신고와 판정에 신고인의 편의를 도모하며,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는 입법 제안이 쏟아진다. 이런 입법 제안은 모두 괴롭힘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우리 현실을 개선하려는 좋은 뜻에서 하는 제안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한 좋은 뜻만으로 괴롭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기업, 신고인, 피신고인의 이해관계가 공식적 기준에 따라 조율돼 세 축적 균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한다. 세 축적 균형의 요구는 당위일 뿐 아니라, 실제로 '6연속 업무실적 저평가 사건' 등에서 보듯이 법원 판단의 저변에 이미 작동하고 있는 조용한 기준선이다. 이를 외면하는 입법 제안은 적정한 제도 운용이 아닌 다른 목적, 예컨대 극단적으로는 도덕적 우월성의 확인이 주된 목적인 공적 언동일 수도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포함해 반복 지속성, 악의, 정신적 고통 등 괴롭힘 개념을 명료하게, 올바르게 정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중 업무상 적정범위와 관련해서는 정식화 방식의 도입이 핵심이다. 앞서 소개한 호주의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내용과 운영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단행법 제정
마지막으로,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정비와 관련된 문제로 직장 내 괴롭힘 단행법 제정 문제를 생각해보자.
이제 직장 내 괴롭힘은 우리 사회에 가장 뜨거운 노동 문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된 위상에 걸맞게, 지금부터는 직장 내 괴롭힘 단행법 제정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근로기준법의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다. 규율의 범위가 제한되고, 누구나 한눈에 전모를 알기가 어렵다. 더 근본적으로, ▲보호 범위의 확대 ▲보호 수단의 정비 ▲실효적이고 상세한 기준 정립도 보완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현행의 방식, 즉 근로기준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규정하는 방식을 유지한 채 부분적 개정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단행법 제정은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당장 직장 내 성희롱 제도와 통합적 규율 문제, 각 부처 역할 조정 문제가 있다. 단행법 제정을 계기로 구제제도 정비, 보호대상 범위 확대 등을 해결해야 한다. 자칫 과도하게 신고인(피해자)의 보호만 앞세운 입법이 이루어질 우려도 있다. 또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반드시 단행법을 제정할 필연성은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대체로 결국 제정법의 효과가 그 어려움을 상쇄하는지의 문제다. 즉 효과가 어려움보다 크다면 단행법 제정 추진의 결정적 걸림돌이 아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근로기준법이 기존에 규율 대상으로 삼은 대상-임금, 해고, 취업규칙 등-과 달리, 사용자(기업)와 서로 다른 입장의 근로자(신고인과 피신고인) 3자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대상으로 한다. 이로부터 비롯되는 해석 원리, 규율의 중점, 갈등 해결 절차 등의 차이는 단행법 제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체계 정합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중요성도 고려해야 한다. 감수성의 시대에 직장 내 괴롭힘은 우리 기업들이 건강한 기업문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는 중대한 도전이다. 철저한 고민과 준비에 기반한 포괄적 응전이 필요하다. 단행법은 그러한 응전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 본 칼럼은 조상욱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12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in_cate=106&in_cate2=0&bi_pidx=38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