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업장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 전환의 필요성
2026.01.27.
2025년 산업재해 사망 통계는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직면해 온 구조적 한계를 다시 보여준다. 고용노동부가 2025년 11월 2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9월 산업재해 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443명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규제 강화와 감독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망자는 늘어난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망사고가 증가한 영역이 명확히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다. 상시근로자 50인 또는 공사금액 50억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는 275명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한 반면 50인 이상 사업장은 오히려 사망사고가 감소했다. 사고 위험이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규모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감독의 압박 속에서 안전관리 수준이 비교적 빠르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세·중소규모 사업장은 정책적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어 안전보건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곳이 여전히 많다. 안전 전담 인력이 부재한 경우가 흔하고, 위험성평가나 작업허가 절차도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거나 아예 마련되지 않은 사업장도 적지 않다. 안전교육 역시 비용과 인력의 제약으로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며 복잡한 도급 구조에서는 누구에게 안전조치 의무가 있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것조차 어려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작업 환경의 특성도 위험을 높인다. 소규모 사업장은 공정이 고정적이지 않고 일용직 작업자의 사용으로 작업자의 교체도 빈번하여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정부의 감독은 상대적으로 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고 영세 사업장에 대한 감독이 이뤄지더라도 그 시점에만 일시적으로 안전관리가 강화되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식하고 영세 사업장과 산재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책은 기본 방향으로 영세사업장, 취약노동자 사고 예방 지원 집중을 제시하면서 2026년에 산재예방 지원 예산 2조723억 원을 투입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재정, 인력, 기술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특히 1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의 추락, 끼임, 부딪힘 사고 예방을 위해 433억 원 규모의 설비, 품목 지원 사업을 새로 편성하고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예산도 37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재해예방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예방체계를 구축해 2028년까지 점검·감독 대상 사업장을 61만 개소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감독 대상 사업장을 7만 개소까지 늘리고 지방자치단체는 30인 미만 사업장 3만 개소를 점검, 감독할 계획이다. 민간 재해예방기관을 통해 33만 개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안도 함께 제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은 2025년 11월 25일자 보도자료에서 밝힌 “집중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정책 방향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을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처벌, 감독 중심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고 특히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간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위험성평가 컨설팅, 안전동행 지원사업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재정, 인력, 기술 지원의 규모와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음에도 현장을 방문해 보면 이러한 제도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영세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사업장일수록 관련 제도를 찾아보고 신청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접근과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소규모 사업장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간소화된 작업허가 모델, 업종별 맞춤형 교육 자료, 위험성평가 지원 프로그램 등을 보다 적극적·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신청 기간을 확대하며 절차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위의 2025년 산재 통계는 영세 사업장이 처한 위험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산업재해의 위험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상존하지만 이를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관리 역량의 격차는 곧 사망률의 격차로 이어진다. 위험의 사각지대를 그대로 두거나 단기적 조치로는, 영세 사업장에 누적된 구조적 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어렵다. 위험성평가는 위험의 근본원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산업안전 정책도 마찬가지로, 처벌과 감독 중심의 정책이나 일시적 지원사업보다는, 소규모 사업장의 구조적 위험요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상응하는 자원을 적극적·주기적으로 지원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에 도달할 수 있어 보인다.
※ 본 칼럼은 윤성현 변호사가 안전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안전신문, 2025.12.08.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4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