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당사자가 된 당신에게 - 피신고인을 위한 조언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3) 노동칼럼
괴롭힘 사건은 피해자(신고인) 외에 피신고인이라는 또 다른 당사자가 있다. 그리고 피신고인에게도 올바른 태도가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그러한 피신고인, 즉 신고의 대상이 된 직원의 올바른 태도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기업을 주로 자문하기 때문에 괴롭힘 사건에서 피신고인을 대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주로 조사 또는 징계 대상자로 피신고인을 만나게 된다.
그때 충분히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데도 잘못된 방법으로 사안을 악화시키고 스스로 무너지는 피신고인들을 종종 본다. 그러면 절로 답답한 마음이 든다. 따로 이야기를 나눠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업을 자문하고 있을 때 해당 사건의 피신고인에게 함부로 조언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 사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피신고인의 괴롭힘 사건에 응하는 올바른 자세를 이야기하는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아래 몇 가지만 골라 적어본다.
1. 피할 수 없는 면담, 진솔하게 임하라
괴롭힘 신고에 대한 조사는 통상 신고인 면담부터 시작하는데, 그 후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기업 측은 피신고인에게 면담을 요청하게 된다.
이때 아직 준비가 부족하면 준비를 마친 후 면담에 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신고 내용을 먼저 확인한 후, 변호사 선임을 위해 혹은 철저한 준비를 위해 면담을 미루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기업 측에서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요청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나를 겨냥한 불순한 신고'라는 이유로 면담을 거부하거나, '외부 전문가 조사는 부당하다'는 식으로 조사 주체를 문제 삼거나, '대면 면담은 거부한다'고 주장하며 면담 방식을 끊임없이 문제 삼는 요구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대응은 조사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조사 배경에 문제가 있다면 면담 자리에서 적극 지적하면 된다. 조사 방식은 기업 측의 재량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서면 면담을 고집하는 피신고인이 많은데, 그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면담은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신고인이 조사 방식을 정할 권리는 없다. 끝까지 대면 면담을 거부하면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할 때 불리한 정황으로 고려된다.
참고가 될 판결을 하나 소개한다. 비위 혐의를 받던 직원 A가 대면 면담을 거부하고 서면 진술로 대체해 달라는 요구를 거부당하자, 관련 직원들을 다른 사유를 덧붙여 무더기 고발한 사안이다. 수사당국은 고발을 기각했다. 그리고 회사는 무분별한 고발로 인해 회사 내에 강한 불신과 적대감, 마찰, 갈등을 초래한 점 역시 A의 해임이 정당하다는 또 하나의 근거로 들었다.
예전 담당했던 사건에서도 외부 조사자의 면담을 거절하고,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필자의 퇴장을 요구한 피신고인이 있었다. 추후 분쟁에서 법원은 이러한 비협조적인 태도를 정당한 해고의 근거 중 하나로 판결에 명시했다.
이렇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피신고인을 만나면 위기를 맞아 당황해서 그런 것이라고 한편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신고가 된 이상 조사는 계속되고, 협조 거부는 치명적임을 모르는 게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업은 신속히 조사할 의무가 있고, 피신고인은 그 구성원으로서 이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협조를 거부해도 결국에는 징계위원회에서 직접 소명하는 걸 피할 수 없는데, 뒤늦은 소명은 자신에게 불리하다. 피신고인이 조사 방법을 좌우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2.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실대로 답하라
면담에서 피신고인은 위축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충실하게 설명하고, 필요하면 미리 준비한 노트를 활용해 할 수 있는 말을 다 해야 한다. 자신의 입장을 옹호해 줄 직원이 있다면 조사자에게 알리고, 신고의 배경에 의심쩍은 점이 있다면 분명히 지적해서 기록에 남기는 것도 필요하다.
까다롭고 민감한 질문(예를 들어, "신고인은 ○월 ○일 회의 자리에서 피신고인이 프로젝트 진척이 늦다며 크게 고함을 지르고 3초 정도 위협적으로 본인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고 주장합니다. 사실인가요?")을 받을 때 답변 태도도 중요하다. 방어적 태도를 취하려는 본능을 잘 조절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인정하고(예 : "종종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한 것은 맞다"), 기억이 안 나면 안 난다(예 : "피신고인이 발표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모르면 모른다(예 : "참여자가 많아 프로젝트에서 피신고인이 맡은 역할은 잘 모른다"),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 다시 확인하고 이야기하겠다(예 : "그날 회의 참석자들을 다시 알아보겠다")고 하는 게 좋다.
이러한 진솔한 태도가 답변을 거부하거나 복잡하게 변명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특히 즉석에서 생각난 대로 그럴듯하게 꾸며서 변명하는 건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큰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사자는 면담에서 피신고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 책임 회피성 답변을 한다는 느낌이 들면 오히려 경청 집중도를 높인다. 답변을 그대로 정확하게 기록한다. 답변을 입증할 참고인이나 증거가 있는지 묻고 그에 대한 답변을 또 마찬가지로 열심히 듣고 기록한다. 발언이 길어져도 중간에 끊지 않고 편하게 계속 진술하도록 허용한다.
조사자를 맞은편에서 지켜보는 피신고인은 어쩌면 조사자가 본인에 공감하고 답변 내용을 인정한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경청하고 기록하는 이유는 우선 피신고인 발언을 막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건 조사자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답변은 전반적인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소, 즉 피신고인의 왜곡된 시각과 반성 없음을 드러내므로 면담에서 파악할 핵심 사항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언들은 나중에 고스란히 불리한 사정으로 돌아올 위험이 크다.
제대로 이루어지는 조사라면, 피신고인을 면담할 즈음이면 신고에 대한 기초 확인이 끝난 상태다. 조사자는 질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신고인의 예상 가능한 반응별로 면담 전략도 정해 둔다. 그 결과 부적절한 변명을 하면 즉각 감지할 수 있다. 조사자가 열심히 진술을 경청한다고 본인의 변명이나 엉뚱한 진술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진솔한 답변이야말로 최선의 방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3. 방어는 필요하지만 선(線)을 지켜라
피신고인은 조사의 당사자이므로 참고인(목격자 등)과 달리 방어권이 인정된다. 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신고 내용을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된다. 그러나 방어권에는 지켜야 할 선, 즉 한계가 있다.
우선 피신고인은 면담을 전후해 신고인에 대한 2차 가해, 비밀 누설을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사자라도 조사 대상의 구체적 사실이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관련 없는 다른 사람에 알리거나, 신고인을 비방해도 된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법에 따른 비밀유지 의무는 피신고인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다른 비위행위로 신고인을 맞신고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위협하고 실제 실행까지 하는 피신고인이 있는데, 신고된 사실부터 차근차근 대응해야 한다.
그러한 대응은 우선 본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주장에 근거한 대응으로 판명되면 징계 수위에 악영향을 끼친다. 분쟁이 확대되면서 조사가 장기화되고, 이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신고인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점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피신고인의 고소 협박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신고인도 있을 정도다.
또 피신고인은 신고인이나 다른 직원을 접촉하지 않도록 명령을 받는 것이 보통인데, 그러한 명령을 방어권을 핑계로 어기면 안 된다. 특히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직원과의 접촉을 삼가야 한다. 조사 방해라고 인정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립적으로 잘 언급해 달라"는 언급도 참고인과 관계나 맥락에 따라선 부당한 압박이다. 그러한 접촉은 조사자가 쉽게 알 수 있다. 참고인은 최근 피신고인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물어보면 대체로 있었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다.
4. 사과의 성공은 진심과 시기가 좌우한다
한번은 사적으로 아는 피신고인이 억울함을 하소연하던 도중 "평소 사이가 나쁘지 않던 신고인에게 사과하고 잘 마무리해 보고 싶다"면서 괜찮을지 의견을 물어왔다. 이메일로라도 사과 메시지를 당장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 그렇게 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신고인이 피신고인의 전화와 메시지를 차단한 상태였고, 피신고인은 아직 본인의 잘못을 완전히 시인한 상태가 아니었다. 왜 지금 시점에 그러한 사과가 부적절한지 길게 설명해 어렵게 무마했다.
신고인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는 좋다. 사과를 통해 원만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장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도 '피해자가 행위자의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 당사자 간 합의를 원하는 경우' 약식 조사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과하고 싶다고 아무 때나 직접 만나, 또는 이메일로 사과하는 건 금기다. 기업의 동의 없이 사과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사과 한 번으로 사건이 해결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적절한 사과에는 사실의 정확한 시인, 책임의 수용, 변화의 다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진정성이 순화된 적절한 용어로 표현돼야 한다. 이런 효과적인 사과는 쉽지 않다. 올바른 사과 방식을 주제로 한 책들이 시중에 흔할 정도다.
사과는 본인이 초래한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후회하는 경우, 아직 관계 회복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피해자가 열린 마음으로 사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면피성 사과는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2차 가해로 번질 우려까지 있다.
앞서 소개한 사과는 이런 잘못된 사과에 해당한다. 잘못을 진정으로 시인하고 책임질 준비가 됐는지 돌아보고, 준비가 됐다면 기업을 통해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의 뜻을 전해야 한다.
5. 자기성찰(自己省察) - 문제는 나일 수 있다
괴롭힘 사건은 가해행위를 한 피신고인에게 태도 변화가 있어야 건강한 기업문화에 온전히 기여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마크 맨슨이 '신경끄기의 기술'에서 말한 "당신의 모든 문제에 공통된 요소는 바로 당신이다"는 피신고인이 한번 생각해 볼 조언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하고 선을 넘는 잘못을 저지른다. 피신고인은 이런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즉 마크 맨슨이 말한 '문제'로 박제되지 않도록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피신고인이 자기성찰과 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갈등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당장의 사건이 종결되더라도 유사한 갈등이 다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감수성의 시대인 지금 어느 누구도 그런 직원을 신뢰할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건 피신고인 개인에게 큰 불행이다.
지금까지 경험을 돌아볼 때, 아쉽지만 자기성찰을 통해 자기 실수를 인정하는 피신고인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자기성찰은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심한 농담을 하고 조사 과정에서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순순히 책임을 받아들인 팀장 등 자기성찰에 성공한 피신고인도 여럿 본 적이 있다.
이처럼 자기의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피신고인은 그러한 노력 자체로 공감과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인간적 존재임을 스스로 드러낸다.
이런 피신고인은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문화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 우리의 평범한 동료다. 기업은 엄정한 정도(正道)를 걷되 그 길이 곧 공존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 본 칼럼은 조상욱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