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받는 임직원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3) 노동칼럼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 상식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는 현장의 작업상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직접적인 의무가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인 안전보건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전보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의무로, 경영책임자 개인이 단독으로 이행할 수 있는 의무가 아니다.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책임이 강조되다 보니 임직원들의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다. 그러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가 처벌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안전보건조치 미비에 대해 관련 임직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또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따른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인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도 관련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인정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경영책임자 외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임직원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중대재해 판결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대재해 판결 사례
[사례 1] 광주지방법원 2025. 1. 7. 선고 2023고단5641 판결
전자제품 제조업체에서 작업자가 약 2.3톤 중량물인 원자재 코일을 작업지휘자 없이 호이스트를 이용해 이동하다가 코일이 작업자의 몸쪽으로 전도되면서 작업자를 덮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 외에 해당 공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운영 총괄 사장과 관리감독자인 생산부 생산팀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량물 취급 시 필요한 작업계획서 미작성, 작업 지휘자 미지정, 전도 방지 조치 미비, 교육 미비 등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사항으로 보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통상 중대재해 사례에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안에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이외에 관리감독자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책임을 부담한 것이 특징이다.
[사례 2]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4. 11. 27. 선고 2023고단2772 판결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옥외 위험물 저장 탱크의 펌프와 배관이 폐기물 등 이물질로 인해 막히는 현상이 생기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저장탱크 펌프와 배관을 추가로 설치하는 공사를 도급했다. 협력업체 작업자들이 배관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을 하다가 저장탱크 내 인화성 증기가 용접기의 불꽃과 반응해 폭발하면서 작업자 2명이 사망했다.
법원은 경영책임자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대표이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선고했고, 그 외에 위험물 저장탱크 개조, 보수 작업을 관리했던 시설지원부 부장 및 시설지원부 공무과 과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위험물이 있어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는 불꽃이나 아크를 발생하거나 고온으로 될 우려가 있는 화기·기계·기구 및 공구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폭발이나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한 후가 아니면 화재 위험 작업을 시켜서는 안 되며, 가연성 물질이 있는 장소에서 화재 위험 작업을 할 때는 필요한 작업 준비 및 작업 절차 수립, 화재 감시자 배치, 작업 책임자 지정, 인화성 액체의 증기 농도 수시 측정 등의 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관련 업무 담당자인 시설지원부 부장과 과장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것 외에, 작업에 관여한 사람 중에 업무 관련성이 높고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임직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보인다.
[사례 3]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4. 10. 16. 선고 2024고단220 판결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9층 슬라브 콘크리트 타설 중 동바리와 거푸집이 변형·파손되면서 타설 중이던 9층 하부에서 감시자 업무를 수행하던 협력업체 소속 작업자 2명이 매몰돼 사망하고, 상부에서 타설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소속 작업자 5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에 대해 법원은 원청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을, 협력업체 현장소장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을 인정하는 외에 원청 안전관리자, 협력업체 타설팀장, 감리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이때 안전관리자의 역할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 대해 조언·지도하는 역할임에도 업무상 과실치사죄 책임을 인정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동바리에 대한 구조 검토 및 시공 상세도를 작성했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방치한 점, 현장에서 조립도 없이 작업자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임의로 설치 간격을 정해 동바리를 시공하고, 청소팀이 동원돼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를 관리하지 못한 점, 타설 전 점검 단계에서 작업자들에게 타설방법 및 순서, 안전교육 절차를 누락한 채 타설 작업을 진행하도록 한 점, 콘크리트 집중·동시 타설 작업이 진행되도록 방치한 점, 위험성 평가 시 협력업체가 형식적으로 진행함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사항으로 삼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이 인정되는 임직원 범위
우선 중대재해 발생 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죄책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는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규정에 따른 범죄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자여야 하는데,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 의무주체를 '사업주'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주체는 사업주인 법인 또는 개인 사업주이고, 원칙적으로 회사 임직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의무주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판례는 회사 임직원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관리감독자 등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양벌규정에서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게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양벌규정을 두고 있는 다른 법령들에서 양벌규정의 해석은 행위자가 처벌되는 경우 법인을 처벌하는 근거가 되는 것과 반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있어서는 사업주인 법인이 처벌 대상인 경우 행위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법해석상 논란이 있다. 하지만 판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관리감독자 등이 행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죄책을 부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인 중대재해 사례에서는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사람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해당 사업장에서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이행을 책임진다고 보고, 안전 미조치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사례 2, 3에서 공장장, 현장소장 등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있는 경우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그에 관한 총괄·관리 책임이 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규모 사업장으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지정 의무가 없거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지정돼 있더라도 안전조치가 미이행된 작업에 대한 책임이 해당 작업 관련 소속 직원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관리감독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관리감독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앞서 살펴 본 사례 1의 경우,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자인 생산부 생산팀장에 대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이 인정됐는데, 법원은 중량물인 코일 이동 작업의 안전조치 책임이 관리감독자인 생산팀장에게 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 과실치사죄 책임이 인정되는 임직원 범위
판례에 의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 면에서 하나의 지위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한다.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 배려를 의무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 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되고, 이런 의무에는 법령상 의무뿐만 아니라 조리상 의무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등).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때도 관리·감독업무 등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상 과실이란 그 업무와 관련해 다해야 할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이에 따라 실제 사례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책임은 우선 작업 중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고 발생에 기여한 사람이 부담할 수 있다. 굴착기 등 건설기계 충돌로 인한 중대재해가 종종 발생하는데 건설기계 운전수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이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동바리 붕괴가 발생한 사례 3의 경우 위험한 방식으로 타설 작업을 진행한 협력업체 타설 팀장이 이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죄 책임을 부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법령에 의해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가 있는 사람도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인정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관리감독자가 이러한 경우다.
그리고 법령상 의무가 없더라도 개별 작업에 관해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했거나, 담당 직무상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책임을 부담할 때도 있다. 사례 3에서 직접 작업을 담당하는 자가 아닌 안전관리자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됐는데, 해당 현장에서 직무상 개별 작업에 대한 안전조치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과실로 이를 다하지 못했다고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실무상 업무상 주의의무의 범위가 명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의 특성이나 사고의 규모 등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협력업체 작업자들이 용접 중 폭발이 발생한 사례 2의 경우, 개조·보수 작업을 관리했던 시설지원부 부장 및 시설지원부 공무과 과장 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됐으나, 만약 1명 사망사고로 사고 규모가 작았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책임 범위도 축소됐을 수도 있다.
시사점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한 안전보건관계법령의 궁극적 목적은 재해를 예방하자는 것이지 누구를 처벌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임직원들의 재해 예방 활동 과정에서 형사처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권한과 책임을 정하는 것은 오히려 적극적인 안전보건활동을 저해할 수 있고, 모든 작업 과정에서 안전보건조치가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로서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않은 안전관리자나 그 밖의 작업 관여자들도 개별 작업에 관해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재해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정대원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