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이 입점업체 소속 판매사원들에 대하여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5. 10. 30. 선고 2024구합72896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전국의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온·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서 판매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여 2019. 9. 23. 설립된 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피고 보조참가인들(이하 ‘참가인들’)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백화점·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규모유통업자들입니다(이하 구별 없이 ‘참가인 면세점·백화점’).
참가인들은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들과 체결한 상품 매입거래계약에 따라 공급받은 화장품 등을 참가인 백화점·면세점 내에서 판매하는데, 실제 판매 영업업무는 위 화장품 업체들 또는 이들과 공급·판매대행계약을 맺은 업체들(이하 ‘입점업체’)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판매사원들이 참가인 백화점·면세점 내 각각의 브랜드 매장에 파견되어 담당하고 있습니다(판매사원들 약 3,000명은 원고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원고는 2023. 1. 30.부터 2023. 8. 10.까지 6차례 걸쳐 참가인들을 상대로 ① 공동 휴식권 보장, ② 고객응대노동자 보호, ③ 시설물 이용·확충 등 조합원의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3가지 의제(이하 각각 ‘제1의제’, ‘제2의제’, ‘제3의제’, 통칭하는 경우 ‘이 사건 각 의제’)가 포함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2023. 9. 26. 참가인들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1. 22. 이를 기각하였습니다(서울2023부노73~78 병합). 중앙노동위원회도 ‘참가인들이 판매사원들의 임금과 근로시간 등 주요 노동조건에 관하여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하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에 정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2024. 1. 22.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습니다(중앙2024부노36,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포함된다고 보아, 참가인들이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하여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의 의미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는 같은 항 제4호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이하 그러한 지배·결정권을 ‘실질적 지배력’).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하나의 노무 제공이 둘 이상의 사업주와 실질적으로 연관되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 역시 반드시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원사업주에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다면적으로 분화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의 다면적 분화 현상이 반드시 우월적 지위의 유무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② 단체교섭권이 헌법에 규정된 근로자의 기본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떠한 사용자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 즉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누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해 제공된 노동력에 기초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원사업주의 근로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이 해당 사업주에 대해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
③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개념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므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는 반드시 개별적 근로계약 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④ 부당노동행위가 문제되는 상황에서는 그 행위의 주체가 개별 근로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단정할 수 없고,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사용자성 판단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⑤ 실질적 지배력 유무에 따라 사용자 개념을 해석하는 것이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의 관련 규정들에 의해 온전히 포섭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단체교섭권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⑥ 형사처벌의 대상인 부당노동행위 주체에 근로계약관계 없는 사업주를 포함시키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법 제90조 위반죄는 고의범이고 교섭거부에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한다면 사업주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으로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⑦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에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는 물론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다수의 하급심 판결례와 같이 법률 개정과 무관하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를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자로 해석하는 선례가 집적되어 왔으므로, 2025. 9. 9. 법률 제21045호로 개정되어 2026. 3. 10. 시행될 예정인 노동조합법(이하 ‘개정 법률’) 제2조 제2호는 이를 명문으로 확인하고 선언하는 취지의 규정일 뿐 개정 법률의 시행 이후부터 사용자의 개념이 비로소 확장된다는 형성적 규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개정 법률의 시행 여부·시기에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사용자 개념의 해석이 구속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참가인들이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하여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참가인들은 이 사건 각 의제와 연관된 원고 소속 조합원들의 일부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거나, 일부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최소한 원사업주인 입점업체와 중첩적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비록 참가인들이 거대 규모의 백화점·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입점업체들 역시 세계적인 인지도와 위상을 가진 대형 기업에 해당하므로 참가인들이 입점업체와의 관계에서 원·하청관계에 준하는 정도로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부분에서 이 사건은 원·하청관계를 전제로 원청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한 그동안의 일부 하급심 판결례 사안들과 구조적으로 동일하지는 않다.
② 그러나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되는지는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주가 반드시 원사업주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질적 지배력의 유무는 거래상 명백한 우월적 지위 유무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각 의제와 연관되는 각각의 근로조건별로 따로 판단하여야 한다.
③ 참가인들이 영위하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참가인 백화점·면세점 내에서의 ‘상품판매’에 해당하고, 실제 상품판매 업무는 입점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판매사원들이 대부분 담당한다. 따라서 판매사원들이 상품판매에 관해 제공하는 노무는 참가인들의 사업 수행에 상시적·필수적이고, 구조적으로도 참가인들의 사업체계에 직접 편입되어 있다.
④ 제1의제와 관련하여, 참가인 백화점·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 지정·변경은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의 성질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판매사원들의 근무일, 근무시간 관련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영업일 및 영업시간은 참가인들이 전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사항이므로 이 부분에 관하여는 참가인들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
⑤ 제2의제와 관련하여, 판매사원들이 고객 응대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에는 참가인 백화점·면세점 측의 직접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입점업체별 고객응대매뉴얼에만 근거하면 판매사원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므로 단체교섭을 통해 처우 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⑥ 제3의제와 관련하여, 참가인 백화점·면세점 내의 시설 관리에 관한 사항은 근무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으로서 단체교섭 대상에 해당한다. 공항면세점의 경우, 참가인이 시설 일부를 임차하여 면세점 매장으로 활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시설 관리와 개선을 독자적으로 실행할 여지가 있으므로, 참가인 면세점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
3. 의의 및 시사점
현재까지 하급심 판결이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 ‘실질적 지배력설’을 채택한 사안은 원·하청 도급관계를 전제로 한 사안에 국한되고, 이에 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백화점·면세점과 입점업체와의 관계에 원·하청 관계에 준하는 정도로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여, 그동안의 일부 하급심 판결들과는 구조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개정 노동조합법이 2026. 3. 10.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일부 하급심 판결들이 취해 온 ‘실질적 지배력설’과 개정 법률과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판단하여, 였습니다. 즉 대상판결은 개정 법률의 시행 여부·시기와는 무관하게 ‘실질적 지배력설’을 적용하여 사용자 개념을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H중공업 사건(대법원 2018다296229호 사건) 등, 실질적 지배력설의 적용이 쟁점이 된 사건들이 항소심 내지 상고심에서의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의 법리적 판단은 앞으로 이어질 대법원 판결의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사건들의 진행 경과와 대법원의 판단 추세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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