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원심에서 실형을 각 선고받은 경영책임자 및 임원에게, 항소심에서 피해자 과실 및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개선 노력을 인정하여 집행유예로 감형한 사례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10. 22. 선고 2024노57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주식회사 A(이하 ‘피고인 회사’)는 상시 근로자 60여 명을 사용하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입니다. 피고인 B는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이고, 피고인 C는 피고인 회사의 총괄이사로 대표이사를 보좌하여 안전관리, 재해예방을 포함해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피고인 회사가 운영하는 공장 소속의 네팔 국적의 근로자 D(이하 ‘피해자’)는 다이캐스팅 기계(철로 만들어진 금형에 용융된 금속을 고압으로 주입하는 기계)의 내부 금형을 청소하던 중, 금형 사이에 머리가 끼어 사망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사고’).
이 사건 사고 당시 해당 기계는 안전문 방호장치(리미트스위치)가 파손되어 안전문을 열어도 기계 작동이 멈추지 않는 결함이 있었고, 안전점검 위탁기관인 E 협회는 2021. 9. 13.경부터 이러한 결함에 대한 유해위험요인을 보고해 왔습니다. 특히 E 협회는 사고 발생 열흘 전인 2022. 7. 4.에도 해당 기계에서 끼임 재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안전조치사항을 중점 관리하라고 보고하였으나, 이에 대한 안전조치가 미비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피고인 B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 피고인 C는 업무상과실치사, 피고인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각 기소되었습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피고인들이 전반적인 안전 문제를 방치하였고, 특히 최근 울산에서 같은 유형의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는 2022. 7. 4.자 안전관리상태 보고서를 본 직후라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 피고인 C에게 금고 1년 6개월, 그리고 피고인 회사에 벌금 1억 5,000만 원의 형을 각 선고하였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고단4497 판결). 피고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 제121조에 따른 방호장치가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안전보건규칙 제91조 및 같은 규칙 제92조 위반이 인정될 수 없고, 따라서 안전조치 위반이 인정될 수 없다는 법리오해와 (ⅱ)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ⅰ) 피고인들의 법리오해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다만, 피고인 B, C가 이 사건 사고 이후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조치를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의 형이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① 안전보건규칙 제121조에서는 주형조형기에 관한 방호조치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제121조 제2항은 “제1항의 게이트가드는 닫지 아니하면 기계가 작동 되지 아니하는 연동구조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 다이캐스팅 기계와 같이 게이트가드 상·하단에 각각 설치된 리미트스위치가 고장이 나서, 게이트가드를 열어도 기계의 작동이 중단되지 않는 ‘비연동’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동조 제1항이 정한 ‘게이트가드’가 설치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②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 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 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 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
근로자의 안전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취지, ‘게이트가드 또는 양수조작식 등의 의한 방호장치’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작업자의 신체 일부가 이 사건 다이캐스팅 기계의 금형과 같은 위험부위에 들어가는 것을 사전적·물리적으로 방지하는 것이 그 취지로 보이는 점, 근로자들의 피로나 착오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실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현장의 특성 및 주형조형기의 작동 원리나 이를 이용한 작업의 내용상 협착 사고가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안전보건규칙 제121조 제1항에 따라 게이트가드 또는 양수조작식 등에 의한 방호장치의 설치가 필요한 경우는 그 조문 기재 그대로 ‘근로자의 신체 일부가 말려들어갈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 다이캐스팅 기계는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양수조작버튼으로만 재가동되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자 등 주조작업 근로자들은 평소에 이 사건 다이캐스팅 기계를 자동 모드로 두고 작업하였고(피해자는 이 사건 다이캐스팅 기계가 자동모드인 상태에서 사망하였다), 수동모드로 그 설정이 고정되어 있지도 않으며, 리미트스위치가 고장 난 상태였는바(심지어 게이트가드를 연 채로 기계를 작동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우 양수조작버튼은 아무런 방호 기능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수동모드로 전환한 경우 양수조작버튼이 방호 기능을 한다는 것만으로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 업무상 주의의무 등을 다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③ 결국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피고인들의 위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① 피고인 B, C의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안전·보호 조치의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근로자 1 명이 사망에 이르러 그 결과가 중하고, 죄질이 가볍지 않다.
② 그러나 피고인 B, C는 잘못을 반성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상당한 금원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하여 유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③ 피고인 B는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피고인 C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다.
④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B, C의 과실과 청소 작업 시 OFF모드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은 피해자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측면이 있는바, 그 사고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다.
⑤ 피고인 B, C는 이 사건 이후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개선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이고,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
⑥ 그밖에 피고인 B, C의 연령, 성행, 직업 및 환경,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ㆍ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ㆍ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법리(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원심과 달리, 이 사건 사고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양형요소로 참작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피고인 B, C는 이 사건 이후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개선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이고,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제1심에서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두 번째 사례입니다. 그리고 사고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기여한 사정이 있거나, 사고 이후에 산업재해의 예방 및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는 항소심에서 주요 감형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사고 발생 자체의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사고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상고기간 도과로 확정되었습니다.
※ 율촌 노동팀이 수행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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