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근로자들의 개별 근로계약 중 임금을 삭감하기로 한 부분은 취업규칙에 미달하여 무효이고, 회사가 노동조합의 합의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도 해당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이 없는 연봉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9. 12. 선고 2019가합110446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하 통틀어 ‘원고들’)은 피고 소속 연봉제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거나 재직 중인 사람 또는 그 소송수계인입니다.
피고는 보수협약에 따라 크게 1급과 2급 이하 직원으로 급여체계를 구분하여, 1급 직원(이하 ‘연봉제 근로자’)에 대하여는 연봉제규정을, 2급 이하 직원(이하 ‘호봉제 근로자’)에 대하여는 급여규정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2015. 10.경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55세였던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대신 대상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2015. 10. 5.경부터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 적용기간, 임금지급률 등 임금피크제의 운영방안에 관하여 협의하여 2016. 1. 27. 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를 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2016년 단체협약과 보수협약에서 임금피크제 규정을 두었으며, 2018년에 그 내용을 일부 개정하였습니다(이하 2016년 제정 및 2018년 개정된 임금피크제를 통틀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한편,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원고들 중 연봉제 근로자들은 피고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의 경우 만 55세 해당 월까지 연봉계약을 적용하며, 익월부터는 임금피크제 협약에 따라 별도 지급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다투며 임금피크제에 따라 부당하게 감액된 임금 및 퇴직금, 특별상여금 등의 차액의 지급을 구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원고들은, (ⅰ) 연봉제 근로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하는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고, (ⅱ) 개별 연봉계약에서 정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및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기존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효력이 없으며, (ⅲ)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연봉제·호봉제 근로자 전체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이는 고령자고용법에 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연봉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않고 취업규칙 등에도 정함이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고, 연봉제 근로자들의 각 연봉계악 중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을 예정한 부분은 취업규칙(이 사건 연봉제 규정 등)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여 유효한 제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연봉제 근로자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여부: 적용되지 아니함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단체협약 및 보수협약에 따른 것이고, 연봉제규정 등 다른 취업규칙에 이에 대한 정함이 없다. 그런데 단체협약 및 보수협약은 그 규정 및 부칙상 이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닌 연봉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설령 근로조건에 관한 조항은 전 종업원에 적용된다는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연봉제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은 ‘정년은 60세이며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에 불과하여(보수협약을 준용하고 있지도 않다), 이를 일정 임금삭감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특정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② 연봉제 근로자들의 각 연봉계약 중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을 예정한 부분은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이므로, 그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무효이다.
③「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에서 일반적 구속력이 인정되는 ‘동종의 근로자’라 함은 당해 단체협약의 규정에 의하여 그 협약의 적용이 예상되는 자를 가리키며, 단체협약의 규정에 의하여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자는 단체협약의 적용이 예상된다고 할 수 없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두10264 판결), 이 사건 노사합의가 단체협약이라 하더라도 연봉제 근로자는 합의 주체인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이 없어 그 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④ 취업규칙이란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을 집단적이고 통일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준칙인데(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이 사건 노사합의는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의사합치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이를 피고에 의하여 작성된 일방적으로 작성된 취업규칙이라 볼 수 없다.
나. 호봉제 근로자에 대한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 위반되지 아니함
① (법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②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에 만 55세였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대응하여 인건비 상승 부담을 완화하고자 시행된 것으로서 정년 연장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임금체계 개편 조치에 해당하므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③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의 불이익)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고, 매년 업적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자격수당, 직책수당 등과 복리후생 항목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④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 피고는 업무 난이도, 인력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하여 가급적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종전보다 업무 강도가 낮은 부서에 배치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피고는 2018. 10.경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 내용을 수정하면서 연봉 증액,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하여 3년간 인력 구조조정 금지, 일시보상퇴직제도 도입, 자기개발교육비 지원 등 임금 감액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였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개별 근로계약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자가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해 판단하였고, 이러한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으로 포섭되지 않는 연봉제 근로자에 대하여는 임금피크제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로서는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에 관한 쟁점 이외에도, 임금피크제의 도입 근거가 된 노사합의, 취업규칙, 개별 근로계약 등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살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에 규정상의 문제가 없는지 등을 명확히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대상판결은 당사자 쌍방이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나210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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