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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행위가 근로계약에 관한 법적 분쟁 방지 목적에서 이루어지고, 그 녹음파일 및 녹취록이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되었을 뿐이라면 음성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다20473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 A 주식회사(이하 ‘피고 1 회사’)는 집합투자증권의 판매업무, 투자자문업무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 2는 2022. 6. 28.부터 2023. 7. 13.까지 피고 1 회사의 대표이사로, , 피고 3은 피고 1 회사의 본사 마케팅부서장으로, 원고는 피고1회사에서 각 근무하였던 사람입니다.


피고 1 회사는 2021. 1.경 부산 및 경남 지역 고객들에 대한 집합투자증권 등의 오프라인 판매 등을 위하여 부산 지역에 B 영업소(이하 ‘이 사건 영업소’)를 설치하였습니다.


원고는 2020. 9. 4. 피고 1 회사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영업소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피고 1 회사와 여러 차례 유사한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2021. 10. 20. 피고 1 회사와 근로계약기간을 2021. 10. 20.부터 2022. 7. 31.까지로, 근무장소를 이 사건 영업소로 정하여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피고 3은 2022. 7. 22. 원고에게 2022. 8. 31.부터 이 사건 영업소를 폐점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통지하면서 원고와 더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피고 3은 같은 날 원고 및 소외인과 이 사건 영업소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와의 대화 내용 일체를 두 차례에 걸쳐 녹음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녹음행위’).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① 피고 1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기대관계가 형성되었음에도 피고 1 회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와 새로운 노동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형태로 원고의 갱신기대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갱신기대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② 이 사건 녹음행위가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 및 원심은 ① 갱신기대권 침해 주장과 관련하여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이 사건 영업소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한시적인 업무에 해당하고, 원고 스스로도 근로계약의 갱신을 기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② 그리고 인격권 침해 주장과 관련하여 (ⅰ) 이 사건 녹음행위가 원고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 아니라 원고와 피고 1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에 관한 것이고, 이 사건 녹음행위가 이루어진 장소 역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이 사건 영업소인 점, (ⅱ) 피고 3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대화를 유도하거나, 본인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하여 녹음하지도 않은 점, (ⅲ) 이 사건 녹음행위로 인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녹음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4. 18. 선고 2023가단119089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나49834 판결).


대상판결은 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면서, ② 이 사건 녹음행위는 원고가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수긍하여,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판단 중 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복제, 방송, 배포 등이 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음성을 녹음하거나, 녹음한 음성을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② 민사소송에서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더라도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실체적 진실 보존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하여 상대방 대화의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러한 녹음행위가 음성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방의 명시적인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을 하는 등 침해방법이 부당한 경우, 또는 녹음행위 자체는 부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 배포하는 등의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이 입게 되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등에 비추어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나. 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구체적 판단


① 이 사건 녹음행위는 피고 3이 원고에게 이 사건 영업소 폐점에 관한 피고 1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확인서를 받는 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 3이 녹음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명시적으로 녹음하면 안 된다는 반대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하였다는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이 사건 녹음행위를 통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영업소 폐점에 관한 원고의 반응을 확인하여 원고가 실제로 피고 1 회사와의 근로계약 갱신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여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원고와 피고 3의 대화 내용은 근로계약 기간의 종료를 통지하면서 갱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취지에 불과하고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서 원고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다.


피고들은 이 사건 녹음행위로 인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원고와 체결된 근로계약에 관한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하였을 뿐이고, 그 밖에 이를 다른 목적으로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들은 원고와의 분쟁에서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고, 공적 판단기관인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성격과 판단 절차에 비추어 이러한 녹음파일 등의 제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을 수 있는 피해의 정도는 수인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


3.  의의 및 시사점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제1호).  그러나, 대화당사자가 대화를 녹음한 경우라도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급심 판결들은 녹음 목적·제3자에 대한 공개 여부·대화 내용 등을 고려하여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 여부를 달리 판단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기자가 취재 상대방에게 녹음 및 방송 가능성에 대하여 고지하거나 동의·승낙을 받지 않은 채 통화를 녹음하고 방송에서 이를 사용하여 취재 상대방의 음성이 재생되게 한 경우, 음성권 침해를 인정하여 100만원의 손해배상의무 부담하도록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14. 선고 2020나67898 판결 – 상고기간 도과로 확정).  반면, 근로자가 직장 사무실에서 통상적인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업무상 지시나 그에 대한 반론을 녹음하고 이를 행정소송에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인 경우, 녹음행위의 위법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4. 1. 17. 선고 2022나71533 판결).


대상판결은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한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ⅰ) 대화 상대방의 명시적인 반대의사가 있었음에도 대화 상대방을 기망·협박하여 녹음을 하였는지, (ⅱ) 녹음의 필요성이 존재하였는지, (ⅲ) 녹음파일 등의 제출 범위가 어떠한지 등의 사정을 구체적인 판단기준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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