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무단결근을 하다가 자살에 이른 경우 무단결근으로 인한 임금 감소 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된다고 본 사례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두31014 판결]
1. 사안의 개요
망인은 A 회사에서 2019. 6. 1.부터 기간제 버스운전원으로 근무하다가 2021. 6. 1.부터 정규직 버스운전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망인은 2021. 6. 9.부터 2021. 6. 11.까지 사이에 버스 운행 중 4차례의 사고를 겪었는데, A 회사의 사고담당자로부터 사고 건수가 회사에 보고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후 망인의 사비로 피해자들에게 치료비 등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후 망인은 2021. 6. 12. 무렵 가출하여 연락이 두절된 채 출근하지 않았고 2021. 6. 18. 무렵 자살하였습니다.
A 회사는 버스운전원의 근무일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데, 결근기간을 제외한 망인의 2021년 6월분 임금은 1,187,654원이었습니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22. 1. 25. ‘망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4차례 사고의 비용처리 문제, 인사상 불이익 염려 등에 따른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라는 이유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정하였습니다.
피고는 (ⅰ)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은 망인의 사망일인 2021. 6. 18.인 점, (ⅱ) 평균임금 산정기간은 망인의 정규직 취업기간인 2021. 6. 1.부터 2021. 6. 17.까지 17일인 점, (ⅲ) 망인의 1일 평균임금은 69,862원(= 1,187,654원 ÷ 17일)이나, 이는 1일 통상임금 88,216원보다 낮으므로 88,216원을 망인의 1일 평균임금으로 적용하여야 하는 점 등을 근거로, 망인의 1일 평균임금이 88,216원이라고 보아, 이를 기준으로 2022. 3. 30.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에게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는 망인의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은 사망추정일인 2021. 6. 18.이 아니라, 사망의 원인이 되는 재해사유 발생일인 2021. 6. 12.이고,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연락이 두절된 2021. 6. 12.부터 6. 17.까지의 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이하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2조에서 '평균임금의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로 정하고 있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 중 '사고'라 함은 법 문언상 '사망이라는 결과와 인과관계가 있는 모든 사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사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4. 5. 30. 선고 2023구단10573 판결). 이에 따라 망인의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은 '망인이 자살을 한 2021. 6. 18.'이지, 망인이 가출한 2021. 6. 12.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반면, 원심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경우,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을 근로자의 사망일이 아닌 ‘근로자가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상실한 시점’이라고 판단함으로써, 망인이 무단결근을 시작하게 된 2021. 6. 12.을 기준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24. 12. 19. 선고 2024누11401 판결).
대상판결은 원심이 망인의 가출일인 2021. 6. 12. 무렵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위 가출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본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①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 아니라 자해행위를 한 날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2조는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과 같은 업무상 질병에 관하여 그 발병일을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진단에 따라 질병이 발생되었다고 확정된 날’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 제1호], 근로자가 정신질환에 관하여 진단을 받았다면,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은 원칙적으로 진단일로 보아야 하고, 정신질환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을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서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으나(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 제3호), 정신적 이상 상태에 관하여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는,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을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 볼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자해행위를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된 사고로 볼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해행위를 한 날을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서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2조에 따라 유족급여를 비롯한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인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 아니라 자해행위를 한 날을 의미한다.
② 평균임금 계산에서 제외되는 기간과 임금: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치료 등 요양을 실제로 받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요양을 위하여 휴업을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에 따른 임금 감소기간은 제외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는 평균임금을 산정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 동안의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임금 감소가 예상되는 기간 중 특별히 근로자의 권리행사 보장이 필요하거나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도록 함으로써, 평균임금 산정에 관한 원칙과 근로자 이익 보호 사이의 조화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17287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5다65561 판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4호가 “법 제78조에 따라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하여 휴업한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한 것 역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이익 보호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치료 등 요양을 실제로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임금 감소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기간에 포함시키는 것은 근로자 이익 보호의 정신과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함으로써 통상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려는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치료 등 요양을 실제로 받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요양을 위하여 휴업을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에 따라 임금이 감소한 기간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법 제78조에 따라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하여 휴업한 기간”에 해당하여 평균임금의 산정기간에서 제외된다.
나. 구체적 판단
① 망인은 업무상의 사유로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으나, 그에 관하여 치료를 받거나 진단을 받지 않았고, 망인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다는 것 자체를 두고 바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유족급여 등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은 자해행위를 한 날인 2021. 6. 18.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원심이 망인의 가출일인 2021. 6. 12. 무렵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위 가출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본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② 그러나 한편 망인은 버스를 운행하던 중 겪은 4차례의 사고와 그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와 사고처리 비용에 대한 경제적 압박 등으로 인하여 극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2021. 6. 12. 무렵 연락이 두절된 채 무단결근하였고, 그로부터 불과 6일 후인 2021. 6. 18. 자해행위로 사망하였다. 피고도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은 늦어도 2021. 6. 12. 무렵 이미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버스 운행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고, 객관적으로 요양을 위하여 휴업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2021. 6. 12.부터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 전일인 2021. 6. 17.까지 무단결근으로 인한 임금 감소 기간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제1항제4호에서 정한 기간에 해당하여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이유로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었으나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 해당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해야 하는지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요양을 위한 휴업이 필요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업무상 부상과 질병 등의 정도, 업무상 부상과 질병 등의 치료에 필요하였던 과정 및 방법, 업무의 내용과 강도, 근로자의 용태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나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경우, 위와 같은 사정들이 두루 고려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울러, 근로자의 업무상 스트레스나 정신건강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로 연결될 수도 있으므로, 근로자의 정신적 건강과 관련한 보건관리에도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사업장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관련 업무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