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운영 업체와 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2) 최신판례
[대상판결 : 대법원 2025. 9. 26. 선고 2022다27636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타이어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A 공장 등을 두고 각종 타이어 및 고무제품의 제조, 판매업에 종사하는 회사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A 공장의 식당 운영에 관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B에 소속되어 조리·배식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협력업체 B 사이에 체결된 조리·배식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이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파견 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하였고, 고용간주되거나 직접고용의무가 이행되었을 경우의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 등의 지급을 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ⅰ) 타이어 제조 및 판매 등 피고 회사 본래의 업무는 원고들이 담당하고 있는 음식의 조리·배식업무와는 그 업무의 내용, 성격이 명백히 구별되고, 피고 소속 근로자와 B 업체 소속 근로자가 서로 하나의 작업단위로 직접·유기적 연관성이 있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ⅱ) 도급계약에 따른 B 업체의 업무는 '음식의 조리·배식'업무로 그 범위가 명백히 한정되어 있고, 피고의 타이어 제조 및 판매업무와는 그 내용이 명백히 구별되는 나름의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는 별개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ⅲ) 피고가 B 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조리·배식 업무 수행 자체에 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ⅳ) B 업체가 소속 근로자의 선발, 근무태도 점검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스스로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ⅴ) B 업체가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0. 9. 17. 선고 2015가합60858 판결).
반면, 원심은 (ⅰ) 피고 소속 영양사가 작업지시서(주간메뉴표)의 작성을 통해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고, (ⅱ)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A 공장 근로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업무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고, 피고의 사업에 구내식당의 운영도 포함되므로, 원고들이 피고의 구내식당 업무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상태에서 조리·배식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ⅲ) B 업체가 근로자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ⅳ) 원고들의 조리·배식 업무에 관한 전문성·기술성이 높은 수준으로 보이지 않으며, (ⅴ) B 업체가 계약의 목적달성을 위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22. 8. 17. 선고 2020나23836 판결).
대상판결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는지에 관하여,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원심이 피고 소속 영양사 등과 원고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였는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업무수행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명령을 하였는지, 일반적 작업배치권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대상판결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해당 부분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나.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
① 피고 소속의 영양사 등이 식단을 결정하고 작업지시서 등을 작성·제공하였으나, 작업지시서 등의 주된 내용은 재료의 종류와 비율, 간단한 조리 방법에 관한 것일 뿐 구체적인 작업의 방식, 요령, 순서 등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피고 소속의 영양사가 조리·배식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원고들에게 어떠한 요청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요청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원고들과 어떠한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 피고의 영양사 등이 원고들에 대한 근태관리, 평가 등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피고가 위 작업지시서 등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그 업무 범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원고들의 조리·배식 업무는 피고의 주된 업무인 타이어 제조·생산 업무와 명백히 구별된다. 구내식당 업무를 중심으로 보더라도, 피고 소속 영양사 등은 식단의 선정과 식재료의 조달·검수 업무를, 원고들은 조리·배식 업무를 각 수행함으로써, 피고 소속 근로자인 영양사 등과 원고들은 각자 담당하는 업무가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었고 서로 대체하는 관계에 있지 않았다.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③ 사내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은 기본적으로 식사 인원을 기준으로 지급되었다. 원고들은 A 공장 근로자들의 식사시간에 맞추어 조리·배식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이는 구내식당을 도급 방식으로 운영하였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피고가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 인원 수 또는 근로시간을 비롯한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사내협력업체는 노사협의회 등을 통한 협의 절차를 거쳐 원고들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근무조 편성 등에 대한 결정권한을 일정 정도 독자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④ 사내협력업체의 업무 범위는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조리·배식 업무의 이행으로 한정되었고, 원고들이 조리·배식 업무 외에 추가적인 업무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원심은 피고의 사업에 구내식당의 운영이 포함된다고 보고 이를 근로자파견관계를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하였습니다. 반면, 대상판결은 조리·배식 업무는 피고의 주된 업무인 타이어 제조ㆍ생산 업무와 명백히 구별되므로 결국 피고의 구속력 있는 지시·명령이 있었는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피고가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 권한을 행사가 있었는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최근 비생산 직무까지 불법파견이 이슈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단순히 원청의 사업 운영상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 없고, 상당한 지휘·명령,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 권한 행사 등과 같은 구체적 징표가 요구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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